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WTO반대 국민행동 소식지 세계화와민중

[포커스] 한싱FTA - 동남아시아 진출 및 서비스 자유화의 발판

세계화와 민중 41호

[포커스] 한싱FTA - 동남아시아 진출 및 서비스 자유화의 발판

전소희, 류미경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사무처)


한국-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한싱FTA)이 체결되기까지

한국과 싱가포르 간 자유무역협정은 2000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싱가포르 고촉통 총리와 처음 논의했다. 그 이후, 2002년 10월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의 무역 각료는 공동연구회를 공식 발족, 정부, 기업 및 학계 19명을 연구원으로 임명하였다. 이 공동연구회는 2003년 3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회의를 가졌으며, 10월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2004년 1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으며, 지난 10월 말에 있었던7차 협상까지 진행한 상태이다. 그 동안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이 타결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마무리 협상과 실무협의,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체결이다.
싱가포르와의 무역협정은 주요하게 두 가지 전략 하에서 추진되고 있다. 즉, 싱가포르를 교두부로 동남아 시장을 확보하고 나아가 지역통합을 향해 더욱 전진하는 것, 그리고 서비스‘강국’인 싱가포르와의 무역협정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사실상은 구조조정 및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한싱FTA의 핵심기조: WTO의 관세양허, 서비스협정, 지재권협정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 달성

밀실협상을 하고 있는 정부는 협상이 끝날 때마다 반 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만 내놓을 뿐,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일FTA와 마찬가지로, 현재 유일하게 공개된 것은 작년 10월에 제출된 공동연구회 보고서이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사실상 체결을 전제로 협상의 방향을 제시하고 협상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한싱FTA의 배경과 범위, 그리고 누구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지를 보여준다.
o 관세양허, 서비스,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투자 등 모든 부분에 있어 “WTO plus"가 되어야함을 명시하면서, 한싱FTA가 WTO보다도 포괄적이고 깊은 자유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한다. WTO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정부와 자본이 양자간 FTA 체결을 통해 실질적인 자유화를 추구하고 있는 추세를 한싱FTA 역시 반복하고 있다.
o 비관세조치를 적극적으로 철폐해나가자고 주문하는데, 보고서에 비관세조치 목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한일FTA처럼 노골적으로 ‘노동권’을 지명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비관세무역장벽’에는 항상 노동권과 환경권, 건강권 등 민중의 제 사회적 권리가 암묵적으로 포함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이다. 더군다나 싱가포르가 아시아지역에서 ‘최악’의 노동권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철폐를 요구할 ‘비관세조치’가 무엇이 될지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o 보고서는 ”서비스 자유화와 협력은 한국과 싱가포르 기업계에 대한 한싱FTA의 경제적 가치를 상당히 향상시켜줄 핵심 요소“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GATS+“ 즉, WTO의 서비스협정보다 더 강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가능한 한 포괄적“이어야 하며, ”네거티브 방식“ 또는 ”혼합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극소수의 서비스만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서비스를 개방하겠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은 ”해당 국가 기간에 중대한 역할을 하거나 미래에 성장해야 할 부문을 우선적으로 자유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기간산업을 ”우선적으로“ 사유화함으로써 초국적 기업들에게 이윤을 남기자는 것이다.
o 투자를 투기로 둔갑시킴으로써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고 국가경제를 항시적 위험으로 빠뜨리는 투자 자유화를 조항을 담을 것을 적극 추전하고 있다. 해외투자자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는 수용과 보상 규정, 기업 소득에 대한 해외송금 자유화는 물론, 개인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한과 내국민 고용이나 기술이전 의무 등으로부터 기업을 ‘해방’시켜주는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도 물론 포함된다.
o IT 기반 경제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에서, 지적재산권이 별도의 장(章)으로 다뤄야 하고 있어, 한싱FTA가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 조항을 담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IT 또는 제약 기업들을 육성한다는 명목 하에 민중의 의약품 및 정보에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적 효과는 없어, 동남아시아 진출 및 서비스 자유화의 발판으로서의 한-싱가포르 FTA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싱가포르 FTA협정 체결로 컴퓨터용품, 석유 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입증가가 우려된다고 분석된다. 싱가포르는 전체 관세품목의 99.9%에 해당되는 품목에 실행관세율 0%를 적용하고 있고, 알코올성음료 4개 품목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들 품목에 대해서도 2010년까지 모든 관세를 철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100대 품목 중 42개 품목(금액으로는 수입액의 71%에 해당)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나머지 58개 품목에 대해 각각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 중 고관세 품목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석유관련 제품, 선박용 엔진부품 등 기계류 및 원자제 제품들이고, 저관세 품목으로는 컴퓨터부품 중 일부, 금․동․알루미늄 등의 원자재, 나프타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 등이다. 이러한 관세 부과 품목은 한-싱가포르 FTA 체결으로 관세 철폐가 이루어지면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이미 싱가포르는 수입하는 모든 품목에 대해 무관세화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철폐에 따른 한국의 수출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의 추진 의도는 관세인하로 인한 효과보다 한ASEAN FTA 추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서비스 자유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으로의 기업 유치와 지역통합을 위한 주도권 확보

7차까지의 협상과정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원산지규정에 대해 양국간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한싱FTA 연내 체결’이라는 목표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원산지규정이란, 무엇이 어디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어떠한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가이다. 즉, 어떠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제품에 'Made in Korea'라는 딱지를 붙여 해외에 수출하고 아울러 관세에 있어 특혜를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기업과 생산이 더욱 지구화됨에 따라 나온 필연적 쟁점인 것이다. 싱가포르와의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남한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Made in Korea(한국산)'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남한에 들여와 ‘한국산’이라는 딱지를 붙여 싱가포르로 저관세 또는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원산지규정은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보다 많이 진출하게끔 하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인데, 한편으로 ‘남북경협 강화’라는 정치적 전략 속에서 추진된 것이지만, 또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원산지규정의 지리경제적 맥락이다. 즉, 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 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지역에서의 시장을 넓혀 주도권 확보를 확보해나가면서 ‘신자유주의적 지역통합’이라는 한국 정부의 원대한 꿈을 위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긴급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때

정부는 한국의 FTA 2호가 될 예정인 한싱FTA를 연내에, 즉 한 달 이내 체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여태까지 반세계화 운동진영이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와의 FTA는 여느 FTA와 마찬가지로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음이 명확하며, 한싱FTA가 한국 정부 및 자본이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중심국가’로 가기 위한 기제라는 사실은 정부에서도 공인하는 바이다. 협소한 의미에서의 “무역” 즉 관세인하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예상 속에 한국 정부가 핵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산업 구조조정과 이미 동아시아 허브 국가인 (완전 개방형 경제를 자랑하는, 그리고 그 대가는 싱가포르 민중이 치루고 있는) 싱가포르로부터 배우고 이들과의 상호연계 속에서 한국 경제를 재편하고 한국의 초국적 기업들에게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민중들의 반발이 두려워서인지 정부는 체결을 바로 앞두고 있으면서도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게 협정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한싱FTA가 각 부문에 미치는 그리고 그것이 갖는 경제적, 정치적 함의를 분석하여 폭로하고, 임박한 체결 그리고 국회비준에 맞선 대응이 긴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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