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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입시... 언제까지?

11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죽었다. 새 학기가 시작한지 불과 2달 만에.. 우리 사회는 그들을 항해 ‘자살’이라는 용어를 너무도 쉽게 들이댄다. 그러나 그것은 자살이 아니다. 타살이다. 사회적 타살이다. 시민사회의 줄기찬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문제투성이의 새 대입제도를 만들어낸 교육부 관료들이 그 학생들을 죽인 범인이다. 그러나 권력을 쥔 ‘범인’은 더 이상 범인이 아니다. 명확한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범인이 되지 않는 기형적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양산한다. 학벌과 대학서열화는 불평등을 구조화하기 위한 핵심적 기제이며 이를 위해 대입이라는 도구가 활용된다.

혼란의 연속 또는 가중

‘내신은 학교에서, 수능은 학원에서’라는 표현이 나타내듯이 수능 중심의 기존 대입제도는 학교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극복한답시고 고교교육의 중심축을 학교안으로 유도하기 위해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을 높여 학교교육의 과정 및 결과가 대입전형에서 주요 요소로 활용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새 대입제도가 실행되면 치열한 점수경쟁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부의 전망과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술한대로 새 학기가 시작된 후 치열한 점수경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벌써 11명의 학생이 죽임을 당했다. 학교에서는 ‘내신전쟁’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 필기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고 급기야 노트를 찢어버리거나 훔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1점이라도 더 얻어서 남을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08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저항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고1 학생들은 내신등급제를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스스로 조직하여 지난 7일과 14일에 모임을 가졌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당황한 교육부와 서울 교육청은 ‘2008 대입제도’를 잘못 이해한데서 발생한 오해라며 수사에 불과한 ‘친절한’ 안내문을 발송하는 한편 촛불집회에 참가하면 징계하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교육당국은 한 발 물러서서 징계는 언론의 과장된 보도이며 그런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변명한다.

서울대는 내신만으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며 수능은 지원 자격 조건으로만 활용하고 내신비중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논술과 면접 반영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지역 대학 입학처장 협의회(아래 ‘협의회’)는 10일 임시총회를 통해 “내신의 비율을 급격히 높이지는 않을 것”이고 “다양한 형태의 논술시험이나 심층적인 구술면접을 통해 학습능력, 가능성과 잠재력, 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술시험이나 심층 구술면접이 “본고사 부활은 결코 아니다”라는 안전망을 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금 교육은 혼란스럽다. 결국 새 대입제도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지적한대로 대입제도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도구를 바꾼다고 해서 무엇이 어떻게 해결된단 말인가?

교육부의 거짓말과 대학의 편법적 입시제도, 그리고 이들의 야합

교육부는 협의회의 발표 내용에 대해 “새 대입제도 도입 취지와 방향이 일치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금, 교육부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새 대입제도는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내신을 9등급으로 조정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대입에서 내신의 반영비율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협의회’는 내신의 반영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급격히 높이지는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본고사 부활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지만 ‘협의회’에서 발표한 “다양한 형태의 논술시험이나 심층적인 구술면접”은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본고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국 아무런 기준도 없이 “본고사가 아니다”라는 각 대학들의 입장만을 그대로 쫒고 있는 양상이다.

내신의 확대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의 죽음과 반발이 집단화 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교육부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조직적인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틈만 나면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을 주장했던 대학들은 교육부의 미숙함을 틈타 대학서열화와 경쟁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편법적 입시 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결국 다급한 교육부와 교활한 대학이 암묵적인 야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을 제거하는 처방만이 죽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현재 입시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들의 원인은 ‘제도’의 미비가 아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이 그 원흉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음은 자명하다. 교육부는 살인을 위한 정책을 중단하고 입시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스스로 수립할 능력이 없다면 시민사회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부탁이다. 더 이상 입시로 인해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간절한 부탁이다. 제발 .....

덧붙이는 말

김종필 님은 문화연대 문화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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