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정권에 의한 국민 살해를 규탄한다!

용산 참사를 부른 이명박 정권과 서울시 개발 정책

용산 참사는 정권에 의한 국민 살해다

이명박 정권이 개각을 단행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20일 아침, 공권력이 용산 국제빌딩 4구역에서 생존권을 외치던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한 겨울 강제철거에 내몰린 이들은 불길에 휩싸이기까지 겨우 하루 농성 동안 ‘강제로 쫓아내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을 뿐이다. 단번에 6인(철거민 5인, 경찰 1인)의 생명을 앗아간 정부의 잔혹한 살인행위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고 거리로 나섰다. 개각을 단행하고 2월 쟁점 법안 처리를 앞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설 이전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처음부터 ‘우선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며 화염병 등 과격시위를 문제 삼던 이들은 날이 갈수록 ‘고의방화’, ‘자폭테러’ 등의 망발을 일삼으며 살인진압을 옹호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철거민을 보상금을 노린 세력으로 매도하고 전국철거민연합을 배후테러세력으로 지목하는 전형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도 고인들의 시신을 임의로 부검하며 사건의 참상을 최대한 숨기고 사태를 빠르게 종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철거민 5명을 화재 원인 제공자로 구속하고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면서 경찰의 책임은 면제해주었다. 살인진압의 직접적 책임자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도 숨진 경찰의 영결식에서 불법폭력시위 운운하며 ‘법질서 확립’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고, 그의 거취를 놓고 눈치를 살피던 청와대는 경찰청장 내정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도심 극렬시위 진압의 불가피함’은 시위 시작 시점부터 특공대 배치를 명령한 점이나 사고 위험을 알면서도 대책 없는 진압작전을 펼친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무자비한 개발로 살 곳을 잃은 철거민들의 싸움에 대해서도 개발광풍을 목도한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정부와 언론은 ‘누구의 직접적인 잘못이냐?’를 따지는 진상조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진짜 원인을 은폐하려는 시도이고, 적어도 철거민의 폭력‘도’ 문제라며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다. 나아가 촛불집회 강경 진압이나 공안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스타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법시위 엄단, 무관용의 원칙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은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방식이 만나 일으킨 참사다. 따라서 철거민들이 살기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왜 자꾸 벌어지는지, 신자유주의 정부가 이 같은 도시개발사업에 시민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덤벼드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결국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설 연휴를 거치면서 여론이 약화되는 틈을 타 정부와 보수언론은 더욱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건을 둘러싼 논점은 ‘누구의 손에서 불이 났느냐’에 갇혀버릴 가능성이 높다. 민중운동은 명백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사태의 책임을 철거민에 떠넘기고 조금의 후퇴도 없이 개발의 불도저를 계속 밀어붙이는 정권에 대해 개발정책 중단과 공권력 살인진압 처벌을 요구하는 단결된 투쟁을 조직해야한다. 우선 사건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보자.


개발 사업에서의 거대한 유착 구조

지난 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와 전세금도 제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유일하게 용산지역의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용산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에 14.02% 상승했고, 2008년에는 15.63% 상승해 전국 1위의 상승률을 보였다. 용산지역 주택가 상승의 원인은 서울시가 주력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이다.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용산공원 조성’ 등 한강 주변 전반을 재개발하고 이들을 잇는 28만7300㎡ 넓이의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용산링크 지하도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국내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는 28조 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었다. 한강주변을 강남에 버금가는 서울의 부도심으로 조성하고 1.200만 관광객을 유치해 서울을 경제문화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2001년 용산 특별구역 개발사업계획 발표 이후 용산지역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수많은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용산지역 개발 사업으로 토지소유자로 이루어진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 건설이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재개발을 통한 시세차익과 개발수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하고, 일시 철거로 철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용역을 고용해 일상적으로 주민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둘렀다. 용산 4구역의 많은 세입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행해지는 용역깡패의 폭력에 어쩔 수 없이 적은 보상금을 받고 도시 변두리로 쫓기듯 떠났다. 마지막까지 남아 저항하다 결국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진압당한 이들은 용역깡패의 폭력을 매일 마주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 살 길이 없는 절박한 이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용역깡패를 앞세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직접 건설사를 지원한 정부와 서울시, 투기경영을 일삼는 건설사와 시세차익을 노린 땅부자, 그리고 용역깡패의 만행에는 눈감으면서 철거민을 폭도로 모는 공권력의 거대한 유착과 폭력의 구조에 맞서 싸운 이들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건설사와 땅부자, 그리고 공권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폭력의 구조는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만 22개, 경기 13개 등 전국 51개 지역이 뉴타운지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 전역의 재개발(299개 구역), 재건축(266개 구역)과 도심개발의 확대는 소형, 다가구/단독 등 기존의 저렴한 주택을 급속도로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 이주를 발생시켜 개발구역 주변의 전세 값마저 폭등시킨다. 현재 뉴타운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세입자 비율이 72.5%가 넘는데, 원주민 재정착률은 17~25%에 불과하다. 나머지 세입자와 영세 가옥주는 살던 곳을 떠나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면서 개발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주거와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렇게 살 곳도 잃고 생계의 수단도 잃은 이들이 정당한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이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하지 않고 투기와 싹쓸이 개발을 추진하는 거대한 폭력은 용산 참사를 부른 구조적 원인이며 여전히 민중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건설업 부양을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의 위기관리를 자기 역할로 삼아온 한국정부는 부동산과 건설업에 관한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투기활성화 정책을 번갈아 쏟아내며 경기부양 명목의 투기확산-집값 폭등 뒷수습을 계속 반복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건설업에 대해 과감한 규제 폐지를 단행했지만 1년 만에 집값이 16%나 폭등했고 뒤이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노무현 정부도 초반에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전국토에 투기 바람을 불러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개발, 청계천 복원 공사 등 개발을 통해 서민들과 노점상의 생계를 빼앗아 건설자본의 배를 불렸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섯 차례에 걸친 부동산․건설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도시 개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은 부실 투기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지원과 개발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건설경기부양정책과 함께 수도권 투기확산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부풀려진 부동산 거품에서 얻는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이윤은 건설업에 지원된 공적자금과 살던 곳에서 쫓겨난 수많은 철거민들의 부담으로 채워졌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왕십리, 상도4동, 가재울 등 이미 수많은 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도시개발정책에서 주거와 생계대책을 잃은 주민들의 싸움이 빗발치고 있다. 개발정책을 둘러싼 정부, 지자체, 건설사, 투기세력, 공권력의 유착과 이명박식 공안통치, 강경진압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민중운동의 요구는 진상조사 논리에 갇힌 주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위기를 맞은 신자유주의 정권이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투기를 조장해 자기 생존을 부지하려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과 강경진압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을 살해한 공권력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용산 참사는 개발정책과 공권력에 의한 국민 살해다!
살인 개발정책 중단하라!
강제철거 즉각 중단하라!
투기를 목적으로 서민들의 생존을 강탈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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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 용산 , 철거민 , 주거권 , 부동산 , 뉴타운 ,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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