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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으로 큰 도서관을

요즘 도서관과 관련하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작은도서관' 사업이다. 지난 해 문화관광부가 로또복권기금을 활용해서 본격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였고, 여러 지방자치단체도 자기 지역 내에 여러 개의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시민들이 도서관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고 있다. 2003년 기적의도서관' 열기처럼 한동안 '작은도서관'이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업은 그동안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도서관을 크기는 작더라도 일상생활권에서 가까운 곳에 둠으로써 누구나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사업이다. 이미 이와 같은 시민들의 생활권에 밀착된 도서관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2002년 8월 문화관광부가 밝힌 도서관 종합발전 계획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은 좀 더 실효성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사항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문고'와 '작은도서관'

우선 기본적으로 검토할 것은 명칭의 문제다.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면 '큰도서관'이 함께 떠 오른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은 도서관인데 규모가 작은 것을 작은도서관이라고 한다고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작은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기본법인 도서관및독서진흥법에서는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법에서 정한 시설에 미치지 못하는 독서시설을 일컬어 '문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도서관의 시설 규모는 최소 건물면적이 264㎡ 이상, 좌석수는 60석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책은 3,000권 이상을 갖추어야 하고 매년 300권 이상이 증가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전문직원도 배치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기준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고'라 하고 그 최소기준을 면적은 33㎡ 이상, 좌석수는 6석, 장서는 1,000권 이상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전문직원의 배치는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도서관과 문고는 그 성격이 확실하게 다른 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문고'라고 해야 할 시설에 대해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려면 보다 분명한 입장과 필요가 있어야 한다. 현재에도 전국적으로 수 천 개의 문고가 운영 중이다. 따라서 문고를 작은도서관이라고 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정책적 필요성으로 보거나,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문고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모호한 명칭 사용은 결국 사업의 좋은 의미와 성과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현재 추진 중인 도서관법 개정안에서 일단 '문고'를 공공도서관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법이 개정되면 현재보다는 명확하게 도서관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전이라도 명칭은 구체적이고도 정확하게 시설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불리워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도서관을 크거나 작다는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작지만 큰 서비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점은 도서관은 크기에 상관없이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큰도서관을 이용하고 누구는 작은도서관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큰도서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할 때, 정책당국은 '작은도서관'을 설치하면서 굳이 스스로 작다고 할 것이라 아니라 어떻게 하면 큰도서관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러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설이나 장서는 '작지만' 서비스는 큰 도서관처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래도 작은도서관들을 큰도서관과 긴밀하게 연결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모든 지자체마다 거의 1개 이상의 큰도서관, 즉 공공도서관들이 있다. 그 도서관들은 작은도서관이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많은 책과 전문직원으로부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따라서 이들 공공도서관의 책과 직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작은도서관도 시민들에게 보다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러한 방식은 부천시에서 부천시립도서관과 동네마다 설치되고 있는 작은도서관(문고)들과의 효율적인 협력관계로 구체화되어 있다. 시립도서관이 가진 책과 자원이 수시로, 그리고 필요한 때에 작은도서관을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작은도서관들은 큰도서관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큰도서관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선진의 도서관 문화를 가진 나라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작은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관심이 일회적인 사업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작은도서관과 큰도서관을 하나로 묶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에도 480여개의 도서관과 수 천 개에 이르는 문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의 연계는 거의 두드러지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작은도서관을 새롭게 설치하는 노력과 함께 기존의 도서관과 문고를 효과적으로 연계, 활용할 수 있는 정책개발과 이의 실현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도서관 서비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차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밑그림 그리기

다음으로는 사업에 투입되는 재정의 문제이다. 작년 로또복권기금을 활용해서 전국에 25개의 작은도서관을 설치했던 사업은 올해는 소요재정이 확보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한다고 한다. 다만 2006년에는 처음보다는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다행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업 전반의 성과 축적을 어렵게 한다. 어떠한 사업이라도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순차적인 계획과 필요한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 그런데 작은도서관 사업은 아직 이러한 측면에서는 보완되어야 할 사안들이 있다. 특히 안정적 재정 지원은 이제 막 작은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원책이다. 그런데 올해 이 예산이 없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잘 조성된 사업의지가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에도 어떻게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재정확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작은도서관 사업을 시작했으면, 앞에서 언급한대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도대체 한 지역에서 작은도서관은 몇 개나 필요한 것인가, 또한 전국적으로는 또 몇 개나 더 확보해야 할 것인가 등등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아직은 그러한 목표가 확실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지역별로 도대체 어느 곳에 어떤 규모의 작은도서관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아야 한다. 즉 지역단위로 기존의 도서관들과 새로 필요로 하는 작은도서관의 수와 서비스 수준, 향후 연계 방안 등을 담은 종합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급하다고 해서 일단 되는 곳부터 설치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분하게 작은도서관이 필요한 곳을 확인하고 그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들이 함께 신속하게 필요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으로 작은도서관을 설치해 나가야 한다. 전체적인 밑그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기대한 정도의 성과로 결코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지역단위로 도서관 서비스 정비 계획과 같은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연결'이 관건

작은도서관 설치, 운영은 그동안 도서관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보고 싶은 책도 쉽게 접해 볼 수 있어 이제야 제대로 된 도서관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귀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대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해당지역 공공도서관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업을 추진한 도서관이 작은도서관들을 활성화시키는 일에 관여하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작은도서관(문고)가 설치되고, 그 시설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큰도서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시민들에게 고르고 풍부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일선의 문화시설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고 있든지 이용하는 도서관의 규모에 상관없이 '큰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그 만큼 21세기 지식정보시대,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도서관계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덧붙이는 말

이용훈님은 도서관문화비평가이자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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