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삼성, 법원, 그리고 검찰

지난 14일 삼성SDI 천안공장 해고자 김갑수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15일 울산지방법원은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김성환 위원장에게 실형 8개월을 선고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기존 집행유예기간까지 포함해서 3년 8개월을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전 달 29일에는 서울 고검에서 휴대폰 위치추적과 관련한 고소사건의 항고가 기각되었다.

5년 전 해고당한 후 해고 투쟁을 해온, 김갑수씨에게 대법원의 선고는 1%의 기대감조차 빼앗아간 잔인한 판결이었다. 그는 해고싸움을 해오는 동안, 노동조합을 함께 시작했던 동지들의 배신과 가장 가까운 동료를 동원한 감시와 협박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를 향한 회사의 집요한 미행은 그로 하여금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힘을 잃지 않고 어떻게든 삼성에 노조의 깃발을 꽂고 싶던 그를, 법원이 법전을 들고 두들겨 패는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김성환 위원장의 재판은 형식상 그럴싸하게 진행되었었다. 검사가 그를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변경할 것을 명하고 5개항의 공소사실이 변경되어 재판부가 그의 진실을 인정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실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 사실들을 알린 그의 행위가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 비방의 목적이라고 판단, 그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김성환 위원장이 삼성을 상대로 개인적 비방을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양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가 삼성을 상대로 싸운 것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념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그것을 멈추고 삼성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길을 찾자고 싸워온 공익적 활동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의 행위가 개인적 비방의 목적이라고 밝힌 것이다. 삼성이라는 거대 공룡을 두려워하는 재판부의 정치적 판단은 한 노동자의 자유를 완전하게 옭죄는 파렴치한 결정이었다.

핸드폰 위치추적 사건의 범인은 삼성이다. 누구라도 삼성이 아니고서는 그런 짓을 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도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들의 조사 기록은 진실을 밝히는 데는 허술하기 짝이 없고, 진실의 지뢰밭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곁길 수사가 낱낱이 기록되어있었다. 삼성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삼성 구조본의 임원으로 취직한 사건을 들지 않더라도 그들이 삼성에게 공정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재항고 해봤자 기각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사의지 없는 검찰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삼성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말한다. 니들이 아무리 법으로 까불어 봐야, 우리를 이길 도리가 없다고. 그들의 자신감은 지금 법원과 검찰, 언론과 정치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 권력은 정부에 있지 않고 삼성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삼성과의 싸움은 민중을 배제한 법원과 검찰 그리고 한국 지배권력에 대한 전면적 저항이다. 김갑수와 김성환, 그들과 함께 권력의 심장을 겨누자.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다산인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