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빵

문화교육, 하고 있습니까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타인을 차별하지 않고 대화하는 교육이 문화교육

학교교육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입시교육 중심의 교육체계가 청소년의 감성을 파괴시킨 데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학교교육이 입시교육을 강화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것도 아니다. 학교가 아무리 입시교육을 강화한다 해도, 전문사설입시학원만큼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의 위기는 지식학습과 감성교육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다가 맞게 된 위기로 보여지며, 이 양자에 대한 끝임 없는 “봉합과 절충”의 과정 속에서 학교의 정체성이 이미 변화한 사회환경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문화교육은 공교육 정상화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공교육에서의 문화교육은 한편으로 학교 밖에서의 청소년 문화의 한계, 혹은 교육적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자생적인 청소년문화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기본적으로 공교육에서의 문화교육은 교육의 공공성을 통해 문화적 공공성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때로는 적절한 문화교육적 과정을 통해 청소년이 문화에 대한 자기판단과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 때문이며, 사적인 공간에서 적정한 돈을 지불하고 해결해야했던 청소년들의 사적인 문화활동이 공공적인 환경 안으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소위 평등하게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다(물론 이 보장이 공교육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문화교육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 문화교육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공교육에서의 예능교육과 다르다.
문화교육은 예능교육의 새로운 교육방향을 지시하면서 예능교육 교과가 갖고 있는 매체상의 기능적인 구분을 넘어서려는 통합교육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화교육은 현행 예능 교과목을 포함한 인문사회 교과목을 통합적으로 연결시킬 때 필요한 관점과 방법론들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언어를 영상미디어와 접목시키거나, 역사를 미술과 연결시키거나, 음악을 도시와 연결시키는 방식의 통합교육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문화교육이 그 통합적인 교육의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로 문화교육이 대안적인 교과모델이 갖는 구체적인 실효성이 모두 해결할 수 없는 학교의 교육운영방식에 대한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교육은 예능교육은 다르다

그런 점에서 문화교육의 교과모델은 막연하고 실효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먼저 문화교육이 기존 교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대중문화와 매체에 대한 교육을 구체화하고 강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문화교육이 대중문화교육으로만 환원되어서는 안 되지만,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장시간 접해 있는 청소년들의 수용에 적절한 교육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특히 문화교육은 미디어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방향과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두 번째 문화교육 교과모델은 정규교과목을 학습하려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영역에서 수업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고, 문제의식들을 연결시키고 응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정규교과목이 아닌 특별활동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활동에 적절한 교육교재로 활용될 수 있다. 학교 동아리활동, 현장학습활동, 문화체험활동을 실시하는 데 있어 현직교사들에게 적절한 교육 지침서로 사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교육은 장기적으로는 윤리나 도덕교과목을 대체하는 대안교과목으로 제시될 수 있다. 문화교육이라는 것은 사실 특별하게 대상화되거나 제한적이지 않고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정규교과목으로 선정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영상과 미디어’, ‘미학과 예술’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정규 교과목들 신설은 문화교육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문화교육은 통합교육이자 감성교육

문화교육은 기본적으로 분절되어 있는 교과목들을 서로 교차시키고 통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국어와 미술, 음악과 역사, 체육과 춤, 언어와 미디어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이야기하는 교육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교육은 다양한 매체들을 통합하는 교육사례들을 개발하면서 청소년들의 감수성의 변화를 실험해보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문화교육은 교과목 간의 통합만이 아니라 교과목과 특별활동, 학교교육과 학교 밖의 교육을 통합하려는 기획을 가지고 있다.

문화교육의 중요한 목적은 청소년들의 감성교육이다. 문화교육은 학교에서의 예능교육강화와 학교에서의 대중문화교육의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의 개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감각과 감성을 활성화하는 광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화교육은 문화적 도구에 대한 연마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그 도구의 활용을 통한 개인의 자율적인 표현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교육이다.

문화교육이 8차교육과정에 중요한 이념으로 논의되고, 주5일 수업제 시대를 대비하고, 학교 안에서의 다양한 청소년 문화활동의 토대가 마련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학교의 문화교육을 활성화하는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 교사들의 문화교육 과정에 대한 재교육지원 ▶ 문화교육 교과과정 운영 모델 개발 연구지원 ▶ 학교 특별활동(동아리활동) 과정에 대한 청소년 교육지원 ▶ 청소년문화교육 운영 전반에 대한 지원센터의 건립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문화교육은 감성교육이고 커뮤니케이션교육이다. 문화예술체험을 포함해, 텍스트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 다양한 표현능력을 길러내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타인을 차별하지 않고 대화하는 교육이 바로 문화교육이다. 문화교육적 관점에선 교육운영이 오히려 대학을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주 5일 수업제가 벌어지면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아이들을 동네 사설입시 학원으로 내몰아야 하는가? 대중문화시장과 사설입시학원에 빼앗긴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학교가 문화와 예술을 배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관용의 미학을 베푸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사회연구소 소장



많이 본 글
현장기자석
참세상 속보
진보매체광장 전체목록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