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빵

오페라하우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년 초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가는 공연장을 건립하겠다’는 이명박 시장의 발언 이후, 최근 노들섬 부지매입 예산을 시의회에 올리는 등 이명박 시장 특유의 추진력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명소이자 한국의 명소, 공연예술 활성화, 관광수입의 증대 등 서울시가 밝힌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건립계획이 썩 달갑지 않는 것은 왜일까. ‘문화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가까이는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시청앞 광장 조성사업이 멀게는 천년의 문 조성사업이 오버랩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우선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의 수립과정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부지매입비, 설계비, 공사비용 등에만 2,000억 원 정도가 투입되고 별도의 인도교까지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최소한의 여론 수렴과정도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시정개발연구원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임에도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부지매입 확정 등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은 타당성 조사를 요식행위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사업 결정과정에서 시민 의사를 묻는,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아쉽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검토해야할 지점은, 공연예술 활성화와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서울시 문화정책에 대한 점검이다. 왜 오페라하우스인가. 즉 공연예술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시민의 문화적 삶을 향상시키는데 과연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서울 지역에 문화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므로 오페라하우스 건립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대규모 시설이라기보다는 중소규모의 공연시설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친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등의 시설과 중복하여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대규모 공연시설을 또 짓겠다는 발상은, 접근성이나 활용도의 측면에서 볼 때 그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울시의 경우 정작 수요가 많은 500~700석 정도의 공연장은 10여개 소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예술의 성격에 따라 다른 규모의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할 때, 중소규모의 공연장을 시민의 접근성을 고려한 위치에 짓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한편으로는 공연예술 활성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시설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의 중심 이동이 그것이다. 세제지원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창작 여건 개선방안 마련, 공연예술인 생활개선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의 마련, 공연예술 창작물에 대한 직접 지원 강화, 서울시 산하 예술단의 운영구조 개선, 공연예술인 재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 공연예술의 창작 여건 개선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공연 환경 내실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연예술의 수요를 창출하고 시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수립도 필요한데, 문예회관을 포함한 공공문화기반시설을 활용한 공연예술 활성화 방안이나 시민의 문화향수 기회확대, 문화복지 증대의 관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 등이 보다 집중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도시란 바로 시민의 삶이 문화적인 도시를 말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에 시청앞 광장 조성사업이나 천년의 문 조성사업 등 대표적인 전시행정 사업이 오버랩되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나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근사한 오페라하우스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있는 도시가 곧 문화도시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문화적인 도시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준영, 문화연대 정책실장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준영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