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6.2 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의 험로

6.2 지방선거 결과 약평과 과제에 대해

6.2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패배와 진보대연합의 실패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으로 유지해온 여론조사 대세론과 천안함 사태 효과에 도취해 있다가, 강한 역풍을 맞아 패배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야권단일화 프레임을 밀어 붙인 민주당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반MB연합에 밀린 진보대연합 노선은 일찌감치 좌초하고 말았다. 반민중적이고 무능한 이명박 정권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만을 기본으로, 대중들은 정치적 구심점을 찾고 있지 못하지만 진보세력들 또한 신뢰할 만한 세력으로 자신을 확립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진보정치 또한 여타의 기성정치 세력들과 구분되는 사회운동 정당으로서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선거결과를 놓고 우리는 주되게 첫째, 촛불 이후 숨죽여온 민심이 되살아난 것으로 설명되곤 하는 한나라당의 패배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둘째, 민주당 선거승리의 견인차가 된 야권단일화, 반MB연합 바람 속에서 진보대연합은 어떻게 좌초되었는지를 따져 보고, 셋째, 지방선거 이후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패배의 정치적 의미: 정박점을 잃고 표류하는 대중정서의 반영

별다른 쟁점 없이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됐던 6.2지방선거가 이변을 낳았다. 지방선거 전 기간을 지배했던 천안함과 한나라당 대세론이 강한 역풍을 맞은 것이다. 광역단체장에서 7(+친노 무소속1) vs 6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섰고, 기초단체장에서도 92:82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하지만 지난 2002년, 2006년 선거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 심판론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것에 비교해 본다면, 그렇게 호된 심판을 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애매한 결과다. 정당득표율에서도 한나라당은 39.8% vs 35.1%로 여전히 민주당을 앞선다. 정당 지지율이 앞서지만 당선자수에서 뒤진 것은 한나라당의 경우는 당내 공천탈락자들과 보수후보들이 분열하여 출마한 반면, 민주당은 야권단일화로 뒷심을 발휘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선거이변은 날로 불평등해지는 경제위기 현실에 대한 대중의 강한 불만과 대안부재가 낳은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기본 배경으로 한다. 특히 결과적으로는 현직들이 선거에서 일반적으로 패배하는 ‘현직의 위기’ 현상이 관철된 것이다. 선거 직전까지 한나라당 압승으로 나타나던 판세가 불과 며칠 사이에 뒤집힌 사태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명박정권의 무능과 억압적 보수주의,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근저를 이루었겠지만, 사태를 보다 극적인 형태로 연출한 것은 정치적인 정박점을 잃고 표류하는 대중정서다. 즉 선거이전에 나타난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민심의 보수화가 아니었듯이, 한나라당 패배로 역전된 투표결과 역시 며칠사이에 민심이 진보 개혁적으로 돌아 섰다고만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발 때문에 민주당을 찍었지만 대중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을 완전히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대표자와 피대표자간의 균열과 괴리가 크고 대표자들이 미디어나 이미지에 의존하다보니 감정적 과장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행태가 역으로 대중들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여론조사기법의 신뢰도 같은 기술적 요인들을 따지기에 앞서, 원래 한나라당에 주어졌던 지지도 역시 현실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구정권에 대한 반발의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불과 3년 전에 ‘놈현스럽다’는 말을 사전(국립국어원 신조어사전)에 등재시키네 마네 하던 상황을 떠올려 보라! 당시 ‘놈현스럽다’는 항간의 우스갯소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과 국가권력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불신과 분노를 대변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 위기에 맞서는 좌익적인 이념과 실천들이 대안을 형성을 하지 못한 가운데, 불안정한 대중정서를 이용할 뿐이고 그 위험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반MB연합 류의 포퓰리즘 정치가 힘을 얻는다는데 있다. 반민중적인 정권을 심판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힘을 키우기 보다는 대중적 분노의 힘을 소진시키고, 그 불안정성만을 키울 뿐인 포퓰리즘 정치의 위험이 대안 좌파형성의 정치적 토양을 침식하는 형국인 것이다.


후보단일화 프레임이 아닌 사회운동 프레임으로 진보대연합을 !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좋은 뜻과는 달리 민주대연합과 반MB연합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핵심이유는, 그것이 민주당 주도의 ‘후보단일화 프레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을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표몰이로 동원할 뿐이며, 이명박은 안된다는 감정적 선동이 모든 정책적 계급적 이념적 차이를 압도하는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반MB연합의 승리로 세종시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지역개발정책이나 무상급식 같은 부분적인 정책수정은 가능할지 몰라도, FTA나 노동악법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이 변경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거놀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의 실현 여부가 우리의 관심사였다. 선거준비 초반까지 양 진보정당은 원칙으로나마 <先진보대연합, 後반MB연합 활용>을 천명했다. 민주당이 지닌 현실적인 힘의 우위를 진보진영의 선 단결을 통해 완화시킨 뒤에, MB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와 민주당의 현실 득표력이라는 실리를 챙기자는 현실론이었다. 그러나 양 진보정당은 처음부터 ‘사회운동 프레임’으로서의 진보대연합을 생각하기보다는, 진보양당간의 ‘후보단일화 프레임’으로서 진보대연합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선거 준비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자마자 작은 단일화 프레임인 진보대연합은 큰 단일화 프레임인 반MB연합에 압도당하게 되었고,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연합을 따라 떠나고, 진보신당은 독자노선과 반MB연합 사이를 우왕좌왕하며 주저앉게 되었던 것이다.
뒤늦게 미약한 힘이나마 몇몇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사회운동 단위들이 진보양당간의 先진보연합 추진을 위해 테이블을 구성하려했으나, 그때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고, 지역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세력의 힘이 전체 선거 판도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결과를 민주대연합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세인식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관점이다. 나아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다수파를 포함한 민주대연합파들은 벌써부터 2012년 민주당과의 공동 집권, 공동내각구상을 공개석상에서 천명하고 공식적인 문건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경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불출마하거나 사퇴했다. 이를 대가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인천 남동구과 동구 구청장을 얻었다. 또 그 외에 울산 북구청과 142석의 지방의회 의석을 얻는 선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승리가 민주당의 포퓰리즘적인 선거연합의 일부분일 수는 있어도, 선거 이후 노동자 민중운동의 성장과 단결을 전진 시키는 것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MB만은 안 된다, MB만은 피하고 보자는 식의 평가는 자족적이다. 물론 특정 시점과 조건에서는 불가피한 ‘차악의 정치’, ‘방어적 선거정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진보정치의 이념과 노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러한 특정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히 노력했는지, 패권적인 민주당 중심의 무분별한 야권단일화 바람에 줄서기를 하며 콩고물을 챙기는데 급급했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더욱이 지난 10여년간 이어져온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운동혁신의 노력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행위를 전술적이고 일시적인 방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 크다. 한편으로는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찾아 현안문제의 해결을 약속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그 뒤에서는 민주당과의 정책공조로 권력 분점이니 공동 집권이니 하는 전략을 전략이랍시고 내세우는 것은 노동자 정치를 팔아먹는 작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노조탄압을 막는 방어 효과 역시, 단순한 주관적 안도감을 넘어서는 어떤 효과가 있을 수 있는지는 불분명한 일이다. 오히려 위기에 빠진 노동자운동이 근본적인 자기혁신을 이루는 것을 막아서고 장기적인 대안전략 마련을 유보하면서 기득권 지키기와 자기만족적 양보교섭을 일상화시킬 위험이 커질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좌파를 자임하며 분당한 진보신당 역시 5+4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내쫓기다시피 독자노선을 선택했으나, 당의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선거와 경기도선거에서조차 민주당과의 연합에 관해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했다. 광역의원 3석을 포함해서 25석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지만, 진보신당의 이번 선거결과는 당의 존립과 정체성을 위협할만한 지경이다. 이러한 진보신당의 실패는 진보신당 스스로가 짊어져야할 몫이겠지만, 민주대연합에 우선하는 진보대연합을 주도하고 상징했던 정치세력, 민주노동당이 아닌 좌파 진보정당을 자임했던 정치세력의 실패라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대안 좌파 형성의 험로에서,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고립과 분열을 이겨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중운동과 이념에 기반하지 않은 노동자 정치가 발붙일 곳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견지했으나 3%대의 저조한 득표율과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지게 된 진보 정치인 노회찬의 현실이 그러하다. 길은 하나다. 무너진 원칙을 바로 다시 세워 나가는 것이다.
당장의 일시적인 고립을 두려워해서 민주당과의 연합을 노동자 민중에게 강변하는 자기기만에 빠진다면, 무너진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복원과 계급형성 이행전략 대안의 수립은 마지막 남은 재생의 싹마저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구체적인 기반과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회운동노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회운동 노조가 주동이 되는 노동자대중운동만이 정치적 고립과 분열을 극복할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정권은 한편으로는 기왕에 조성된 대북긴장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위기를 동반하며 심화 확산된 남유럽발 경제-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하여, 늦춰진 건설사 워크아웃과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을 필두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세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잠시 잠깐 이명박의 공세가 늦춰지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당선된 민주당 당선자들은 98년의 김대중이 그랬듯이 파탄난 지방재정적자를 해소하는 해결사로 나서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위기의 격랑과 한반도 전쟁위기 국면이 더욱더 심화된다면, 민주당과의 연합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끊임없는 양보와 굴종만을 강요할 뿐이다. 빛좋은 개살구 같은 반MB 연합의 정치로 노동자 정치를 팔아먹을 것인가, 표류하는 민심의 큰 흐름을 다잡아, 노동자민중운동의 힘을 믿고 의지하면서 노동자 민중정치가 직면한 고립과 분열의 난관을 이겨나갈 것인가! 이것이 지방선거 이후 노동자 사회운동의 연합을 통한 대안좌파 형성의 험로가 놓인 첫 번째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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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지방선거 , 진보대연합 , 포퓰리즘 , 진보신당 , 민주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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