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WTO반대 국민행동 소식지 세계화와민중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DDA 협상 자체를 중단시켜야 한다

세계화와민중 43호 포커스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S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는 우루과이 라운드에 따른 기설정 의제(BIA; Built in Agenda)의 하나로 2000년 초부터 협상이 시작되었다가, 제 4차 WTO각료회의(2001. 11. 14)의 결정에 따라 도하개발아젠다(DDA) 7개 협상 의제 중 하나로 포함되어 오늘날까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2년 6월 말에 1차 양허요청서를 제출하고, 2003년 3월 말에 1차 양허안을 제출한 이래 현재까지 32개국과 91회의 양자협상을 개최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오는 5월 내에 2차 양허안을 제출하기 위해 1차 양허안에 비한 추가 양허 항목들을 준비 중에 있다. 되돌릴 수 없는 협상의 원칙에 의해 1차 양허안에 오른 항목들을 뺄 수는 없고 더할 수 만 있는 상황에서 2차 양허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무역질서 즉 DDA를 타결시키는 데 가장 큰 관문으로 일컬어져 왔던 농업협상이 타결되면 서비스 협상도 도매급으로 함께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애초의 예측과는 달리, 서비스 협상에도 빨간불이 켜진 듯하다. 지난 2003년 칸쿤에서의 제 5차 WTO 각료회의에서 기본골격(Frame work)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하였다가, DDA 좌초를 막아내고자 2004년 7월에서야 간신히 합의하기도 했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농업 못지않게 서비스 분야에서도 각 국간의 이해가 상충하거나, 그보다 근본적으로 서비스 각 항목에 대한 기본 개념이 합의되지 않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미국은 2차 양허안 준비는커녕 DDA에서 손을 떼다시피 하고 FTA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EU 집행위는 지난 3월 케냐 비공식 각료회의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주요 협상분야에서 mode 4와 ‘최빈개도국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DDA 타결을 위해 개도국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분야에 따라 혹은 국가에 따라 복잡한 양상으로 얽혀진 이해관계가 풀려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1월 다보스 회의에서는 DDA를 06년에 최종타결하기로 합의하고, 05년 7월까지 농업 및 비농산물 분야의 세부원칙 초안을 마련하여 12월 홍콩에서 합의할 것을 목표로 정하였다. 지난 04년 7월에 협상의 기본골격에 합의하며 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를 최종 타결시점으로 정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이는 단지 일괄타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WTO-DDA 협상 원칙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농업 뿐만 아니라 NAMA(비농산물), 서비스 등 그들이 원하는 주요협상분야에서 동등한 수준의 높은 개방을 더욱 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즉 비록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낙관할 순 없는 형편이다. 칸쿤 각료회의 이후 WTO-DDA 협상이 더디게 가자 FTA와 같은 지역적 협상들이 부쩍 활개를 펴고 있듯이, 보다 완전하고 세부적인 관세 철폐와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자본의 파상공격은 좌충우돌 하지만 계속 진행 중에 있을 따름이다.

한국 정부는 1차 양허안에서 통신, 건설, 금융을 비롯한 12개 분야 155개 세부업종 중 104개 세부 업종을 양허하였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78개였던 것에서 26개를 새로이 양허한 것이다. 서비스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기본인식은 “대통령 말씀”에 잘 나타나있다. 지난 2004년 12월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노무현대통령은, “서비스 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자는 말과 함께 공익적 부분과 산업적 부분을 분리시켜 산업적 부분에 대한 육성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DDA 서비스 협상동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05.3.28)

그런데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공익적 부분과 산업적 부분의 경계선은 무지할 정도로 단순하다. ‘독점’과 ‘사업성’을 기준으로 공익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익성을 생산하고 향유(공급)하는 과정은 배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금융, 교육, 의료서비스는 분명 공공서비스이고 공익적인 것이지만 독점도 아니고 이미 상당부분 시장구조에 편입되어있다. 발전, 통신을 사유화시켜서 협상항목에 포함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독점을 해체하여 세계 시장 좌판에 내놓기도 해왔다. 운송,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철도 신규 노선을 양허하고, 공연분야 거대 자본이 들어오도록 1차 양허안에서 양허해 놓고 국내적으로는 철도 공사화, 세종문화회관 등 각 문화예술단의 법인화 등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공세를 진행해 왔다. 정부는(각 국의 정부들은) 필수 공공서비스에 대한 독점을 해체하고 사유화함으로써 ‘공익성’을 오히려 공격해 왔다.

심지어 이번 2차 양허안에서 ‘생활 폐수 및 쓰레기 수거 및 처리, 거리 청소 및 제설, 자연경관 보호’ 등의 환경서비스도 포함될 위기에 놓여있다. ‘지자체나 중앙정부에 의해 직접 공급되지 않는’ 환경서비스 즉 민간위탁된 부분에 대해선 개방하겠다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업무의 사유화라 할 수 있는 민간위탁 공세는, 해당 종사 5만여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며 폐기물 처리 및 시설환경관리 분야 전역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문제도 심각하다. 순환하는 물의 특성 상, 폐수 및 상하수도 관리는 음용수 문제와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이란 명목하에 폐수 처리를 우선 개방한다면 조만간 상하수도도, 나아가 음용수도 순번을 기다리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정읍, 논산에서 이미 상수도 사업이 민간위탁되었고 전주도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서비스 2차 양허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와 공공연맹이 제기한 이의에 대해서 환경부에선 일단 이번 2차 양허안 항목에는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3차, 4차 양허안으로 가는 과정 혹은 대외경제장관 회의 등 2차 양허안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변질될 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익적인 것은 함께 누리고 향유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필요에 의해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노동력 재생산 조건의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사회 발전 지향적이어야 한다. ‘공익’적인 것에 대한 시장논리적 접근은 필연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피폐화 시킬 수 밖에 없다. 농업, 지적재산권 협정 등과 더불어 서비스협정(GATS)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저항 투쟁이며,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이다.
한국 정부는 전 분야에 대해 기술적 부분만 수정할 뿐, 2차 양허안에서 새로이 추가하거나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1차 양허안에 대해서도 한국정부로부터 궁금증이 가시는 시원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당사자로서의 노동자는 물론, 소비하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협의 과정을 마구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DDA 협상 자체를 일단 중단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협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기반하여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들으라고 요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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