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공화국’이 도래하는가?

<기획기사> 가문의 영광, 민중의 위기 - 우리가 삼성과 싸워야 하는 이유 ④-의료분야편

최근 알려진 삼성생명 내부보고서에 의하면 삼성자본은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거점으로‘기존 공보험과 의료전달체계를 대체하는 삼성의료체계’ 구축을 의료분야에서의 최종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 삼성재벌의 의료전략이 현재의 의료체계 속에서 통상적인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료체계를 희생시켜 삼성의료체계로 바꾸려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그 전략은 세가지 경로로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삼성생명의 사적 의료보험을 통해,“정액방식의 암보험→ 정액방식의 다질환보장 → 후불방식의 준실손의료보험 → 실손의료보험 →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 보험 →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 등의 단계를 거쳐 ‘삼성보험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6단계 계획 중 4단계가 완성되었고, 5.6 단계가 진행중이다.

두 번째로는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삼성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전국의 11%의 병원, 서울의 병원 중 20%가 이 의료전달체계에 포섭되어 있고 서울의 몇몇 구를 중심으로 의원협력체계까지 구축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병원협력체계는 단지 기술적인 협력체계가 아니라, 삼성병원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를 통해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비를직접 심사하고 지급함으로써 실제적으로 경제적 지배관게를 수립하고 병의원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로는 삼성SDS의 e-Health 구축을 통해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될 가장 민감한 의료정보를 자신의 소유로 관리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삼성의 전략이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을 통해 집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5월 보험업법을 개정하여 집단형 실손보험을 허용하고, 이것도 모자라 올해 9월 개인형 실손보험 출시를 허용함으로써 사보험회사의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그 결과 사보험회사들은 사적의료보험하나로 보험시장의 23%를 차지하는 초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사보험회사가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자료를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변화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에서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삼성의료체계’ 구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제도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름 아닌 영리법인의 의료기관설립 허용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이다. 이미 경제자유구역 내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을 허용하였으며, 최근 입법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법(안)에서도 영리법인 병원설립을 허용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5일 구성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이러한 계획의 종합판이다. 경제자유구역이나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을 논의 중이다.

이것의 최종적 귀결은 미국식 의료체계이다. 병원과 보험자본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미국식 의료체계는 그 화려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미국GDP의 15%에 달하는 의료비(한국은 약 6%정도이다)를 지출하고도 국민건강수준은 OECD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수준이다.

질병과 의료비 때문에 매년 2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개인파산을 신청한다. 그리고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가 4천만에 달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을 비롯한 불안정노동자층이다. 자본의 이윤논리에 국민건강이 종속되는 현실, 그것이 “삼성의료공화국”의 실체이다.

강동진 /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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