빈곤과 차별을 넘는 여성들의 연대

<기획기사> 3.8여성대회와 여성①

"뉴욕 루트거스 광장의 노동자들, 덴마크 코펜하겐의 진보적 여성들,
그리고 세계의 모든 여성들"

1908년 3월 8일, 미국 1만 5천여 방직 공장 여성노동자들은 '노조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임금 인상하라’'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10시간 노동 보장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라’등의 요구를 들고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 모였다.

이들의 투쟁은 한 피복회사 여성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는 참혹한 사건을 발단으로 일어났으며, 당시 전세계를 휩쓴 경제 공항을 배경으로 선거권도 노조결성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한 채 가혹한 노동 착취에 시달리던 여성노동자들의 인간해방, 여성해방의 봇물이 되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제트킨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했던 미국 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여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삼자고 제창하였고, 이렇게 3.8 여성의 날은 시작되었다.

그 이후 97년 동안 해마다 3월 8일이면 여성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가 전세계 여성들의 주최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제치하인 1920년대 초반 3.8기념행사를 치루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제치하의 3.8여성대회는 일제의 탄압에 의해 곧바로 중단되었고 1946년, 47년 여성해방주간이 선포되면서 대회와 기념식이 2년 동안 부활되기도 했다. 이후 20여 년 간 모일 수 없었던 여성들은 1985에 '민족·민주·민중과 함께 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주제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단체들에 의해 다시 모였고 2005년 현재,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에 의해 21번째 여성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2005년 3.8여성대회, 차별과 빈곤을 넘어 연대하라"


97년 전, 여성의 정치참여와 노동기본권쟁취를 요구한 여성들의 외침은 2005년 한국여성들에게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3.8여성대회를 준비하는 여성단체들이나 노동운동진영 모두, 지금의 여성노동권을 포함한 여성인권이 당시 과거처럼 위협받고 있음을 우려하며, 각기 다양한 3.8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행복한 나눔, 평등한 가족, 힘내라 여성'이라는 슬로건으로 21번째 한국여성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근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법·제도의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비정규직화의 진전과 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 현상은 특히 여성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권리와 부, 일자리를 여성과 함께 나누어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복한 나눔’운동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호주제 폐지 이후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고 가족의 다양성에 기반한 가족지원정책 요구와 가족에서부터 평등문화를 뿌리내리는 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또한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일터와 가족, 지역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여성 스스로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각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을 요청하고 자매애로서 함께 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1988년부터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리고 한해 동안 실천과제를 결의하는 여성노동자대회를 계승하여 2000년부터 독자적인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해온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과 7-90%에 달하는 여성노동자 비정규직화가 여성의 고용과 생존권을 절박한 상황에 내몰고 있다며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와 함께 '여성의 빈곤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3.8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1) 비정규직 차별철폐 2) 최저임금 현실화 및 제도 개선 3) 여성의 빈곤 문제 해결 4) 보육의 공공성 및 모성보호 실질적 강화 5) 식량자급률 법제화 농가소득 보장 6) 장애여성 자립생활정책 성인지적 관점 실현 7) 일본군 위안부 문제 즉각 해결 8) 지역에뿌리내리는 생활여성정치 실현 9) 남북 여성의 힘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여성노동자의 이름으로 평등과 통일의 세상을 열어 젖히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편 '부계, 혈통 중심의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보는 편견과 그러한 가족을 통해 강고화 되는 지배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드는' 주제로 여성, 그 안에서도 소수자인 장애여성, 성적소수자 여성 등이 주체가 되어 2003년부터 진행된 3.8무지게시위는 올해 '차별을 멈추는 체인지 데이'를 기획하고 있다.

다름으로 닮은 여성연대는 이번 3.8여성무지게시위를 통해 '호주제 폐지 이후 대체법으로 목적별 신분등록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한국사회의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옹호될 수 있는 목소리'를 모으는 행사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여노조 경기지부 등의 단체가 준비하는 경기지역3.8여성대회는 '차별과 빈곤을 깨고 여성들이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비정규직차별철폐 노동기본권확보 ▷성평등한 가족정책 확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사회적 소수자 권리확보 등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회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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