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나는 전교조 교사이다”

난 6년차 교사이고 초등학교 교사이다. 게다가 전교조 교사이다. 난 그 사실이 참으로 당당하고 자랑스러웠었다. 발령 첫 해 전교조에 가입하고, 그 해 10월 3일 개천절에 있었던 종묘 집회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고등학교 때 3년을 가르쳐주신 수학선생님이셨다.

온 가족이 함께 그 자리에 참석하신 그 분은 정말 반갑게 맞아주셨고, 악수를 청하며 ‘이제는 교육 동지구나’하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의 감동이란... ‘역시... 선생님은 다르셨구나’하는 생각이었고,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도 가졌던 것 같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전교조 선생님들을 보면,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정말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대하고 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고민하는 모습에 매번 그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를, 나를 바라보는 눈길은 참으로 차갑다. ‘참교육을 이야기 할 때는 괜찮았는데, 교육은 성직인데 노동자라니. 정치적인 색깔을 담거나 편향되는 수업을 해서는 안 되는 거지’라고들 한다.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해. 내 딸이 그러면 나는 말릴 거야’라는 말도 한다. ‘우리는 공무원인데 나라에서 하는 일에 우리가 거스르면 되나’라는 말도 들린다. 그럴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왜 그 말을 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나서는 것인지 그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내 생각을 내 신념을 말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사회적인 믿음은 얻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즈음 교원평가에 대해 논의되는 것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정말 우리가, 내가 말하는 것이 집단이기주의인가. 우리 밥그릇 뺏기지 않으려고 이러는 건가... 그들의 입장에 서서 우리를,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나니, 내 안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나는, 그들의 말처럼 어떤 조직이든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나야하는데 덩치가 커지면서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들의 쓴 소리가 약이라는 생각을 했으며 또 하나는 그래도 내 판단이 옳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그게 어떠한 것이든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을 할 것이다. 그 경우 내 판단의 기준은 인권이다. 지금 이야기 되는 교원평가에 교사의 인권, 아이들의 인권이 살아 있는가, 존중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말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자기 검열 없이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권위에 의한 다스림이 아닌 두려움에 의한 복종이 아닌 자율과 존중, 배려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여전히 학교 안에서 인권을 말하고, 인권 수업을 이야기 하면 예의 편향적인 수업, 정치적인 수업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여전히 학교 안에서 교사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리는데 하물며 아이들의 목소리에 누가 귀를 기울여 주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는 것뿐이지만 그래서 나는 아이들 앞에 당당하다. 가끔 아니 자주 나를 부끄럽게 하는 존재는 아이들이고 내 옆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들인 나는 전교조 교사이다.

강현정 / 서울 창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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