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를 구속 수사하라. 검찰 역시 피의자다

안기부 X파일 수사, 몸통은 삼성이다...각계 특검 등 수사 촉구

안기부 X파일 사건(이하 X파일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 주체, 테입 공개 여부, 수사 방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불법 도청과 보도의 위법성 관련해서만 진행되면서, 각계 각층은 사건의 핵심인 삼성 그룹과 관·언·검의 권력 유착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삼성관련특위를 구성,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 2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은 "X파일 내용 중에 삼성이 그동안 검찰 조직 내 '삼성장학생'을 관리해 오고 키워왔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가장 대표적인 불법 비리 집단인 삼성을 수사할 힘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 역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검찰 역시 테이프에 담긴 불법행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과 검찰에 대한 경험적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X파일을 단독 입수하여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해, 검찰이 피의자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언론노조 등언론 단체들 역시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언론노조는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 및 보도저지 행위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제보자의 삼성 협박 혐의는 빨리 결론을 내리며 구속해 버리고, 이미 내용이 공개되어 수사단서가 충분히 확보된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한 수사는 회피하는 검찰의 태도는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은 사실상 이번 사건의 피의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별검사제 등을 조속히 도입, 사건의 본질에 대한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이루어 져야 함을 강조했다.

3일 오전 11시,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대표 문규현 신부)은 경찰청 민원실에서 '삼성 불법 정치자금 관련 검찰 뇌물 수수에 대한 엄중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청렴과 엄중한 중립성 확보를 위해, 불법 자금 수수에 연루되어 있는 검찰고위간부와 법무부 간부 등 10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검찰에 고발된 피고발인들을 경찰에 별도로 고발하는 이유를 삼성은 물론 전·현직 검사들인 피고발인들에 대한 수사에 미온적인 검사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10시 인권단체 연석회의, 민주노총 등 단체들도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삼성 X파일 철저 수사와 인권탄압 관련 사건 수사촉구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검찰이 삼성의 정관계 유착에 대한 수사는 뒤로 미룬 채, 도청행위와 보도의 위법성에 관한 수사만을 하는 것을 비난하며 삼성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와 삼성 법무팀에 포진한 검찰 출신 변호사 숫자만 보더라도, 검찰의 수사의지나 능력을 믿을 수 없다고 분노를 표현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X파일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그동안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되었던 각종 노동관련 사건들이 재조사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X파일이 드러나지 않았어도 이미 검찰과 삼성의 유착관계는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었다고 말하며, 지난해 핸드폰 불법 복제 위치추적 사건의 경우 정황과 능력과 의도상 삼성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었던 사건조차 검찰이 관련자들의 수사를 회피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항고까지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은 "삼성의 무노조 전략이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천안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한 삼성전자 천안공장의 불법파견건에 대해 발언했다.

신부위원장은 "삼성전자 천안 사업소는 1만 3천명의 노동자중 6천명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돌리고, 일방적으로 임금을 줄이는 등 노동자 임금을 최저 임금 이하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삼성의 부는 노조 결성 파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다"며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등도 삼성 이건희 회장의 구속사유임을 명확히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부인인 임경옥씨가 참석해, 삼성관련해서 투쟁해온 김성환 위원장이 2심에서 실형을 받은 경과와 그간 삼성이 벌여온 노동탄압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임씨는 이날부터 매일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재벌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역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은 범법자인 이건희를 수사하는 것부터 새로 시작해야하며, 삼성은 불법도청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삼성 본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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