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정치적 함의

한반도가 전쟁훈련장이자 동아시아 해상패권경쟁의 시험대가 되어야 하는가?

2010년 7월 9일 <천안함 사태>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되었다. 성명은 “안보리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남한은 ‘공격을 규탄한다’는 문구를 강조하고 북한은 자신이 공격 주체로 직접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서로 외교적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의장성명은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며,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속한 시일 내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과연 ‘포스트-천안함’ 국면이 어떤 식으로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천안함 성명 발표 이후 무력시위 차원에서 추진했던 한미연합 해상훈련의 장소와 규모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양국이 6월 7∼10일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해상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한다는 계획이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부터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며 훈련계획을 세부적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훈련이 계속 연기되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7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7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국방장관 회의인 2+2회담에서 훈련계획이 확정되고 7월 중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러 패키지 훈련 중 일부는 동해에서 일부는 서해에서 전개되며 특히 관심이 모였던 조지워싱턴호는 동해 훈련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한미연합훈련이 계속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가?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전략의 변화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이번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자.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변화하는가?

2010년 5월 26일 한국을 방문한 클린턴 국무장관은 대북정책에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2009년 12월 북한 방문 후 ‘지금은 전략적 인내의 시기’라고 발언했다. 전략적 인내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이 상당히 오랫동안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함의는 무엇인가.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배출한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2009년 6월에 발표한 보고서 <환상을 품지마라: 북한에 대한 전략적 주도권을 회복하자>를 참고하면 대략 그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략적 관리’라는 개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시설을 군사적 타격을 통해 제거하겠다는 발상이나 외부에서 북한의 정권교체나 붕괴를 유도한다는 발상은 비현실적 환상이라고 전제한다. 즉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정부가 취해야 할 유일한 장기목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러한 장기목표가 단기적으로 성공 가망성이 낮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전략적 관리’라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중단기적으로 미국정부가 동북아의 미국 동맹국에게 핵․재래식 전력을 통한 억지력을 보장하고 북한의 핵 물질․기술 이전을 억제하며 동북아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충돌을 예방하며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복귀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정부는 장기목표의 달성을 위해 중단기적으로는 현상유지를 추구하되 북한과의 최종적인 협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새로운 현상유지’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런데 새로운 현상유지 국면을 형성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중국이 대북 압박이나 제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거나 대중국 정책에 변화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나쁜 경찰, 중국이 좋은 경찰’을 맡는 그림이 연출되면서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새로운 대안처럼 보이는 효과를 향유하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되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동아시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새로운 외교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6자회담을 폐기하고 미국-남한-일본 3국 동맹을 전면화하자는 제안이 있다. 여기에 호주, 유럽연합, 러시아를 묶어 ‘의지연합’을 형성하여 중국의 안보와 동북아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중국을 자극해야 한다,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남북 양자 평화협정을 중재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나아가 중국에 강한 군사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참여 없이 북한 핵에 반대하는 연합(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을 구성하여 중국과 북한에 대한 고강도 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초현대식 군사장비를 일본, 한국에 판매함으로써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키자는 것이다. 중국이 계속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국의 안보전략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킴으로써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진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의 태도 변화를 매개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유도한다는 주장도 동시에 펼치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주의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이 중국 배제 전략, 나아가 군사적 압박 전략을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할 것 같지는 않다. 이른바 G2, 미중전략경제대화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입장도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경제의 위기,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포괄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한을 압박하는 강력한 무력시위이자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을 중국에 과시하려는 이중적 노림수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미해상훈련과 대북 군사압박

조지워싱턴호가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0월 13~16일에도 조지워싱턴호가 3박 4일간 한국에 들어와서 서해상에서 벌어진 ‘북한 특수부대의 해안침투를 가상해 실시하는 훈련’에 참여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방어가 아니라 명백히 선제타격을 노리고 진행된” 훈련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북한은 훈련이 벌어지기 직전인 10월 10일 동해와 서해에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선박항해금지구역을 선포했고, 12일에는 동해안에서 단거리 미사일 5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은 북한의 조치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계의 표시하고 분석했다. 당시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북한의 영해를 침범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고, 서해 해상훈련과 작전계획 5029 문제를 계속 언급했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협상을 통한 북한 핵의 제거’를 강조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강력한 대북 군사압박과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핵 이전의 차단을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한반도 ‘비상계획’을 강조하는 흐름이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곧 비상사태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북한이 역사상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시각에 따라 (권력승계 위기 가능성, 경제 상황 악화, 국제적 고립 등) 특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구상이 무엇인지는 불확실하지만, 현재 작전계획 5029가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북한의 권력승계 불안과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한미 양국이 공군력을 활용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 30곳을 일거에 파괴하고 해병대를 북한에 강습 상륙시킨다는 작전계획 5029의 세부 내용이 일부 공개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미국이 대북정책이 선의의 대화 협상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 즉각적인 선제타격이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는 않으나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과 차단은 한반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한미해상훈련과 미중 해상패권 경쟁

2009년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이 남북 긴장을 비상하게 높이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2010년 한미 해상훈련은 중국 대 한국, 미국의 외교쟁점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2009년 3월에는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군사경쟁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은 2009년 3월 8일 남중국해 하이난 섬 부근 공해상에서 중국 해군 함정 5척을 동원하여 미국의 정보수집 함정인 임페커블호의 항해를 방해하며 상당 기간 대치를 했다. 미국은 민간 함정에 대한 공격이라며 거세게 항의를 했고, 중국은 임페커블호가 사실상 간첩선으로 중국에 대한 간첩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곳이 자국의 EEZ에 속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어느 나라 선박이라고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국제수역으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특히 남중국해가 한국과 일본의 유조선이 중동으로부터 원유를 수송하는 주요 루트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의 해상패권을 둘러싼 갈등의 화약고가 될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들어서면 베이징, 톈진, 랴오둥반도 등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가 600㎞의 작전반경 안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중국을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또한 미 해군의 대형 잠수함 3척이 6월 28일 한국 부산, 필리핀 수빅만,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기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구에 들어왔으며, 이렇게 한꺼번에 핵잠수함이 이 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이례적인 일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 3척에 육상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토마호크 미사일 462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이는 미 해군 7함대 토마호크 미사일 전력의 60%를 차지한다. 반면 인민해방군 동해함대 산하 제91765부대는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중국 동남부 저장성의 저우산~타이저우 동쪽 연안의 5개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한다는 일정을 정부 사이트에 공고했다. “인민해방군이 군사훈련 계획을 미리 공고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한·미 양국의 합동 군사훈련이 중국에 대한 도발로 해석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중국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이 단지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미국과 중국의 대응을 통해 여실히 확인된다.

한반도가 전쟁훈련장이자 동아시아 해상패권경쟁의 시험대가 되어야 하는가?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거한다는 것이지만 그 실행 과정에서 경제제재, 군사적 압박의 수위가 점차 더 높아지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에 중국을 동참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중국이 계속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국을 배제하거나 중국에 군사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동북아 미중 해상패권 경쟁과 맞물려 동아시아에서 더욱 호전적인 기운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천안함 사태을 빌미로 더욱 강화되고 있는 남한의 전쟁태세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전개되어야 한다. 곧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롯해 ‘국방개혁’이라는 이름의 군사현대화, 작전계획 5029를 포함해 호전적인 대북 전쟁계획이 그 자체로 전쟁유발요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2010년은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맞는 해다. 혹자는 지극히 불완전한 정전협정 체제에서 남과 북의 전면전이 발발하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반도 정세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처럼 미국의 한반도 영구주둔은 동아시아에 영구적 전쟁유발요인으로 기능한다. 정전협정 체제의 종식은 단지 전쟁상태의 종결이 아니라 전쟁이 재발할 수 있는 구조의 종식, 곧 외국군의 철수와 남북의 근본적 군축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