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WTO반대 국민행동 소식지 세계화와민중

‘선진통상국가 방안’이 의미하는 것

세계화와 민중 43호 포커스

지난 4월 6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외경제위원회에서는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언급된 ‘선진통상국가로의 도약’을 더욱 구체화 시킨 “선진통상국가 개념정립과 추진과제”가 보고 되었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외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해서, 개방친화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글로벌스텐더드에 걸맞는 기업지배구조 및 노사관계를 확립하고,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 FTA 체결을 확대하고 이에 따르는 산업구조조정을 적극 추동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자유치를 위한 정책 기조에 있어서 ‘(외자)유입확대-유출억제’에서 ‘외환의 유출 억제’ 기조를 완화하여 국내 자본이 해외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정도의 변화를 제외하면 ‘동북아 중심국 건설 방안’을 비롯해서 그 동안 제출되었던 외자유치 정책들을 반복한 후렴구에 불과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렇다. 우선 보건의료, 교육, 금융, 법률, 회계 등 10개 서비스업종에 대한 종합개방계획을 하반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WTO 협상에서는 각 회원국이 올 5월 말까지 서비스분야에 대한 2차 양허안을 제출하도록 추동하고 있는데, 협상의 진척정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계획은 WTO 협상의 진척정도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상품화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학교 · 외국인 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그 대상과 범위를 점차 확대해가는 움직임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민중들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상품화하고 자본의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서비스 자유화 조치는 결코 민중들의 중장기적인 비전이 될 수 없다.
한 편, 적극적인 해외투자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개방친화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유연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노동의 불안정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파견제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전체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전체 노동자로 확산시키는 효과를 불러오게 될 노동법의 개악 역시 ‘선진통상국가방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 동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해외투자자들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해 외자유치를 확대’한다며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 항상적인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노동자들에게 강제했던 것임을 상기해 볼 때 ‘선진통상국가방안’의 반노동자성은 충분히 드러난다.
이 밖에도 한 칠레 FTA 비준과정에서 제정되었던 ‘FTA지원특별법’을 다른 나라와 FTA 추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FTA지원특별법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산업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법’을 연내에 제정하고 여기에 농수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과 기업·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통합해 간다는 것도 계획으로 제시하고 있다. 개방으로 인한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정보 제공, 생산설비 폐기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FTA 지원특별법’이 농민들로 하여금 농산물 생산을 포기하도록 추동했던 것처럼 대량 실업이라는 결과를 낳을 산업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이 밖에도 창업 최소자본금을 현행보다 대폭 줄여 창업을 증가시키는 등의 외국인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내용과, 글로벌 스텐다드에 걸맞도록 기업지배구조를 추가적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외국인의 주식장외거래 허용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자본시장 관련 법률 통합을 위한 법률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유입확대-유출억제’ 기조에서 ‘외환유출 억제 기조’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포괄주의(negative system)를 원칙으로 금융법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반도를 동북아의 금융·물류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던 ‘동북아 중심국 건설’ 계획은 정부와 자본 스스로도 그 효과를 의문시 하는 가운데, 경제자유역법의 시행으로 노동권의 축소, 보건의료 및 교육의 시장화가 더욱 확대되는 효과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이렇듯 정부가 시행해 온 ‘외자유치’중심의 정책들은 정부 스스로 내세운 목표인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에 따르는 비용을 고스란히 민중들에게 전가하는가 하면, 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시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권리들을 파괴해왔다. 이미 시행중이거나 계획으로 제출되어 그 파괴적인 효과가 드러난 정책들을 묶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통상부문에서의 중장기적인 비전이라는 치장을 단 ‘선진통상국가방안’에는 결코 노동자 민중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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