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상> 공공재는 무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최근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잠자던 15세 소녀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었다. 부모가 농사를 지으며 막노동을 했으나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지난 2월부터 전기료 80여 만원이 체납됐고, 5월말에 전기가 끊겼다고 한다.

단전된 가정에서 화재로 인한 비극적 참사는 이번만이 아니다. 기억을 해보면, 작년 2월 전남 목포에서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남편과 하반신 마비 장애인부인이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불이나 부부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석달치 전기요금 10여 만원을 내지 못해서 단전됐던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전북 남원에서 촛불을 켜놓고 정신지체장애인 아들과 잠을 자던 80대 기초 생활수급자 할머니가 화재로 숨졌다. 전기요금을 내는 게 버거워 그 대신 촛불을 켜놓고 살았던 게 화근이었다.

인권은 인간의 삶의 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언어이다. 정부는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제공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전기는 물과 함께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생활의 조건 중의 하나이다. 전기요금을 못 냈다고 단전함으로써 기본적인 생활을 곤란케 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것은 분명 인권의 원칙에 반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비록 쏘웨토 가난한 사람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였지만, 전기의 무상공급을 선거의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정부는 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이 지역 빈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기 없이 지내야했다. 사회운동가들과 빈민들은 끊어진 전기를 다시 잇는 기술을 익혀 실행에 옮기면서 정부에 저항하였고, 빈민의 권리로서 전기의 무상공급을 요구했다.

이제 우리의 생활양식은 인권의 원칙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조건들-물, 전기, 주택 등-은 마땅히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최소한 빈곤층에게 우선적으로 이러한 필수 공공재들은 무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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