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들녘 밤새 밝힌 평화의 촛불'

6일 대추리 주민, 시민들, 대동놀이하며 평화 기원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정부의 압박이 계속 될수록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진행된 황새울 들녘 대동놀이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지으며 마을 주민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새해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 7.10평화 대행진을 참여했던 학생, 노동자, 각계 시민단체들이 대추리로 한데 모였다. 오후 2시경 대추리와 도두리를 잇는 다리에 세워진 문무인상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주민들이 대나무를 한 올씩 엮어 높다랗게 솟은 문무인상은 이제 팽성을 지키는 평화의 상징이 됐다. 걷기도 힘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앞 다투어 돼지머리 앞에 절하며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했다.

고사가 끝나고, 대추분교로 가는 길에 사람들은 허수아비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 땅을 지키고 나쁜 세력을 몰아내려는 바람을 담아 주민아저씨의 말뚝질은 힘찼고, 아이들은 신기한 듯 연신 허수아비를 만져보기도 했다.

평택의 평화를 기원하는 스님들의 법회가 대추분교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해가 저물 무렵 “자! 양키놈들을 몰아내고 우리 대추리를 지켜야 쓰것는데” 라는 사회자의 추임새에 맞춰 차전놀이가 시작됐다. 대추리 위원장이 머리에 올라선 평택주민과 주한미군의 한 판 승부가 전차의 동차가 맞부딪치며 위로 솟구쳤다. 일진일퇴의 양보 없는 접전 끝에 대추리 위원장이 미군 대표측의 모자를 뺏으며 주민들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환호성이 대추리 하늘에 한가득 울려퍼졌다.

해가 저문 뒤에는 모두들 촛불을 들고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안타깝게 이 날은 미군기지확장반대에 앞장을 선 도두1리 최춘호 이장이 숨을 거둔 날이었다. “저도 죽어서 이 땅에 묻혀 거름이 되어 생명을 틔우고 싶은 데 여기서 농사짓는 분들은 더 그러실 거예요.”라며 운을 뗀 별금자리는 대금을 불며 추모사를 진행했다.

이 땅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땅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과 아이들에게 생명의 땅을 건네주고 싶다는 바람, 이 모든 바람들이 한데 모여 팽성을 지키는 커다란 힘이 되길 바라며 촛불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밤늦도록 대추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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