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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억원짜리 예술작품

1.

이야기의 배경은 대~충 이렇다.

여기 한 거대한 예술단체가 있다. 군사독재와 개발독재의 언저리에서 예술을 팔고 예술가들을 볼모로 권력과 금권을 축적해 온 거대한 예술단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거대한 예술단체는 그 이름값만으로, 아니 권력의 속성만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5억 8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따박따박” 받아내고 있으며, 이도 모자라 모든 권력과 돈이 마주치는 곳에는 언제나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엉덩이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아주 오래 전 20세기에, 정부는 이 거대한 예술단체에게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주었다. 그 동안 온갖 권력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한 노고를 거나하게 치하하며, 두 세기에 거쳐 무려 215억원의 현찰을 주었다. 일명 국고보조금! 물론 이 돈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부는 선물 사는 동안 푹 쉬라고 대학로의 제법 큰 건물(솔직히 목동보다는 많이 작다)을 기한도 없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세심한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

근데 이 거대한 예술단체의 거대한 선물에 문제가 생겼다. 선물 살 돈으로 놀러가고, 그게 알려질까 거짓말하고... 이 거대한 예술단체가 이상한 짓을 하는 동안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라는 이상한 선물은 더욱 이상하게 변형되며 9년째 포장도 뜯지 못한 채 목동 한 복판의 금싸라기 땅에서 썩어가고 있다. 시민의 세금도, 이름 없고 힘없는 예술가들의 권리도, 사회적 정의도 다함께 푸욱 썩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목동 한 복판에서. 목동 이웃들의 궁금증을 한 몸에 받으며.
“저 짓다만 것 같고 으스스한 건물이 그 유명하고 거대한 예술단체가 설치한 215억원이 넘는 예술작품이라며?”

여기 보잘 것 없는, 왜소하다 못해 “심각하게 없어 보이는” 예술가 모임이 있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고, 작업실도 없고... 그저 예술 하나 열심히 해보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이란다. 오아시스프로젝트라나 뭐래나... 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아까 그 거대한 예술단체 분들의 위대함을 미처 몰라 그 거대한 선물에 “살짝~ 쿵” 관심을 가져버렸다. 푸욱 썩고 있는 세금과 권리가 아까워 선물의 포장을 살짝, 아주 살짝 들쳐보았다. 그렇다고 선물을 부수거나 선물에 흠집을 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구경 좀 했다. 그 거대한 단체의 그 거대한 선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쫌 알고 싶어서... 무슨 판도라의 상자도 아니고...


2.

지난 6월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판사 김춘호)이 오아시스프로젝트의 목동 예술인회관 점거예술과 관련(사건 2005고정126, 598 병합)하여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의 약식기소와는 달리 피고인 김윤환, 이병한(이상 약식기소 각각 120만원), 이원재(약식기소 140만원)에 대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과 형법을 적용하여 각각 50만원의 벌금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김현숙, 이마리오, 이현호, 조봉래, 문지원, 이효원, 정현숙(이상 약식기소 각각 50만원)에 대해서는 같은 법률을 적용하여 각각 벌금 30만원을 처하였으나 그 선고를 유예하였다.

오아시스프로젝트는 재판부가 검찰의 약식기소에 비해 벌금액을 크게 낮춘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7명의 피고인에 대해 선고유예를 결정함으로써, 목동 예술인회관을 둘러 싼 오아시스프로젝트의 점거예술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고 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위 예술인회관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다년간 건축을 중단한 채 예술인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 건에 이르게 된 것으로 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위와 같은 건조물 침입으로 인한 위 건조물의 관리권에 대한 침해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였다고 밝힘으로써, 본 건과 관련하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와 검찰의 입장과 달리 오아시스프로젝트의 목동 예술인회관 점거예술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더욱이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 역시 예술인회관 문제가 조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직접 언급함으로써 현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의 심각성을 지적하였다.
이에 오아시스프로젝트는 현행 법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의 심각성과 오아시스프로젝트의 점거예술을 둘러 싼 사회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재판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하지만 오아시스프로젝트는 오아시스프로젝트의 점거예술에 대한 재판부의 적극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제도의 한계 속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고에 대해 지난 6월 9일 항소(피고인 김윤환, 이병한, 이원재, 담당 변호사 정정훈)를 진행하였다.

오아시스프로젝트는 피고인 개인들의 형량 문제를 넘어 현행 사회질서와 법률제도 하에서 점거예술의 사회적, 문화예술적 정당성을 확신하고 있으며, 향후 진행될 법정투쟁 과정을 통해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을 둘러 싼 예총과 정부의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행위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은 물론 오아시스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 문화운동가, 문화기획자, 시민 등은 여전히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의 가치 속에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시민의 세금 50억원을 되찾아 온 오아시스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의 세금 215억원을 지금 이 순간에도 전용하며 낭비하고 있는 예총이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오아시스프로젝트는 우리들 개인의 정당한 신념과 사회적 정의를 확신하며, 그 확신을 법률적으로 주장하고 변호할 권리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오아시스프로젝트는 이번 항고를 계기로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을 둘러 싼 사회적 부정의가 정당하게 처벌되고, 시민과 예술가의 권리가 존중될 순간까지 법률투쟁은 물론 다양한 상상력의 실천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예총이라는 권력화되고 부패한 관변 단체와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정부로부터 우리 스스로의 문화적 권리를 되찾으려는 오아시스프로젝트의 예술운동에, 많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해줄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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