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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전파, 무엇을 위해 누가 써야하나?

정부의 전파법 개정을 앞두고 공유자원인 주파수의 이용에 대해 생각해본다

김지성ㅣ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필자주 : 일상에서 무선통신 기술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무선통신 기술은 기본적으로 전파라는 물리적 현상을 통해서만 현실이 된다. 늘어만 가는 주파수 수요 속에서 혼신 없는 정보의 전달을 위해서 주파수를 분배하고 할당하여 특정한 용도로 특정한 사용자가 사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주파수 자원은 이용되어 왔다. 효율적인 주파수 이용이라는 목적으로 이번 정부 개정안에서는 주파수 할당에서 시장 메커니즘의 폭 넓은 적용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파와 주파수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주파수(또는 전파)정책에 있어서 우리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b><p>전파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자 </b></p>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서 전파 또는 주파수라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연상이 된다면, 유력한 연상이 되는 대상은 아마도 FM라디오, 아마추어 무선사들과 같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여러분들의 연상을 돕기 위해서, 몇 가지 전파를 이용하는 물건들을 나열해 보겠다. AM/FM라디오, TV, 휴대폰, 무선랜(KT의 넷스팟 서비스와 같은), 자동차 자동열쇠, 무선 조정이 되는 아이들 장난감 자동차, 콜택시에서 기사들이 쓰는 무전기, 군용 무선 통신 장비들, 배에서 선원들이 항구와 연락하는 무전기, 레이더 장치들, 전파망원경, 무선 마이크……. 이러한 물건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파라는 파장에 특정한 용도에 적합한 정보들을 실어 주고받음으로써 그 유용성이 있는 것들이다. ACT를 자주 보는 이들은 아마도 최근에 공동체 라디오 또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과 같은 용어에도 익숙할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라디오 방송도 전파를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전파를 이용한 무선 통신의 최초의 주된 용도는 선박과 해안 사이의 연락이다. 전선을 통한 통신이 바다에서 움직이는 선박과 해안 사이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뒤를 잇는 가장 인기 있는 무선 기술은 바로 우리가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다. 미국의 경우 1920년대 초에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었다. 라디오 방송의 인기는 지금까지도 전파 정책의 한 축을 이루는 혼신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전화에서의 혼신처럼 내가 선택한 주파수(kHZ 또는 MHz와 같은 단위로 선택하게 되는)에서 원하는 방송만이 아니라 다른 방송이 섞여서 들리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지 않는 정보(또는 신호)가 하나의 주파수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주파수가 다른 라디오 방송국들 사이에서는 일정한 주파수 대역을 비워둔다던가, 전파의 도달거리를 출력 등을 조정함으로 해서 같은 주파수도 지역을 달리함으로써 혼신을 피할 수도 있다. 라디오 방송국이 그렇게 많지 않던 초기에도 미국의 경우에는 인기 있는 방송국의 주파수를 뺐기 위해 의도적으로 혼신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혼신을 통해서 오는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나라들은 주파수 대역을 나누어 각각을 특정한 사용자(라디오 방송의 경우, 방송국)에게 배타적으로 이용하게 하고, 출력 등과 같은 기술적인 요건들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혼신을 막는 방식을 취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파(또는 주파수) 정책의 핵심 내용은 혼신을 막기 위해 주파수를 나누고 이를 할당(특정한 주파수를 특정한 <b>사용자</b>가 이용하도록 하는 것)하는 것이다.

주파수 대역을 나눈다는 것에 할당 말고도 분배라는 개념이 있다. 주파수 분배는 특정한 주파수를 특정한 <b>용도</b>에 이용하도록 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88~108MHz의 주파수 대역은 FM방송용으로 분배가 되어있다. 이대역에서 라디오 방송국 별로 여러 개의 사용자에게 주파수가 할당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분배표가 있으면, 라디오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이대역의 주파수 특성에 맞는 안테나도 만들고 라디오도 만든다. 엄청나게 다양한 무선 서비스들의 주파수 분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정보통신부에 가서 주파수 분배표를 찾아보면 된다. 그 분배표라는 것이 주석까지 포함하면 수백 쪽의 분량이라 주눅 들기 십상이다.

한 무선 장치가 여러 나라에서 쓰일 수 있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배에 실린 무전기가 여러 나라에서 통신이 가능하고, 여러 분의 휴대폰을 해외여행에 가서도 쓸 수 있고,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다른 나라의 무선사들과 통신을 할 수 있고, 한 나라의 방송이 인접한 나라의 방송과 혼신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여러 나라 사이에 주파수 분배나 기술 규격 등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을 하는 UN의 기구가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줄여서 ITU)라는 기구다. 무선 통신에 관해서 국제 조약에 해당하는 것이 ITU에서 매2~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전파통신회의(World Radiocommunication Conference, 줄여서 WRC)라는 회의를 통해 제정 또는 개정되는 전파규칙(Radio Regulation, 줄여서 RR)이다. 우리나라도 회원국이며, 우리나라의 주파수 분배표도 WRC의 분배표에 기준하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다른 조약들과는 달리 회원국들은 타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혼신의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회원국의 자율적인 규제 행위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한 국가의 전파 정책은 ITU 외에도 WTO와 같은 무역 관련 조약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지역별 경제 협력 기구 또는 통신 관련 협력 기구들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b><p>늘어가는 주파수 수요와 주파수 분배와 할당의 문제는 꼬여가기만 하고…… </b></p>

방송국도 늘고, 이동통신도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자꾸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휴대폰 사용자도 늘어나고,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방송을 보고자 하는 욕구도 강해지고, 무선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장난감 또는 장치는 자꾸만 등장하고(무선식별-RFID를 생각해보시라), 결론은 주파수가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IMT-2000 같은)용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파수는 그 대역에 따라 성질이 달라져서 수요가 특정한 주파수대에 몰리는 현상 또한 발생한다.

주파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파수의 이용효율이 높은 기술을 기존의 서비스에 적용토록 유도 또는 강제하거나(아날로그 TV 방송의 디지털 방송도 이러한 변화 중에 하나다. 디지털 압축이 가능하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못하던 주파수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미 분배되어 있는 주파수를 회수하여 다른 용도로 재배치하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도 필요한 수요를 채우지 못할 때, 규제 당국은 제한된 자원을 사회 전체로서 가장 효용이 높게 사용할 사용자에게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파법은 심사할당과 대가할당이라는 두 가지 할당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전파법 제12조에 규정된 심사할당은 ‘전파자원 이용의 효율성’, ‘전파자원 이용의 공평성’, ‘신청자의 당해 주파수에 대한 필요성’, ‘신청자의 기술적·재정적 능력’을 정보통신부장관이 심사하여 할당하는 제도다. 이러한 방식은 오랜 기간 할당 제도의 기본이 되어왔다 이러한 방식을 일명 미인대회(beauty contest) 방식이라고도 한다. 전파법 제11조에 규정된 대가할당은 ‘당해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와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해 주파수에 대하여 경쟁적 수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타 전파진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 세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에 정보통신부장관이 출연금을 받고 할당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 출연금은 정보화촉진기금에서 이름이 바뀐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들어가게 된다. 대가할당을 하지 않는 경우에, 심사할당을 적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IMT-2000용(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처음으로 대가할당 제도가 쓰였다. 이때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은 외국의 사례를 기초로 하여 사업자당 1조원을 하한액으로 하고, 1조 3천억 원을 상한액으로 하였다.

<b><p>주파수 분배와 할당에 시장 메커니즘이 힘을 얻고 있다 </b></p>

대가할당 제도는 2000년 전파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서 정부에서는 당시, 경매제 도입을 추진하려 하였으나,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대가할당 제도나 경매 제도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의도를 가진 제도다. 주파수 이용이 가지는 시장 가치를 할당 과정에서 비용으로 부과함으로써 최종소비자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주파수 사용자, 가장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사용자, 그리고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사용자가 주파수를 할당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주파수의 가치를 행정 규제 기구에서 정하고, 후자는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평가하는 주파수의 가치에 준하여 경매를 통해 가치를 정한다는 것이다.

대가할당이라도 그 대가의 산정 방식이 다양하며, 경매에서도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90년대 이후 각국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할당이 늘어나고 있는데, 통신사업자들은 경매를 통해 균형가격 이상의 가격에 주파수를 사들이게 될 것을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한 주파수 할당이라는 것이 모든 논란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대가할당의 경우, 어느 정도 수준에서 대가 산정에서 정확성과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 균형 가격에 근접한 예측치를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경매제도 그 구조에 따라서 담합, 부족한 수요(완전한 시장은 충분한 정보를 가진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존재할 때만 성립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에 따른 낮은 가격 형성, 통신 시장 등 주파수를 이용한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이용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보유를 목적으로 한 구매에 따른 과당 경쟁으로 높은 가격 형성 등 문제는 끝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해서 이루어진 할당이 전체 사회의 이익보다는 사용자의 개별적 이익을 목적으로 이용된다면, 의도와는 달리 주파수 이용에 따른 전체 사회의 편익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을 시장을 통해서 이루겠다는 논리는 기존의 주파수의 분배와 할당에서 정부의 역할(각종 규제)을 대폭 축소하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거래되는 주파수의 이용권의 내용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형태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장 메커니즘에 적합한 주파수 이용권의 내용에는 권리의 기간이 상당히 길어야 하고(그래야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이에게 팔 수가 있고), 양도가 가능해야 하고(수익을 전제로 한), 용도의 변경 또는 기술 방식의 변경이 가능해야 하고(그래야 이용 효율이 떨어진다 싶으면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팔 수가 있으니깐), 필요하다면 자기가 가진 주파수를 쪼개서 팔거나 다른 이들의 주파수를 사서 조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권리가 포함될 수 있다.

심사할당과 같은 특정한 정부 기구의 판단에 따른 할당에 대한 공평성의 문제,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규제의 비효율성의 문제, 할당 이후에 효율적 이용을 강제하거나 유도하지 못함으로 인한 주파수 이용의 비효율성의 문제 등을 들어, 주파수 분배와 할당의 주된 역할을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들은 넘쳐나는 주파수 수요와 더불어 힘을 점차 얻어가고 있다.

<b><p>주파수의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만으로 따질 수 없다 </b></p>

시장은 여러 영역에서 희소한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중앙 계획 기구보다 우월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주파수의 분배와 할당에 있어서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공무원들 머리 아프고, 국민들 세금 내가면서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없애는 것이 이익이 아닐까?

주파수가 우리 사회에 가지는 가치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무선 기술을 이용한 재화와 서비스에 관한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를 생각해보라)에서 앞의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주파수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가치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가치들도 가지고 있다. 전파법에서 말하는 공공복리란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주파수 정책의 복합적인 목표 지향에 따라, 국가에 따라서는 상업적 주파수 이용과 비상업적 주파수 이용을 분리해서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시장 메커니즘 할당 방식과 정부의 사회·문화적 목표를 고려한 직접적인 할당 방식을 병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후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만을 두고서도 시장의 독과점화 경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정한 계층에만 제한적으로 재화나 서비스가 공급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규제는 경제적 이익의 최대화를 위해서도 여전히 필요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 가치를 염두에 둔 여러 가지 전파 정책 이슈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영역이 방송이다. 방송의 여론 형성 기능,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의 보전과 개발 기능을 대부분의 국가가 시장에 모두 맡기지 않고, 다양한 방송의 출현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방송에 진출하고자 하는 영리 조직이 늘어나지만, 공익적 목적의 방송을 위한 주파수를 예비적으로 상업적 방송에 주파수를 할당하기 전에 할당하는 정책을 취하거나 대가를 부가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기도 한다. 방송에 관해서만은 이러한 공익성을 경제적 이익에 우선하여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비상업적 무선 통신에 관련한 주파수를 관리하는 별도 정부 조직을 두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이제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된 소출력 라디오 방송과 같은 거대 방송사가 아닌 소규모의 방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주파수 할당 정책(뉴질랜드의 경우는 소출력 FM 방송의 경우, 허가를 받지 않고 방송할 수 있다고 한다)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도 많다. 상업적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수동적인 지역이나 시설 등에 인터넷 접속을 제공한다는 특정한 목적에만 사용 가능하도록 주파수를 분배해 놓고 할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국가 안보, 안전사고·재난·재해 예방과 대응을 위한 주파수 분배 등도 역시 사회·문화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한 영역이다. 그렇다고, 비효율적으로 국가나 단체 또는 개인이 이러한 주파수를 낭비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b><p>정부의 전파법 개정 방향은 어디로…… </b></p>

정부는 지난 5월 6일 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전파법 개정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통해 개략적으로 전파법 개정 방향을 공개하였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겠다. (전파법 개정안을 공개한 것이 아니어서 부정확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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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개정 방향을 크게 신규 전파전원의 확보와 이용효율 제고, 시장친화적인 전파관리 체계로 전환, 전파이용자의 편의증진을 위한 규제완화로 제시한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심사할당 주파수가 대가할당 요건에 해당하면 대가할당으로 전환되도록 법을 정비하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추가 할당 절차를 마련하며, 기간통신사업, 종합유선, 전송망사업 외의 사업에 대한 할당근거 마련하고, 이용기간을 단축하고, 실제매출액을 고려한 대가 산정 방안을 검토하고, 대가할당 주파수의 동일역무 사업자간 임대에 한정해 주파수 임대를 허용하고, 기술방식변경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하며, 주파수 회수·재배치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며, 회수 대상 주파수의 요건을 정의하고, 이를 위한 손실보상절차를 보완하며, 할당대가 납부 사업자에 대해 전파진흥 용도의 전파사용료를 감면하고, 전파사용료 면제 무선국 범위를 축소하며, 허가대상 무선국을 신고로 규제 완화하는 등이 담겨져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평가의 근거는 어느 정도 이글의 앞부분에서 한 이야기들에 대부분 담겨져 있는 만큼 세세한 평가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눈에 띠는 대목은 이용권의 내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대가할당의 적용 범위가 넓어진 것, 그리고 회수와 재배치를 위한 방안의 구체화다.

<b><p>주파수(전파) 정책,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b></p>

일상에서 전파를 이용한 무선 통신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특별한 지식이나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설명이 더 이상 필요 없겠다. 하지만, 무선 통신 기술이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에 비해, 우리는 이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까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우리가 어디에서 논의를 출발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것이라는 기술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논의의 출발점을 몇 가지 제시해보고 싶다. 첫째, 이 할당 방식이 저 할당 방식보다 좋다는 비교이전에 주파수가 어떤 가치들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서로 우선 순위를 매기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문화적 가치의 내용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면, 경제적 가치(시장에서의 가치)를 위주로 한 주파수의 분배와 할당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른 가치를 위해 이용할 주파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둘째, 주파수라는 자원은 안 쓰고 놔둔다고 해서 썩지도 않고, 누가 한번 썼다고 해서 그 양이 줄어들거나 질이 떨어지지도 않는 자원이지만, 분명히 사회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자원이라면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손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가치나 용도를 제시한다고 해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 새로이 등장하는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먼저 인식하고 이에 대해서 용도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이 있다면, 이러한 기술이 특정한 용도에 맞게 적극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요구하고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쓰이지 않거나 아주 낮은 정도만 이용되고 있는 주파수가 없는지 찾아서 이러한 주파수를 사회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널리 확산된 기술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혹시 자신이 사는 지역에 FM라디오 방송 주파수에서 안 쓰이고 있는 게 없는지 찾아보고 이를 지역주민들에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전파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이렇듯 긍정적으로 전망을 하는 이유는 전파 정책과 무선 통신 기술의 패러다임이 세계적으로 격변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전파법 개정안에서 대가할당의 적용범위 확대 등의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고 없음 이전에 심대한 변화를 요구 받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하나의 증거다. 격변기에는 항상 먼저 준비하는 사람, 먼저 요구하는 사람, 먼저 행동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게 마련이다. 국가권력이나 자본이 한참 앞서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지금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경매제나 대가할당과 같은 시장 메커니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십여 년도 안 된 지금, 현재의 주파수의 희소성이라는 개념과 이의 부산물인 주파수 분배와 할당이라는 체제 자체가 낡은 체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누구나 어떤 주파수도(또는 개별 방송국에서 쓰는 주파수 대역폭보다 훨씬 넓은 대역에서) 자유로이 사용하는 주파수 공유지(spectrum commons)라는 개념을 통해 주파수가 이용됨으로써 주파수의 희소성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주파수 공유지의 개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무선 통신 방식에서의 네트워크와 단말기 등이 가지던 역할과 기능이 다른 형태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과 기능이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상의 기술 발전이 따라주어야만 한다. 현실에서 이미 일부 이러한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된 무선 기술들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각국에서는 일정 정도의 주파수 대역을 이러한 기술들이 할당이나 허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분배하고 있으며 그 대역폭(일반적으로 주파수 대역폭이 넓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변화의 한복판에서 주파수를 가지고 신나게 놀아볼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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