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2006 부산비엔날레 카페5 라디오 스케이프에 대해서
부산지역에서 첫 미니 FM의 사례가 된 라디오 스케이프는 2006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 9월 16일부터 11월 2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데,주파수 FM 106.5MHZ 부산 해운대 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반경 5킬로 미터 이내에 방송되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다.
먼저 부산비엔날레와 라디오 스케이프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예술행사이자 아시아 4대 비엔날레 중의 하나로 꼽히는 부산비엔날레는 올해는 ‘어디서나’라는 주제로 마련되었다. 어디서나라는 주제에 맞게 부산시립미술관, 해운대해수욕장, 수영요트경기장, 온천천, 부산비엔날레 파빌롱 등 5개의 전시장과 지역케이블방송, 미니FM 온라인 방송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현대미술과 관객들이 만나는 것으로 기획됐다.
그 가운데서 현대미술전은 ‘두 도시 이야기: 부산-서울/서울-부산(A Tale of Two Cities: Busan-Seoul/Seoul-Busan)을 주제로 5개의 '카페(CAFE)'로 전시를 구성했는데, 그 중에 카페 5가 바로 라디오 스케이프다.
라디오 스케이프는 현대미술전의 카페 5로서 현대미술의 또 다른 표현의 방식으로 라디오를 의미하는 것이고 라디오 방송 자체가 비엔날레 안의 하나의 전시이자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그런 기획하에 부산비엔날레에서 라디오 스케이프가 탄생했고, 부산지역에서 처음으로 미니 FM을 시도하게 됐다.
2. 준비 과정
부산비엔날레측에서 이런 기획을 갖고 부산지역에서 소출력 라디오를 제의한 것은 2006년 1월이었고, 당시 라디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제작을 운영하고 있던 부산민언련에 제작을 위한 인적 구성에 대해서 제안을 했고, 제작지원과 관련해서 시청자미디어센터와도 협의를 함께 해 나갔다. 3자가 주체가 돼서 지속적인 논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비엔날레 조직위측은 라디오 스케이프의 행정과 운영을 맡았고, 제작단 구성은 부산민언련이, 교육과 제작 장비 지원은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맡았다.
#참고자료:
주파수 인허가 절차 및 일정
1. 허가 신청자 교부/작성/제출 3월 중 신청(체신청 홈페이지 다운로드)
- 사업 주체(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 사업 목적: 행사 홍보 / 정보 전달
- 시설 / 송신장비 / 운영 기술 인력 확보
- 비엔날레 행사 일정표 첨부
2. 주파수 지정 요청: 주파수 FIX (정통부 허가 요청) 4월 중 진행
3. 준공 검사: 시설 및 장비 체크 5월 중 진행
4. 준공 통과 이후 보름 이내 주파수 허가 허가 시점부터 1년까지 유효한 주파수 배정
요건 및 서류
1. 장비 / 시설 / 인력 시청자미디어센터, 부산지역 미디어 단체와 연계
- 스튜디오: 녹음 스튜디오 및 운영 가능 인력
- 송신기/안테나: 1w 범위의 라디오 송신 장비, 10db 이득, 지상 30m 이내 안테나
설치 / 송신 시설 운영 요원
2. 비엔날레 전체 행사 개요 및 일정
# 교육 일정:
민언련에서 소출력 라디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제작팀을 제안했고 시청자미디어센터는 공동체 라디오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라디오 플라워’ 강좌를 5월 한 달 동안 마련했다.
이 강좌를 통해 제작교육을 받은 지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라디오 스케이프 제작팀을 꾸리게 됐다. 여기에 지역의 라디오 활동가가 결합하면서 라디오 스케이프 기획회의가 만들어졌다.
3. 제작 과정
시청자미디어센터의 교육을 통해 라디오 제작 교육을 받은 지역의 대학생들로 네 팀(동의대 2팀, 해양대 2팀)의 제작팀이 꾸려 졌고, 여기에 지역의 라디오 활동가들로 한 팀, 모두 다섯 팀으로 구성됐다.
대학생 팀들의 경우 동아리와 대학방송국으로 조직이 갖춰진 상황이라서 학교별로 팀을 꾸려서 활동하기에 편하도록 배려했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제작 일정을 짜도록 했다.
각각의 팀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독립적인 운영을 갖는 대신 기획회의는 함께 하면서 라디오 스케이프의 방향성을 잡아갔다.
우선 라디오 스케이프의 방송 내용을 두고 많은 토론을 거쳤는데, 처음에는 비엔날레라는 행사의 틀에 얽매여서 홍보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기획됐다. 현대미술을 어떻게 라디오로 들려 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도 하고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단지 미술이 예술적 행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토론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나 생활 속의 느낌을 담는 프로그램들도 활발하게 기획됐다.
제작에 사용되는 취재 장비는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대여했고, 편집이나 스튜디오 제작물의 경우에도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시설을 활용했다.
각 팀별로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라디오 스케이프로 모아지고 이렇게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비엔날레 측의 담당인 카페 5 담당 코디네이터가 송출을 담당하기로 하고, 매일 9시간의 방송을 위한 편성을 했다.
송출은 미디어 라운지에 설치된 송신시스템을 통해 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반경 5킬로미터 이내에 수신이 되고, 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들에게는 라디오 수신기를 나눠 주고 관람과 함께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
4. 편성과 프로그램 사례
라디오 스케이프 라디오 프로그램 가이드(FM 106.5 MHZ)
* 이 프로그램들은 하루에 세 번씩 반복됩니다.
* 위의 프로그램들은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
- 기획의도: 우리 나라 제1, 제2의 도시인 서울과 부산, 서로 닮으면서 다른 두 도시가 가진 도시화의 현주소를 이야기하고 그 풍경들을 소리로 들려 주고자 한다.
- 내용: 서울과 부산, 두 도시를 직접 다녀온 여정이 담긴 현장음, 여정 후의 감상과 더불어 이야기, 비엔날레 참여작가인 김상돈 작가의 두 도시 이야기 패키지 제작과 병행해서 진행
난상토론
- 기획의도: 부산이라는 도시의 거대한 크기만큼 집단 간의 얽히고 설킨 수많은 분쟁과 갈등이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이전에 왜 이러한 목소리를 내고 있느냐에 주목한다.
- 내용: 갈등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가서 생생한 소리를 담는다.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인터뷰, 가능하면 토론 형식도 담는다.
노이즈 오브 부산
- 기획의도: 우리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소리, 그 소리들이 모여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고 있다. 살면서 놓치고 있는 일상의 소리들을 들려 주고 잊었던 생활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부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지역색이 강한 소리를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역동적으로 들려 준다.
- 내용: 퇴근길 버스안에서, 시장의 왁자지껄한 소리,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야구장에서..
비엔날레 뉴스
- 기획의도: 비엔날레가 진행되는 동안 일어나는 소식들을 관람객들에게 전한다. 기존의 뉴스 포맷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 내용: 비엔날레안에 일어난 행사 소식, 사건, 전시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묶어서 뉴스로 전달
카페 타임
- 기획의도: 부산 비엔날레의 다양한 전시행사들을 카페별로 조명해 본다. 카페별로 진행되는 작품을 밀착 취재해서 현대미술의 역동성을 표현한다.
- 내용: 화제의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지는 전과정을 지속적으로 취재한다. 전시품 소개, 카페 관련 소식, 현장 취재 등
부산 스토리
- 기획의도: 지금 우리가 살 곳 이 곳 부산이라는 도시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 내용: 1)해양도시 부산, 바다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인가? 2)지역공동체 희망세상 반송 사람들의 작은 행복 3)부산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생각하는 부산은? 4)성적소수자를 찾아서 5)어느 대형할인매장 비정규직의 싸움
비엔날레에서 만난 사람들
- 기획의도: 비엔날레를 위해 뛰는 사람들, 비엔날레와 이런 저런 인연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비엔날레 바라보기
- 내용: 비엔날레 기획자, 비엔날레 행사 기간동안 설치를 맡은 업체 사람들, 자원봉사자 등등
작가 인터뷰
- 기획의도: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미술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내용: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
오픈 마이크
- 기획의도: 퍼블릭 액세스로서 라디오 스케이프를 만나는 계기를 마련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진 표현의 수단으로서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 내용: 미디어 라운지에 설치된 오픈 마이크를 통해 일반 관람객들에게 열린 매체를 제공한다.
5. 나오면서
지역에서 첫 시도였던 만큼 부족함도 많고 아쉬움도 많은 과정들이었다.
아직 프로그램 제작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구체적인 평가는 라디오 스케이프의 마지막 방송 이후에나 가능하겠지만 그동안 라디오 스케이프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고민들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우선 특정 행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니 FM의 경우, 라디오 방송의 내용에 있어서 고민이 가장 큰 축을 차지한다.
소출력 라디오에는 관심이 있지만 정작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제작팀들이 제작에 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도 그런 점이었다.
다행히도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지금의 모습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큰 틀에서 공동체 라디오와 현대미술의 연결점을 찾아내서 고민들을 풀어 갔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리고 소출력 라디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것 역시 제작팀의 고민 중 하나였는데, 어떻게 알려 내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비엔날레 기간동안 운영된 미니 FM의 성과 역시 적지 않다는 성급한 평가를 내려 본다. 우선 지역의 미디어 운동을 고민하는 각 주체들이 자신의 역할을 맡아서 함께 고민해 본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역의 미디어단체는 인적 구성을 비롯해서 공동체 라디오에 한발 더 접근하는 기회로 미니 FM을 경험했고 미디어센터는 퍼블릭 액세스 제작 지원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기에 운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소출력 라디오가 있음을 지역 매체를 통해서 알려 내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낸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성과라고 생각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라디오의 바다에 뛰어든 용감무쌍한 라디오 스케이프 제작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면서 비록 설익고 어설픈 시도였지만 그 안에 담긴 열정만으로도 빛나는 시간들이었다고 섣부른 평가를 내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