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자본주의 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로!

사회진보연대 출범 1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오늘날 범세계적인 수준에서 전개되는 자본주의 위기의 여러 징후들, 즉 경제위기 생태위기와 그 결과로서 반복되는 전쟁, 인종주의, 여성에 대한 폭력의 점증, 그리고 노동자 대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강화를 목도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비극적 결말이다. 나아가 오늘날의 정세는 ‘낡은 것은 사라졌으되 새로운 것이 출현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자본주의의 위기가 정확히 인류 문명의 위기에 조응하는 국면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국제적 민중적 대안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건설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반동적 야만적 질서로의 퇴행을 무기력하게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정면으로 대결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사회운동의 이념의 재건과 민중의 연합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결정적인 과제로 제기하는 까닭이다.






1.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가시화된 세계 경제위기는 금융의 자유화를 절대 선으로 간주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파산을 의미한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신흥 20국은 파국적 금융위기에 대한 사후처방으로 금융메커니즘과 국제금융제도에 대한 부분적인 위험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금융세계화의 중단이 아니라 지속, 또는 그 모순의 심화를 의미하는 이러한 조치들은 뿌리에서부터 진행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위기를 역전하는 데 결국 실패할 것이다. 20세기 후반 이래 장기화하고 있는 이윤율의 하락 추세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궁극적 한계를 설정하며,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적 차원의 대불황이 회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 체계의 위기이자 곧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지배계급의 무능력을 표현한다.




2.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만성적 불황과 부의 해외 유출이 구조화되었고 자산소유 계층으로 소득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집행자였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우익적으로 승계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목록들이 그 모순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초민족적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철저히 잠식당한 한국경제가 최근 금융위기에 그 누구보다 취약하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산업 분리 완화,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등을 추진하면서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이미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시킴으로써 궁핍과 불안전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 계급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요구할 것이다. 더욱이 향후 미증유의 규모로 전개될 경제위기는 지배계급의 격렬한 공세를 예고한다.




3. 그러나 자본주의의 위기가 격화되는 동시에 사회운동의 입지가 축소되는 오늘의 역설적 상황이야말로 우리에게 비상한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5년 출범 이후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에 매진해왔으나, 산별교섭은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1997년 국민승리 21 이후 10년에 걸친 진보정당운동은 민주노동당의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신축화가 심화되면서 노동자계급 내부의 격차는 점차 확대되었고, 노동조합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일상화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분열은 이러한 민주노조 운동의 무기력과 정파 간의 갈등이 파괴적 양상으로 결합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운동 내부의 고착화된 세력 구도가 상호 경쟁하는 정파 간의 대립을 증폭한다면 궁극적으로 민주노총의 분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4. 이런 상황에서 허구적 개혁주의와 제휴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반대한다는 구태의연한 관념이 재현되고 있는데, 이는 민중연대투쟁을 이완시키고 사회운동의 자율성을 침식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경향이다. 우리의 과제는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교리를 패퇴시키는 것은 물론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실패를 좌파적으로 비판하며 운동의 주도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사회운동의 대중적 역량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객관적인 현실의 모순이 주체의 대안을 점점 더 급진화할 것이며, 따라서 사회운동의 일관된 요구와 행동은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으로서 정치의 새로운 국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5. 사회운동의 통일과 주도성은 경제위기 아래 자본의 손실을 사회화하고 그 부담을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는 국가와 자본에 대한 공동대응으로부터 형성된다. 노동조합 정당 사회단체 등 조직 형식을 망라하여 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시급히 개시하고 공동의 투쟁 조직을 결성하자. 총연맹 산별노조 차원에서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임금과 고용에 관한 투쟁 요구안을 준비하고, 전국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 지역 및 현장 활동가들의 논의를 활성화하도록 하자. 우리는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방어와 더불어 금융에 대한 전면적인 억압과 통제를 매개로 투쟁을 진전시킴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회화와 노동자통제 같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6. 동시에 우리는 복수의 진보정당 운동의 출현이 민주노조 운동의 분할과 분열의 계기로 작동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우리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경과하며 현실적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현 집행부가 기존 방침을 무리하게 고수할 경우 이는 장차 민주노총의 분화의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현재 추진 중인 복수의 정당 운동 흐름이 ‘사회운동 정당’의 지향으로 통합적으로 구성되기를 희망한다. 현재 좌파 정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정당 운동’에 동의하고 이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들만을 고려한 계획이 아니라, 노동자운동의 단결의 확대와 강화라는 관점 속에서 민주노총 내부의 혁신과 통합을 추구함으로써 역으로 정당들의 통일을 지향하는 흐름으로 거듭나야 한다.




7.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대안세계화 운동의 선언은 ‘좋았던 옛 것’으로의 맹목적 복귀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 대한 막연한 희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착취와 억압의 최저한도’를 출발점으로 한다. 따라서 이행을 예비하는 노동자운동은 노동시장 노동과정 노동력재생산의 불안전화와 국가와 자본에 의한 노동자 대중의 분할 관리에 맞서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농민 빈민 등 계급 대중의 ‘계급동맹’을 구현하고 대중운동 내의 능동적 분파 사이의 연대를 실현하는 방안을 핵심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는 거대한 비극으로 막을 내린 20세기 현존사회주의의 역사적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노동자 통제 없는 국유화와 계획화, 노동자연합의 정치적 주도성이 상실된 당-국가 정치, 민족주의에 굴복한 국제주의와 같은 모순과 오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8. 대안세계를 지향하는 민중의 연합은 세계화가 야기하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극단적 폭력에 맞서 공동체의 이념과 원리를 새롭게 정초해야 한다. 대안세계는 임노동의 착취의 새로운 형태들과 영역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노동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지적 차이를 축소할 권리도 옹호해야 한다. 또한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보편주의로서 페미니즘을 수용함으로써 성적 차이에 대한 권리를 옹호한다. 나아가 생태파괴-질병-전쟁으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권리도 발명해내야 한다. 대안 세계를 지향하는 사회운동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며, 차이를 존중함으로써 연대를 추구하며, 자기통치의 방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9. 사회진보연대가 1998년 IMF-DJ 체제 아래 신자유주의 비판과 새로운 사회운동의 정형 창출을 기치로 출범한지 정확히 10년이 지났다. 현존사회주의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적 반격 속에서 대안세계의 모든 가능성이 소멸한 것처럼 보이던 암울한 시기에, 우리는 ▲사회운동의 변혁적 사상과 이념의 재건 ▲신자유주의적 금융 군사세계화에 대한 국제적 민중적 대안의 모색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혁신을 주요 과제로 정립하면서 묵묵히 걸어왔다. 물론 불철저한 인식과 미숙한 경험으로 말미암아 실천의 오류와 한계는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엄정한 자기비판 속에서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엄중한 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우리는 금융위기에 대한 사회운동의 공동 대응을 촉진함으로써 지배계급의 무능력과 대비되는 대안을 투쟁 속에 건설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총과 정당운동을 내부적으로 혁신하려는 여러 흐름들의 갈등적 수렴을 매개함으로써 사회운동이 대안적 정치 세력으로 다시 등장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우리는 반전 반빈곤 운동이나 평화 인권 생태운동 등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다양한 운동 흐름들이 전국적 지역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틀거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운동의 연합을 강화할 것이다. 노동자 민중 운동의 혁신과 단결로, 노동해방 여성해방 인간해방의 확신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 자본주의 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로, 사회운동의 이념을 재건하고 민중의 연합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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