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과 빈곤화의 주역, 비정규직

<기획기사> 3.8여성대회와 여성②

97주년을 맞는 3.8여성대회, 그리고 북경여성대회 이후 10년

3.8여성대회 97주년을 맞은 올해는 지난 1995년 제4차 유엔여성회의에서 북경여성선언문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당시 북경에 모인 5만의 여성들은 세계여성운동 전략으로 '성 주류화'를 합의하고 12개 주요관심분야 과제를 제시, 전 세계 각 국으로 하여금 성 평등을 위한 국가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오히려 여성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영향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 빈곤문제 최대 피해자가 되었고 전쟁 위협 등 상시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노출되었다. 그동안 한국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방지법 제정과 여성정책 담당기구 확대, 성인지 예산정책 수립, 여성정치 참여를 위한 할당제 도입, 호주제 폐지’등 법 제도적 측면에서 적지 않은 발전을 거듭 했다.

하지만 여성정책강화라는 멋들어진 치장 뒤에는 시장자유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라는 채찍이 여성들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차별하고 결국 계약직, 임시직, 특수고용, 용역 등 비정규직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한국 상황을 놓고 9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법. 제도상의 평등과 실제 평등 간에 괴리가 심각한 국가’로 한국을 분류했다. 이 글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괴리이기도 하며 올해 3.8 여성대회 최대 이슈이기도 했던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여성 빈곤화의 주역, 비정규직

2004년 11월 전국여성노조가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노동자 69.5%가 비정규직이고, 408만 명 여성 비정규직 중 98.7%가 임시근로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상시고용 업무에서 반복 계약을 하고 있으며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특수고용 노동의 경우 여성비중이 약 80%로 추정되고 있는 등 여성 비정규직화는 점점 확대되고 고착화되는 실정이다. 결국 여성 비정규직들은 ▲고용불안정, ▲저임금(정규노동자 임금의 51%), ▲4대 보험 적용, 복리후생, 인격적 대우 등에서 각종 차별, ▲계약기간을 이유로 한 사실상의 모성 보호 비적용 등으로 인해 사회 빈곤층을 형성하는 대표집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는 4월 입법 예정인 비정규직 관련 정부 입법안은 ‘파견 업종 확대, 계약 기간 연장’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차별을 공고히 하는, 입법안에 불과하다. 지금도 여성 비정규직 확산에 대해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입법안이 통과된다면, 전 국민의 고용 불안과 여성 빈곤화는 마른 산에 떨어진 불씨처럼 온 산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특히 '파견법’ 개정은 간접 고용 확산을 통해 성차별 구조를 고착시키고 여성노동자들에게 차별적인 저임금과 상시적인 불안정 고용으로 인한 구조적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복지와 보육의 혜택은 노동 인권 보호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가정 지원, 보육 시설 확충, 통합적 여성 복지 정책’을 제정하는 등 이중적인 정책을 내 오고 있다.

정부는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금지, ▲기간제 근로 제한, ▲비정규직 여성 모성보호, ▲불법 파견 특별근로 감독 실시 및 불법 파견 노동자 직접 고용,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 여성 노동권 보호를 위한 과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실현해야 한다.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이마트·한원CC 사례

지난해 12월 21일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대표기업 삼성 계열사이기도 한 신세계 이마트 수지분회에 민주노조의 깃발이 올랐다.

1년 계약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이들은 남성 관리 사원들로부터 "남편이 돈을 못버니까 부인을 이런 대로 내본다는 등 모멸감을 당하며 일하고 있다"면서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우리의 일터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노조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라며 노동자로써의 권리선언을 한 것이다. <다산인권 196호 참조>

처음 노조원으로 가입했던 20여명의 캐셔들은 삼성 방식의 노조 탄압에 의해 3명의 조합원만이 남았으며 1명은 해고, 3명은 정직 상태이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일 줄 알았고, 끝까지 노조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여전히 투쟁중이다.

한편 경기도 용인의 한원CC 노조원들은 단체협약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용역전환에 항의해 250일이 넘는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특수 고용직인 경기보조원들로써 정년이 42세인데다 언제든지 자의적 해고를 당하는 등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왔으며 사고가 나더라도 개인이 책임져야 할 정도로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용역으로의 전환은 결국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며,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현재까지 강고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다산인권 177호 참조>

이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스스로 투쟁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있음으로해서 새로운 3.8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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