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 함께 싸우자!

1017 빈곤철폐의 날, 주목해 볼 반빈곤 투쟁 현안




송파 세모녀의 죽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빈곤 문제가 뜨겁게 사회를 달궜지만 정작 민중들의 삶은 형편없이 얼어붙어 가고 있다. 10월 15일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연평균 실질임금 증가율은 1.28%로 같은 기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3.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프를 보면 2012년을 제외한 4년은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았으며,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도 두 번이나 됐다. 한편 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임금불평등(하위 10% 임금 대비 상위 10% 임금)은 4.85배로, OECD 33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반면 조세 체계를 통한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세전 빈곤율-세후 빈곤율 차이는 0.176%인데 반해 한국은 겨우 0.024%였다. 차이가 가장 큰 프랑스는 0.268%로 한국의 세전-세후 빈곤율 차이보다 11배나 큰 수치다. 2015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370원(7.1%) 인상에 머물렀고, 최저생계비는 겨우 2.3% 인상돼 1인 가구 기준 현금급여가 여전히 50만원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이니 요즘 사람들이 옷깃을 더 꽉 여미게 되는 것은 비단 찬바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저임금과 부실한 사회보장 속에서 노동자 민중은 기본적인 생존의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무책임하고 반민중적인 국가와 자본에 맞서 전국 각지에서 기본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반빈곤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은 빈민, 장애인, 노점상, 철거민 등이 거리에 나와 빈곤 철폐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날이다. 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빈곤의 현실을 폭로하고 빈곤 철폐를 위해 끈질기게 싸우고 있는 반빈곤 투쟁들에 주목해보자.

송파 세모녀의 죽음, 진정한 대책을 요구한다!

송파 세모녀의 죽음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복지부에서는 조속한 일제조사를 실시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하였고, 정부여당은 ‘복지3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정부여당과 정치권의 대책은 송파 세모녀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일까? 세모녀와 같은 죽음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두 틀린 대안이다.
지난 3월 일제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전월,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74000명이 복지지원을 신청했지만, 긴급복지·기초생활보장의 지원 완료는 단 6700명에 그쳤다. 신청한 10명 중 1명도 지원받지 못한 것이다. 애초에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구멍 난 채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기 위해선 부양의무자기준과 근로능력기준 등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부양의무자기준은 기초생활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중 누구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이 잡히면 수급 탈락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소득이 잡히는 가족이 자신을 부양할 관계가 아니어도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 근로능력기준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자활사업 참가를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실시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실제 취직이 어려운 사람까지도 근로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추정소득을 부과해 소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수급비를 깎거나 수급 자격을 박탈한다.
정부여당이 제개정을 주장한 ‘복지3법’은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이른다. 이 중 세모녀에 해당되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현재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통합지급하는 수급비를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의 급여로 나누어 부처별로 쪼개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각 부처 장관의 재량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이는 최저생계비를 해체하여 기초생활보장법 자체를 약화시킬 위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의 실체는 수급기준과 급여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개별 수급자에 대한 보장성은 축소하는 명백한 개악안이다.
절대빈곤층 410만여 명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35만 명이다.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두 배 이상 많은 현실은 애초에 제도가 사각지대를 설정해 놓았음을 뜻한다. 이것이 송파 세모녀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배경이다. 복지3법은 이에 대한 해결은커녕 더 많은 사각지대를 만들 것이다. 빈곤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부양의무자기준과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최저생계비는 빈곤층을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다. 진정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수급기준인 최저생계비 인상이 최우선이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정부여당의 ‘복지3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제대로 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점상 불법철거·강제철거 중단하라!

지난 8월 22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강남구청은 강남대로 노점상 철거를 위해 용역반원을 미리 계약해 두었다. 그러나 당일 강남대로 노점상들이 다른 일로 장사를 접고 있자 강남구청은 계약해둔 용역반원을 급박하게 양재역으로 돌렸다. 100여 명의 용역반원과 20여 명의 공무원은 양재역 인근 단 6명의 노점상을 철거하기 위해 들이닥쳤다. 사전 계고장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담당 공무원은 용역반원들 사이에 패찰조차 없었다. 용역들은 노점상의 사지를 제압하고 마차를 무자비하게 부쉈다. 강남구청은 강남구내 모든 노점상에게 폭력과 단속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와 다른 구청과 노점상들이 협력적인 거리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대조된다. 단속 위협에 시달리던 노점상들은 강남대로에 모여 함께 강남구청에 맞서기 위해 농성에 들어갔다.
매월 4일, 9일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 서는 온양장 상인들도 노점 철거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온양장은 5년 전 아산시의 요구로 원래 장이 섰던 곳에서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으로 이전했다. 이전 당시만 하더라도 온양장을 특화시키겠다며 아산시가 발 벗고 나서 허가를 내주고 고시까지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산시는 그동안 멀쩡히 하고 있던 먹거리 장사를 LPG 가스 폭발 위험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온양장 상인들은 대체연료사용 등 자구책을 냈지만 아산시는 계속해서 핑계를 대며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사실 가스 위험은 명분일 뿐이다. 아산시장은 이미 당선 직후 온양장을 폐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바로 5일장이 재래시장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여론을 의식해서이다. 아산시장은 지역을 떠도는 온양장 상인들보다, 지역 표심인 재래시장 상인들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정치적 실리에 따른 얕은 판단을 한 것이다.
노점상 평균 연령이 50대를 선회하고 있는 현실은 중장년 일자리 문제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퇴직 후 생계의 곤란을 겪는 중장년층들은 새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시 일용직이나 자영업으로 유입된다. 임시 일용직은 기존 직장과 비교할 수 없는 저임금이지만 이 마저도 얻기가 쉽지 않으며, 자영업 창업자들은 3년 내에 폐업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59.5%)이다. 노점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을만한 기반이 없는 사회에서 노점상에 대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철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노점상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

홈리스 유인 요양병원의 실질적 해결책을 요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받는 일반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일당 정액제로 급여가 산정된다. 즉, 머릿수대로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람을 끌어올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노다지인 것이다. 그렇기에 전국 주요 역에서는 홈리스들을 픽업하려는 요양병원 차량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브로커들은 술·담배로 홈리스들을 유인하여 강제입원시킨 뒤 감금·폭행을 일삼고, 요양급여로 부당이득을 취한다. 지난 7월 홈리스행동에서는 서울역·영등포역 등지에서 노숙인을 픽업하여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강화 베스트요양병원을 고발했다. 홈리스행동은 그동안 보건복지부에 요양병원에 대한 조사와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고발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나서야 현지조사를 두 차례 진행했다.
강화 베스트요양병원이 그동안 홈리스들을 약취·유인하여 취득한 부당이득금은 15억에 달했다. 전국에 이와 같은 요양병원이 포진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전체 금액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흘러들어간 부당이득금의 환수율은 8%에 불과하다. 베스트요양병원은 병원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기 전인 9월 1일 자진 폐업을 단행했다. 환수할 대상인 병원이 사라졌으니 결국 환수액은 공중분해 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자산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부정수급 딱지를 붙이고 강제 환수조치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복지부의 요양병원에 대한 태도는 안일하기 짝이 없다.
복지부의 후속 대책도 형편없었다. 현지조사를 나간 이후 복지부가 취한 대책은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입원 홈리스들의 욕구는 ‘주거’와 ‘일자리’였지만 일자리 지원은 전무 했고, 주거지원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그나마도 ‘임시주거비 지원’에 미달하는 것이었다. 홈리스들의 필요나 현실을 외면한 채 준비 없이 그들을 찾은 것이다. 7월 22일부터 홈리스행동이 시작한 보건복지부장관 서울 집무실 앞 농성은 입원 홈리스들에 대한 후속대책을 요구하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빈곤의 원인을 폭로하고 빈곤 없는 세상을 요구하자!

눈앞의 실리와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송파 세모녀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노점상들이 자신의 생계 수단을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 갈 곳 잃은 거리의 노숙인들이 요양병원에 감금·폭행당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개발이익만을 좇는 부동산 투기꾼과 건설자본에 의해 철거민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광화문역 역사 안에는 벌써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는 농성장이 있다. 이 외에도 곳곳에서 민중의 삶을 빈곤으로 내모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 진행 중이다. 빈민들을 일시적으로 돕자는 목소리보다 빈곤의 원인을 폭로하고, 빈곤 없는 세상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 그것이 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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