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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6년, 문화사회 6년

문화사회를 여행하는 '불온한 자'들을 위한 안내서

문화연대 창립 6주년 후원의 밤에
당신을 초대하며

1.
문화연대가 어느새 창립 6주년을 맞이하였다. 6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물론 결코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문화연대를 둘러싸고 참 많은 사건들이 스쳐지나갔고, 결코 얕지 않은 흔적들이 남았다.

돌이켜보면 문화연대는 ‘이삿짐 연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많은 사무실을 전전했고, 가난한 재정을 채워보고자 수많은 지인들의 주머니와 노동력을 털어왔으며, 문화운동의 정체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다양한 운동의제를 제안하고 실천하면서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다. 많은 성과와 그 성과만큼의 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더 많은 과제들을 간직한 채 말이다.

2.
지난 6년 동안 문화연대의 가장 큰 성과는 더 이상 “(신기하다는 듯이) 문화연대가 도대체 무엇 하는 곳이에요?”라든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문화도 개혁의 대상인가?”라든가, “(친절하게) 문화연대에 어떤 단체들이 소속되어 있어요?” 따위(!)의 질문을 듣게 되는 경험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좀 더 그럴듯하게 표현하자면 “문화에 대한 사회적 재의미화”, “문화운동의 사회운동적 재배치” 등 “배타적 문화주의”나 “고상한 예술지상주의”를 넘어 “문화적 관점의 사회운동”을 실천하고자 했던 문화연대의 바람과 노력이 가져 온 소중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문화연대는 기존 장르별 예술운동이나 직능 문화예술단체의 한계와 공백을 비판하고 가로지르고 연대하며 문화의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재의미화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문화를 둘러 싼 각종 제도개혁과 대안정책 생산에 상당한 성과를 일구어냈다.

또한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문화행동을 지원하고 직접 실천하고자 노력해왔으며, 이는 운동사회 내 문화(운동)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문화적 권리의 사회적 필요성을 보편적, 구체적으로 확장하는 성과를 낳았다.

급진적인 표현의 자유와 문화행동의 모색, 문화정책 감시개혁과 대안정책 생산, 사회적 소수자의 문화적 권리 확대, 문화연구와 문화운동의 실천적 절합, 문화교육의 사회 의제화, 미디어운동을 둘러 싼 새로운 실험, 문화유산과 체육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영역에 대한 개입, 다양한 사회운동 주체들과의 적극적 연대 등이 바로 이러한 노력의 과정이자 결과물들이다.

3.
물론 6년의 시간이 가져다 준 성과만큼이나, 뒤돌아 볼 여유보다는 주로 앞을 보고 달려온 성장통으로 인해 문화연대에는 많은 한계와 과제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문화연대는 언제나 “배타적인 조직 이기주의보다는 개방적인 연대를", “경험된 운동질서의 구조화보다는 좀 더 급진적인 실험을", “전문가주의보다는 당사자주의와 현장중심주의를", “외향적 성과주의보다는 자기 실천적인 조직운영을” 등의 가치와 지향점을 실천하고 성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는 여전히 부족하고 미숙한 기대로 남아 있다.

문화연대라는 운동 공동체 혹은 조직 운영에 있어서의 직접민주주의, 사회운동 주체로서의 (대안적인) 자기실천적 윤리, 좀더 급진적인 상상력과 실험, 제도개혁에 있어서의 전문성, 다양한 사회운동 의제들에 대한 이해와 자기실천, 조직운영의 내실화와 전문화 등이 문화연대에게는 중요한 과제임에 분명하다.

문화연대는 앞으로 지난 6년의 성과, 정확하게 말해서 수많은 시민/전문가/운동주체들의 지지와 연대를 통해 6년 동안 축적된 운동 환경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한계와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사회운동 주체들과의 실질적인 교류와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문화운동의 사회운동화”, 자기 성찰과 실천 그리고 대안적인 운동 공동체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기 실천적인 문화민주주의”의 실험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4.
문화연대는 아름답고 착하게 늙는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운동을 둘러 싼 상상력과 실천을 위해 후회하지 않을만큼 만신창이가 되는 길을 꿈꾼다.
만약 당신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불온한, 유순한 것이 아니라 유연한, 지루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급한 것이 아니라 급진적인 삶을 상상한다면, 문화사회를 향한 문화연대의 여행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오직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거짓말은 결코 못하겠지만.

추신.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6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중하게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면,
- 문화연대가 문화행사를 대행하는 단체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당신의 선입견을 얼렁! 버려주시기를 바란다. 문화행사 기획과 실무는 문화연대의 오만가지 일 중에 한 부분일 뿐이다.
- 문화연대 활동가들에게: “문화연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못 놀아!”라는 발언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 그거 엄청 부담된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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