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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현 정권 2년, 반여성정책

이황현아 | 노동자의 힘 회원

노무현 정권은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노무현 정권은 IMF 위기의 김대중 정권에 이어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을 완수하고자 했다. 2004년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은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무장한 세계화에 편승하여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미국 주도 전쟁에 협력하는 것으로 결과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국내에서 노동자, 농민, 여성, 이주, 실업 노동자들의 저항을 만들어냈고, 세계적으로 노동자, 소농민, 여성의 투쟁을 일으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전 세계 민중의 대립은 이라크 전쟁을 경과하며 극에 달했는데, 특히 여성의 저항과 투쟁은 만만치 않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전 세계 여성의 저항과 투쟁은 변혁의 새로운 주체로 여성을 떠올리는데 주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 땅의 여성은 어떠한가?

이 땅의 여성은 근세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중부담' 속에서 일하는 여성이 되려면 불가피하게 '출산파업'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 땅의 여성은 성차별적 노동조건 속에서 그나마 유지되어온 노동권도 박탈당하고 있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제물로 바쳐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여성인력활용방안'이나 '가사와 직장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명분이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여성 일자리는 비정규직, 서비스노동밖에는 없는데다가 노동자 정체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비공식부문에 채워져 있다. 여성 정리해고 1순위, 남성의 고용을 위해 여성의 고용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신자유주의 철의 규율, '노동유연화'에 따른 결과이다. 이는 물론 '가족임금제' 아래서 자본주의를 온존 강화시켜주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작동한 결과이다.

그래서 오늘날 여성의 상태는 "여성 가구주 가구 중 빈곤 가구는 IMF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이(40.3%∼43.8%)를 보여 남성 가구주 가구(19.8%)의 두 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한국의 여성정책 10년: 돌아보며, 내다보며, 한국여성단체연합 심포지엄. 2004.6.1) 노무현 정권이 4월 처리를 앞둔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도 파견, 기간제, 단시간 노동 확대를 골자로 한 것임을 보면, 이 개악안이 미칠 효과가 이미 여성 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 노동자임을 감안할 때, 당장 여성 노동자를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성매매 특별법, 정당법

노무현 정권 2년, 이 땅 여성의 현주소는 앞서 열거한 대로 암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인권 법률의 제정과 여성의 정치진출에 대한 추켜세우기'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노무현은 한국 여성의 권익 신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대통령으로 후대에 길이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당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은 마치 모든 여성의 숙원사업인양 받들어졌는데, 작년 9월말 시행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주류 여성계가 열일을 제쳐 추진해온 일이기 때문에 입법 상정 뒤 기간 동안 법 제정의 당위성만 제고되었을 뿐이었다. 그 결과 성매매특별법이 여성주의에 의거 '비범죄주의'를 취한다하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 결함을 야기하기도 했다. 한편 개정된 정당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50% 이상에 여성을 공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 또한 주류 여성계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여성할당제'다.

여성운동이 법제도화 운동에 치우쳤던 까닭

이렇듯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의 바통을 받아 행정·입법·사법 등 국가기관에 적극적인 여성등용정책을 써왔다. 양성평등, 참여사회를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공적영역에 여성진출은 39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활동하면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이들 국회 내 여성의원들의 활동은 법 제도화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여성의 관제고지다. 광복 후 제 개정된 여성인권 법률 3백여 건 가운데 2백 건은 90년 이후 이루어졌고 이러한 역할을 실질적으로 담당해온 부분이 이들 여성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주류 여성계가 여성의 사회진출, 정치진출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연유한다. 한국 여성운동이 법 제도화 수준에서만큼은 '건강가족법'을 만들 정도로 선진화되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여성운동은 법 제도화 운동에 한 발 치우쳐 있는데, 이는 여성운동이 역대정권의 주류화 전략에 일정한 파트너 쉽을 형성하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인권의 마지막 과제로 꼽는 '호주제'가 폐지된다면 주류 여성계는 노무현을 여성권익 신장을 위해 애쓴 대통령으로 표창할지 모른다.

포섭과 배제-일관된, 너무나도 일관된

노무현 정권의 여성정책은 정권의 대 노동정책처럼 철저한 포섭과 배제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신이 껴안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여성계에 대해서는 당근을 주어 체제 내로 편입시켜 이른바 주류화 전략에 편승하게 만든다. 이 안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을 필두로 명실상부한 여성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그룹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반대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배제전략은 여성노동운동을 향하고 있다. 여성노동운동이 아직 자기 조직화를 과제로 하고, 급진적 운동으로 전화되고 있지 못한 탓에 탄압을 전면화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주5일제 시행 후 무급화된 생리휴가, 3백만 여성가구주, 말잔치뿐인 여성일자리 50만개 창출, 여성실업률 증가와 여성의 빈곤화. 2004년 여성의 정치, 사회 진출이 요란하게 매스컴을 탄다 해도 이를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 성과로 귀결시킬 수 없는 이유다.

'여성'이 체제 유지의 마지막 보류인 이유

신자유주의 정부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요구하는 유연 안정화한 노동력으로서 여성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동시에 양육, 출산, 보실핌 노동의 온전한 제공자로서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부의 여성정책이 갖는 근본적 한계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노무현 정권의 여성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산-재생산의 위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과잉생산과 이윤율 하락, 즉 생산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전략은 재생산의 위기를 초래하고 결국 가정, 가족에게 모든 것을 내맡긴다. '가족'은 '조정 메커니즘'으로서 기능한다. 자본가에게 임금은 생산비용이지만 무임금노동으로서의 가사노동은 이러한 생산비용으로부터의 공제를 의미한다. 자본가가 노동의 재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의존하는 다양한 수단, 예를 들어 노동인구의 생활수준을 낮게 유지한다든가, 사회적 재생산비용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은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노동의 재생산비용을 절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사노동은 임금과 공적서비스와 역사적으로 주어진 생활수준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노동력 구성의 변화를 가져온다. 남성 노동자는 여성 노동자로, 내국인 노동자는 이주 노동자로, 젊은 노동자는 늙은 노동자로 채워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민족국가 안에서 노동력을 충당할 수 없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 지구화한 결과, 불가피한 미래상이다. 노무현 정부가 구사하는 '셋째 아이 낳아 국가보조금 받으라'는 출산장려정책은 유효할 수 없다. 왜냐면 신자유주의 하에서 출산장려정책의 정착이란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본주의 국가가 상정하는 노동자 개념의 재정의가 불가피해진다. 비정규, 여성, 이주, 고연령 노동자가 핵심 노동력군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다.

재생산노동을 사회화하라!

이래저래 여성들은 더욱 더 공적 영역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첫째, IMF 이후 남편 노동만으로 생계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여성이 가사 일을 전담하면서 소득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서비스산업의 성장 속에서 감정노동을 수행할 여성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자본의 요구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시장에 나온 여성들은 저임금-장시간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조건을 감내해야만 한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은 한정되어 있고, 동시에 남성 직종에 비해 가치 절하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일자리를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한다. 이 가운데 공/사 영역분리 이데올로기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여성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교묘한 기제로 작동한다. 여성노동권을 쟁취하는 데 있어 공/사 영역분리 이데올로기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것은 관건이다. 더불어 재생산노동의 사회화가 전제될 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로서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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