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기획 좌담회

제17대 대통령선거 미디어 개혁과제를 돌아본다

간담회 개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5일 현업언론단체, 수용자단체, 언론시민단체, 학계전문가, 대안미디어운동 단체 등이 모여 미디어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총 13개 개혁과제와 44개 세부과제로 이루어진 이번 정책 과제들은 17대 각 당 대선 후보들의 미디어 정책 공약으로 제안되며, 차기 정권의 미디어정책으로도 제안될 예정이다. 이번 미디어 개혁과제는 언론개혁시민단체와 주류미디어 현업주체, 그리고 대안 미디어활동가 등 다양한 미디어운동 진영의 논의를 모아내고 공동의 과제를 선정하고자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한편 촉박한 일정으로 충분한 소통 없이 작업을 마무리한 측면도 강하다. ACT! 편집위원회는 이번 미디어 개혁과제 선정 작업이 남긴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는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의 과제를 도출해보고자 하였다.

○ 주제 : 제17대 대통령선거 미디어 개혁과제 소개 및 평가 간담회
○ 일시 : 2007년 11월 15일 (목) 12시~2시
○ 장소 : 언론노조 회의실
○ 사회 :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
○ 참석자 : 이강택 (대선미디어연대 정책본부장,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추혜선(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허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간사)


사회자: 먼저 세 사람이 이번 대선미디어연대 개혁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소개하면서 시작하자. 그것이 자기소개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강택: 나는 대선 미디어연대의 정책본부장 역할로 결합하게 되었는데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전부터 대선미디어연대가 꾸려지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정책본부 활동이 시작되지는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우선 결성부터 했다. 기존의 미디어운동 진영을 전체적으로 망라할 필요가 있어서 그렇게 결성했다. 그동안 언론 노조에서 나름대로 정책실을 준비해오던 틀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각 진영 또는 부문들의 의제와 요구들을 수렴해서 향후 전체 미디어운동이 어디로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도를 그려보고자 했다. 사실은 그 동안 상호간의 논의와 의견소통이 활발하지 않은 면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를 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허경: 처음 결합할 때 나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가 대표자가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다. 대선미디어연대 출범 준비모임에 두 번 정도 나오긴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정책본부 논의가 별로 없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우리 운동 진영에서 내용을 취합해서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이 없겠다 싶어서 일단 결합을 못하다가 다시 정책본부가 돌아가면서 정책본부장님의 제안을 받고 결합하게 되었다. 내가 한 역할은 네트워크가 지금까지 쭉 해왔던 제안, 요구들을 취합하는 역할이다. 각 주제에 대해서 그 영역에 있는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공유하고 쟁점이 있으면 다시 가서 토론하는 역할을 했다.

추혜선: 나는 대선미디어연대의 사무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사무처의 역할은 모니터 본부, 정책본부, 대외협력 본부로 이루어져있는 대선미디어연대를 지원하는 것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없어도 끊임없이 발로 뛰어야하는 역할이다. 사무처의 역할은 의결기구에 대한 운영과 지원, 본부별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가교 역할, 그리고 예산확보의 역할이다. 그야말로 이 세 개 본부가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간담회 모습. 김명준(왼쪽뒤), 추혜선(왼쪽앞), 허경(오른쪽뒤), 이강택(오른쪽 앞)


사회자: 대선미디어연대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선미디어연대에 대한 소개를 좀 더 자세히 해 달라.

“대선 150일을 앞두고 미디어 의제에 집중 대응하는 대선미디어연대 결성”

추혜선: 올 상반기부터 대선미디어연대를 꾸리기 위한 비공개 전략회의를 몇 차례 진행했었다. 그러나 언론계의 큰 이슈들이 계속 터지면서 이 회의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다가 전략회의를 통해 각 의제들을 설정하고 그 의제에 맞춰 조직화를 시키고자 했던 부분들이 실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선 150일을 앞두고 급하게 대선미디어연대가 조직되었다. 과거의 총선 연대처럼 범시민 연대 기구를 꾸리는 것은 좀 무리라고 판단하고 미디어 의제에 집중할 수 있는 언론개혁시민연대의 49개 참여단체를 중심으로 일단 출범하자고 했고 이게 자연스럽게 대선미디어연대 체제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출범이 이루어졌다. 비공개 전략회의는 4월에 시작되었고 대선미디어연대의 출범은 8월에 이루어졌다.

이강택: 한편 정책본부가 결성된 후 첫 회의를 한 것이 10월 초였고 정책과제 발표가 10월 25일이었으니까 실제로 3주정도 이 모든 작업이 처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자: 이번에 발표한 최종 결과는 13개 과제를 모아서 발표한 것이다. 이번 작업은 시민사회운동 내부의 의견들을 종합하는 의미도 있고 결과적으로는 대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가 중요한데 그 부분의 목표와 판단을 어떻게 잡고 있었는가?

“미디어 정세의 급변, 미디어운동 진영의 재편 속에서
전체적인 미디어 지형을 조망하고 우리의 목소리, 지향점들을 모아내는 것이 목표”
  이강택 (대선미디어연대 정책본부장)

이강택: 목표는 그런 거다. 아시다시피 현재 미디어관련 기술과 자본의 전체적인 동향을 살펴봤을 때 미디어 전반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 정세를 조망하고 총망라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과거에도 대선미디어연대 차원에서 몇 번 정책과제들을 발표했었지만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그 때와 가지는 의미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 내부적으로 볼 때, 과거에 어찌 보면 언론노조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져온 논의구조를 갱신할 필요도 있었다. 운동 주체들의 조건이 변화하면서 과거에 논의를 이끌어왔던 세력들도 자신의 불충분함을 느끼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논의구조 자체도 긴밀하지 못하면서 약화되어온 측면이 있었다. 이렇게 객관적인 정세의 변화와 [운동] 주체들의 대응 조건의 변화가 지금 이 시점에서 뒤늦었지만 최단기간 내에 전체적인 지형을 조망하고 우리의 목표 지점들을 정리해보는 이런 의미가 있었다. 그 다음에 가급적이면 마땅히 이 내용을 각 정치 세력들에게 관철시키고 사회적인 여론화를 조직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볼 수 있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봤을 때 기존 미디어운동 진영 내에서의 소통도 문제지만 내가 애초에 기대했던 것만큼 이 진영과 다른 부문 및 사회정치 세력과의 연대 및 소통의 구조들이 굉장히 약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마도 최대한 관철을 목표로 하겠지만 그보다도 먼저 총의를 모으고 지향점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추혜선: 그 부분에 굉장히 동의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17대 집권 기간 내내 우리가 싸워야할 방향의 틀은 잡히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현실적인 한계들도 있었다. 대선미디어연대를 만들 때 좀 더 넓게 소통 구조를 만들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이강택: 이미 시민사회운동 내에서도 분화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추혜선: 앞으로 계속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 선거 때마다 이 지형이 좀 더 진보되고 발전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각 부분별로 전문화될 것이며 예전과 같은 계기는 오지 않을 거다.

이강택: 이처럼 점점 우리 사회정치 세력은 재편될 것이고 미디어운동 진영도 재편될 것이다. 이번 정책과제의 의미가 대내적으로는 이렇게 미디어운동의 재편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고 할 때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회자: 종합적인 의미나 한계, 계획은 나중에 본격적으로 얘기해보도록 하고 일단 대선미디어연대가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정리가 된 듯하다. 다음 얘기로 넘어가보자.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시민사회 및 미디어운동진영 내부의 세력들을 모아서 종합적으로 의제를 모아내고 정리해본 적이 과거에도 있었나?

추혜선: 있었다. 언론개혁국민행동에서 진행했던 신문법 개정 투쟁 때 언론노조와 민언련이 주도하긴 했지만 형식적으로는 각 시민단체들이 다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 때만해도 그 정도 연대체가 떠도 파장이 컸다. 지금은 그 때 신문법 투쟁이 절반의 승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는 여러 사회이슈들에 있어 언론 의제를 중심에 놓는 역할을 분명히 했다.

“기존 방송, 신문 중심의 논의를 넘어서 주체의 확장, 미디어운동 영역의 확장”

이강택: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일단 과거에도 몇몇 시민단체와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지난 대선 및 총선 때 이런 과제를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긴 했다. 다만 그 당시와 이번 시도의 다른 점은 그 당시에는 이른바 (지금의 우리 작업도 그런 한계가 있지만) 기존의 신문 및 방송 영역의 종사자들과 몇몇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운동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상당히 어떤 의미에선 대의제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헤게모니 속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결집되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 영역을 중심으로 한 과제를 전체 미디어운동의 과제로 치환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통융합이라는 시대적 조건도 있고, 그래서 정보통신 영역을 비롯한 많은 요구들이 새롭게 발굴되고 조망된 점이 강하다. 또 하나는 기존에는 공중파나 신문을 중심으로 사고하다 보니 현업 종사자나 시청자라는 관점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주체가 그 때보다 훨씬 넓어졌다. 그리고 다루는 주제 영역도 굉장히 폭이 넓어졌다. 그래서 전체성을 확보한 측면이 강하다. 이것이 중요한 차별성인 것 같다.

사회자: 주체와 미디어영역의 확장이라는 말인 듯하다. 이 얘기가 결과적으로 내용으로 드러나야 할 텐데, 이제 내용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내용에 대한 얘기를 내용의 구성방식과 그 내용의 초점들이 무엇인가로 나눠서 얘기해보았으면 한다. 이번 개혁과제의 구성방식을 보면 서론이 없다. 1번부터 13번까지 어떤 기준으로 배치된 것인지 애매하다. 먼저 앞서서 평가를 해본다면 전체적인 종합적 프레임이 없고 개별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미디어영역별로 나누거나 의제별로 나누는 것이 적절할 것 같은데 지금은 참여주체가 각자의 의제를 정리해서 나열한 방식처럼 보인다. 구성방식에 대한 얘기를 먼저 좀 해 달라.

“사회적 공공성이라는 철학적, 실천적 목표를 바탕으로 정리된 대선미디어연대 개혁과제”

이강택: 그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많은 한계라는 것을 인정한다. 전체 프레임도 그렇고 개별 요구들도 잘 구획이 되어 있는지, 내적 연관들이 긴밀한지, 그리고 비중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사실 한계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한계들은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충분히 소통되지 못한 한계, 그리고 지금 미디어운동 진영 내에서 겪고 있는 패러다임의 혼란이 반영됐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시일이 촉박했다. 그래서 절충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변화들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의 수동적인 시청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와 수동적 수용자로서의 권리가 모두 포괄되어있다. 그리고 이 양자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향후 미디어운동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하는지를 명확히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과거에는 주로 기성의 공중파나 신문영역의 과제들을 중심으로 이를 앞서서 배치했다. 반면에 이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이번 의제들이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기반으로 모든 과제가 정리되어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각각의 과제들이 그 부문의 이해를 중심으로 정리되는 것과 하나의 철학적 기반을 공유하면서 정리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용적으로 이런 측면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

사회자: 다른 분들도 각자 이번 내용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말해 달라.

“대안미디어운동 진영을 넘어서 다양한 언론미디어운동 주체들과의 소통의 계기”
“주체를 세워내는 미디어운동으로 거듭나야”

허경: 대선 미디어연대 전에 있었던 한미FTA 시청각미디어공대위가 이번 논의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여기서 대안미디어운동 진영을 넘어서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대선미디어연대에서 발생했던 쟁점이나 초기적인 공감대도 여기서 많이 형성된 것 같다. 세부적인 것들은 잘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각 언론미디어 영역 및 부문의 자기 이해관계들이 나열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이번 작업의 한계인 듯하다. 이건 차후에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가장 큰 고민은 다른 진영과 우리 진영의 차이점을 생각해봤을 때 조금 추상적이긴 한데 언론 미디어운동의 주체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대한 접근이었던 것 같다. 특히 언론 현업의 경우에는 언론미디어운동의 주체를 계속 축소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되고 스스로 고립시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것이 이번 대선미디어연대 뿐 아니라 최근의 지상파 방송 수신료 문제나 중간광고 논의에서도 마치 이익 집단의 목소리처럼 반영되었다고 본다. 현업 각 부문과 영역의 위기를 진단하는 주체의 위치가 내가 보기에는 노동자적 입장도 많이 결여되어 있었고, 재원의 위기만을 방송, 언론의 위기로 규정하고 그러다 보니 한 회사의 경영자 중에서도 재무관리팀의 입장에서 위기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한미FTA공대위에서 논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미디어공공성이나 신자유주의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현실을 인정한 채 해결방안을 모색하다 보니까 계속 고립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주체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계속 서로 결별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지속되는 것 같았다. 한편 기존 언론개혁운동 및 시청자운동의 의제도 매우 중요하고 대안미디어운동진영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청자, 수용자라는 개념으로 운동의 핵심개념을 제한하면서 주체를 세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운동 방식도 대리전으로 가게 되고 학자들을 부르게 되고 모든 운동의 방식이 토론회와 주류미디어의 생산시스템에 맞춰 전개된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게 하나의 큰 아쉬움이었다. 또 하나는 서론을 만드는 작업인데 각 영역들이 전체에 대한 이해를 빨리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진영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전체를 포괄하는 프레임을 빨리 만들지 않으면 지금의 이 재편기, 그리고 재원의 위기만이 아닌 다양한 위기들에 대응하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다.

“개혁과제 1번 의제의 상징성,
수용자 중심의 개념, 가치에서 이제는 주체로서의 가치를 공감하기 시작한 것”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나도 비슷한 비판의 지점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역시 얘기를 먼저 해야 한다.(웃음) 허경 동지가 지금 주류 미디어의 주변부로 엮어진 시민운동, 언론운동의 한계를 정확히 지적했다. 그 중심에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서 있기 때문에 무척 부끄럽다. 그런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매번 미디어개혁과제가 만들어지는 현장으로 오게 되는데 나는 이번 13개 개혁과제가 만들어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1번 과제를 선정하는데 너무나 부드럽게 이번 과제가 선정이 됐다. 한 5년 전 같으면 우리가 이걸 1번 의제로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수용자 중심의 개념, 가치에서 이제는 주체로서의 가치를 모두가 너무나 쉽게 추상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큰 변화라고 느낀다. 13개 개혁과제들을 발제하고 취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한계와 소통의 벽들을 우리가 실감했을지라도 이런 부분에서 나는 굉장히 큰 희망을 봤다. 그동안 시청각 공대위 등을 통해 논의의 토대를 마련해온 성과가 아니었나 자평해본다.

“주류 매체 중심 운동의 헤게모니의 해체, 새로운 미디어운동론 구성의 필요성”

이강택: 추혜선 동지가 말씀하신대로 서로가 소통이 잘 안 돼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기존 운동의 체계나 패러다임을 가지고는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을 이제 모두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보면 기존의 주류 매체 중심의 운동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업은 이렇게 추상적으로나마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 합의한 지점까지 보여주는 것 같다. 사회자도 지적하셨듯이 서론이 없는 것은 운동론 차원에서 아직 내용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체가 어떻게 구성, 또는 재구성되어야 하는지, 각 영역은 어떻게 배치되고 전술과 방식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까지는 아직 정리가 안 된 것이다. 이번에 나온 개혁과제들을 보면 그 안에 개념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혼란이나 상충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번 개혁과제 도출과정에서 확인되는 것은 기존의 미디어운동의 헤게모니가 해체되는 징후와 함께 새로운 미디어운동론을 구성할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개혁과제 이후 과제... 첫째, 미디어운동의 원칙과 방향, 총론적 의제들을 정리하는 것.
둘째, 상층 중심의 논의 구조를 넘어서 대중 참여적 논의들을 만들어 가는 것”

  김명준(미디액트 소장)
사회자: 이번 개혁과제 작업에서 발견한 이러저러한 성과와 한계들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한계들을 극복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이것이 오늘 간담회의 마지막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미리 좀 얘기를 시작해보면 첫 번째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해갈 것이냐가 있고, 두 번째는 아까 논의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현재의 운동에서 굉장히 실종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내용들이 대중들의 참여 속에서 논의되고 마련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층 중심의 논의로 가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두 가지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 같은 경우에 이런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 번 있어왔다. 99년 방송법도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 속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최근 국제적인 흐름 중 주목할 만한 것이 두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정상회의(WSIS)에서 시민사회가 정리한 의제(WSIS 에서 발표된 시민사회최종선언문 링크걸기 http://cham4.jinbo.net/maybbs/view.php?db=wsis&code=archive&n=87&page=6) 이 문서 도 물론 국제적 NGO 중심 논의이기 때문에 아래로부터 대중적 참여가 없이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상당히 많은 주체들이 참여해서 만든 문서였는데 그 문서의 구성방식은 현재의 대선미디어개혁과제의 정리방식과 상당히 다르다. 완전히 의제 중심의 문서다. 간단히 목차를 살펴보면 일단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 핵심을 이룬다. 우리가 미디어를 바꿔나감으로써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이냐가 먼저 제시되어 있고, 그 다음에 이를 위한 핵심 원칙들이 무엇인가를 정리했다. 그 첫 번째가 사회적 정의와 민중을 기초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 두 번째가 인권의 중심성, 세 번째가 문화/지식과 공공영역, 네 번째가 이런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이다. 이 속에 각각의 권리와 영역들이 쭉 들어가 있기 때문에 특정 미디어에 제한되지 않는 전반적인 미디어를 포괄하는 목표와 권리 개념들을 정리하고 있다. 또 하나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몇 년 동안 정리되어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략문서가 있다. 여기에서도 첫 번째로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이냐가 있고 그 밑으로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 다음엔 운동의 중요한 영역은 무엇이고 정부와 국가기구의 역할은 무엇인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논의의 출발은 이런 분야별 요구에 기초해야 하겠으나 이를 종합해가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베네수엘라 같은 경우에는 논의방식이 먼저 제출된 초안을 가지고 지역 공동체들이 다 토론하면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만들어진 순간 굉장한 대중적 위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의 요구라고 인정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훌륭한 대중 교육의 경험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가지 부분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보자.

허경: 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워낙 시기가 촉박해서 주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한 다음 메일링으로 공유했는데 지역에서 이 내용을 보내달라고 하는 요구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러한 관심들이 어떤 지역에서 나왔는지를 좀 생각해보면 이러한 논의가 실천적으로 조직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부산 같은 경우에는 지역에서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MBC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논의가 방송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와 지역 시민운동 및 대안미디어운동 진영간의 공동 논의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처럼 지역차원의 전략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게 되는 접점들이 점점 만들어지는 것 같다. 지역에서 수용자 운동 하시는 분들 중에 대안미디어운동을 하는 경우도 많고 구체적인 지역문제를 가지고 논의가 되면서 그걸 바탕으로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최근 많이 들었다. 만약 지역에서 공식적인 토론회가 있으면 언론노조 차원에서 내려가서 토론회에 참석하는 기획들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또 한 번 모아보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지금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내년 초 워크숍에서 공유하고 더 토론해볼 계획이다.

“개혁과제와 관련된 쟁점이 발생하였을 때 공동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대중적 공유란 공동투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강택: 나는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내년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결국 지금은 운동을 재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금의 개혁과제 작업 결과를 어떻게 총론적 차원에서 새로운 미디어운동론으로 만들어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논의틀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우리가 여기에 합의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그런 쟁점이 일어날 경우 확실한 공동투쟁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결국 대중적인 공유란 공동투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추상적인 수준에서 이룬 합의는 공동투쟁의 과정에서 좀 더 현실적인 의미를 깨우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를 위한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나가면서 대중적으로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추혜선: 이강택 PD가 운동진영의 재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를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재구성 내지는 논의 시스템의 보완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자: 내용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보면 통합적인 것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개별영역에서의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고 정리가 될 텐데 현재의 운동 상황이 이전에 비해 통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단순히 소통상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한편으로는 분명히 운동이 전체 사회를 대표해나가는 운동이 되지 못하고 자기가 소속된 특정 부문의 이해관계에서 왔다 갔다 하고 그 특정 부분의 이해관계에 대한 접근도 분화되고 보수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과정을 재편해나가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정리해나가야 이런 문제들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헤쳐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안 그러면 굉장히 분화되고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주류 미디어 운동의 자기 반성, 시민사회운동의 민중 중심적 성찰,
독립대안미디어운동의 공세적 기획이 필요한 때”
이강택: 우선은 이른바 주류 운동의 자기반성적 관점에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주류운동은 현재의 집권세력 및 상업적 관점에 따라 움직이는 주류미디어의 이윤논리와 어느 정도 절충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운동을 재편하는데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류 미디어의 종사자들이 노동자적 관점이나 운동적 관점에 대한 자기 성찰이 굉장히 필요하다. 또 하나는 전체 시민사회운동이 소위 민중을 중심에 놓는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소위 언론이라는 개념 하에서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권한들이 있다. 에이전트로서의... 이것이 아니라 전체 운동 진영이 같은 주체라는 관점에서 전체 운동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본은 훨씬 더 노골적이고 강한 압박을 가해올 텐데 여기로부터 운동의 자주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너무나 쉽게 분할지배당하고 현혹당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기존 주류 미디어운동이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위주로 활동하고 누가 더 카메라를 많이 불러올 수 있느냐가 능력의 표현인 것처럼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아까 말씀하셨듯이 이제는 논의과정 자체가 대중에 기초해야한다. 그런 관점에서 기성의 주류 운동이 올해 말 내년 초에 상층부부터 전면적으로 재편을 준비하는 과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주류 미디어운동이 주류미디어 외부에 있는 주체들에게도 마땅히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독립미디어운동 진영을 보면 그동안 이를테면 양지에 있지 않다보니까 자본으로부터 상당히 독립성을 견지할 수 있었던 반면 현실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것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사업을 좀 더 통 크고 대담하게 기획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고 진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함께 운동을 재편해나가야 한다. 이럴 때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과 성과들을 함께 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각개 영역에서 완전히 각개 격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회자: 영역을 넘어서고 기존의 관성들을 깨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국제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주류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개혁운동들이 일정하게 급진적으로 성장하고 동시에 그것이 독립미디어운동 진영과 만나면서 하나의 큰 전체 운동으로 성장한 사례는 아직까지 별로 없다. 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쉽진 않지만 꼭 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런 딜레마를 포함해서 좀 더 얘기를 해 보자.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공간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미디어운동의 제 주체들이 고립되지 않고 공동연대전선을 모색해야”

허경: 비슷한 얘기인데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대선미디어연대 같은 사회적 의제 중심의 네트워크도 있고 지역 중심의 네트워크 확장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면 이러한 자본의 재편과정에 대항해 싸움을 벌여야하는 공간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차원에서 수많은 이슈들이 이미 신자유주의의 문제들을 응축하고 있고 거기서 지역차원의 대응 주체들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시청에 십만 명을 모아봐야 결국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얘기하자면 지역에 있는 대안미디어운동의 주체를 활동가만이라도 네트워크하면서 그 안에서 대안미디어운동의 전략을 고민하되 최근처럼 운동의 조건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지역에 따라서는 그 지역의 다른 미디어운동의 주체들과 만나면서 확장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주류 미디어 바깥에서 있어봐야 지역 방송사들 깨지고 기존 언론운동 깨지면 명맥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미디어운동의 전략이 갱신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립되면서 각개 격파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별로 미디어운동 주체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논의를 포괄하기 위한 논의틀을 계속 만들고 이를 위한 모델들을 빨리 실험해나가야 한다. 언론운동과 미디어운동네트워크 차원, 또는 지역미디어운동과 논의를 교차하는 기회들을 빨리 만들어가면서 모든 언론미디어운동의 주체들이 모여서 어떤 투쟁 사안에 결합해본다던가 이런 시도들을 해보면 가능성이나 그런 방향이 실증적으로 검증되지 않을까 한다. 미디어운동 뿐 아니라 전체 사회운동에서도 지역을 빼놓고 가면 공허할 것이다.

“주류미디어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대안미디어운동과의 연대는 필수적인 것”

이강택: 허경의 말에 공감한다. 좀 더 보충하면, 언론노조 차원에서 보면 사실상 지금 파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중앙엔 없다. 그러나 전주방송은 파업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자본과 맞서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업주가 방송을 이윤의 도구로 보며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지역적 가치와 공공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반대하여 싸우고 있는데 지금 현재는 단지 그곳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지금 사회적 역관계가 노동자만의 싸움으로는 파업을 조직할 지라도 워크아웃이라든지 정리해고라든지 자본가들에게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주어져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것을 굴복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는 주류미디어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함께 싸워야만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건 지역 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지역신문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굉장히 한계가 많다. 지역의 인터넷과 작은 신문들이 함께 결합해서 싸울 때 건강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다. 단지 위력이라는 차원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기존의 미디어운동에서 개혁과제를 내놓는 과정들을 보면 한마디로 배신의 계절이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결합되어 있지 않음으로 해서 공공성의 의제가 공염불이나 선언의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러한 의제가 지역사회나 시민사회에 체감이 안 돼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내거는 것도 그냥 선언에 그치게 되고 정략적 이해관계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렇게 가면 자본에게 이길 수 없다. 지금까지도 못 이기고 있는데 여기에 신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한미FTA가 타결되고 신문 겸영 등을 통해 독과점이 훨씬 강화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 이것은 운동의 절박한 필요를 말한다. 이것 없이는 이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사회자: 이렇게 말하다 보니까 지금 이 자리가 현재 미디어운동의 전략적 과제에 대한 간담회가 되어 버렸다. (웃음)

“주류미디어에 기대어 우리 운동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 넘어서야”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실천 기획이 중요”

추혜선: 지금 이강택PD가 굉장히 큰 화두를 던져주셨다. 조금 좁혀서 얘기하자면 조직의 재편과 통합시스템의 구축은 분명히 맞는 부분이고 각 이슈별로 각 조직들이 존재하는데 관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지금 전주방송 얘기가 나왔는데 전주방송의 문제는 정말 반공공적 행태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언론노조가 첫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전주 방송의 파업이 전국의제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부분이 조직적 차원에서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편 내가 속해있는 단체의 운동방식을 보면 예전에 신문이 포털에서의 기사 조회 수에 목숨을 거는 것을 보고 신문들이 자신의 기사내용과 편집까지 포털에 예속되었다고 비판했는데 과연 우리는 그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돌아보고 싶다. 주류미디어의 관심사에 따라서 우리 투쟁의 순위가 결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주류 미디어에 얹혀서 우리 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주류미디어의 전반적 이슈를 얼마나 선점했느냐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곤 했었다. 이러한 평가의 방식들도 철저히 탈피해야 한다. 이슈에 대한 투쟁의 기획에 있어 이제 한 발 떨어져서 주류의 관심을 받건 말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과정에서 이러한 요구를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하여 참여단체에 강하게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경: 전주방송의 상황을 듣고 전주지역에 내려가서 얘기해보았더니 전주와 같은 지역에서는 우리가 여기서 느끼는 소통의 벽과는 비교도 안 되게 소통의 벽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전주방송의 노동자들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와 지금까지 거의 적과 같은 관계였다. 그래서 대안미디어진영도 지금 전주방송의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함께 싸워나가야겠다는 공감대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대안미디어운동 주체와 주류 미디어운동 주체에게 이제 함께 하지 않으면 서로 망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나가기 위해 빨리 이를 위한 투쟁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전주가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주는 전주MBC와 영시미가 그렇게 사이가 나쁜데도 지난 번 아나운서 해고 반대투쟁이 있을 때 영시미를 비롯한 그 지역 미디어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액세스물 만들고 상영회를 조직하던 경험이 있다.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기획해서 모델로 만드는 시도들이 필요하다.

사회자: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지향을 가지고 운동할거냐가 정리되어야 한다. 단순히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미디어운동의 폭넓은 전선을 새롭게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디어개혁과제를 어떻게 정리된 형태로 만들 것인가도 문제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운동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어떻게 지역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해나갈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서 돌파해야할 과제들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떤 접근이 가능할까?


“주류미디어운동이 가지는 계급성이나 시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이 절실”

이강택: 언론노조 차원에서 말씀드린다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교육선전 기능이다. 노동자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 거의 없다. 노동자들의 시야를 키워주고 전사회적인 전망을 갖게 하는 작업이 잘 안 이루어지고 있다. 전주 방송 투쟁에 결합해서 이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왜 이번 싸움이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못 이기고 있는가에 대해서 제대로 얘기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결국은 주류미디어운동 자체가 가지는 계급성이나 시야의 한계를 빨리 극복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그러면 스스로 열려고 할 것이고 스스로 찾아 나서려 할 것이다. 언론노조운동의 재구성은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부탁을 드리고 싶은 점은 아직까지 주류언론운동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래서 밖에서 계속 고무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아직 전체적인 조망을 갖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계속 자극해주시고 지원해주셨으면 한다.

사회자: 언론 연대는 어떤가? 다양한 조직의 연합체로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혁 과제들이 정리되고 조직적 차원에서 공유되고 새로운 재편을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이에 대한 얘기를 해 달라.

“기존 언론운동과 대안미디어운동 진영의 연대 투쟁의 사례들을 축적해내는 게 시급”

추혜선: 기존의 언론운동의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언론개혁시민연대다. 지금의 형태를 가지고 대안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부문에 대한 고민이 활동가들 사이에 굉장히 크고 팽배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방대해서 잘 건들지 못하고 있다. 계속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내부적으로 깊은 얘기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현장과 투쟁 속에서 얻은 것이 많지 않은가. 한미FTA 공대위에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의 공동의 지향을 설정하고 전체적으로 큰 그림 속에서 10개든 20개든 개혁과제를 만들어야 그게 옳은 방식인데 현안 중심으로 짜깁기 식으로 진행돼서 그런 부분의 공백이 굉장히 두드러져 보이긴 하지만 그런 평가는 일단 뒤로 하고 우리가 자꾸 이렇게 연대 투쟁의 사례들을 축적해내는 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대안일 수도 있다. 전주 싸움도 충분히 좋은 계기일 수 있다. 직접 현장에 가서 지원하고 파업하고 있는 동지들과 교감하면서 투쟁현장에서 한 꺼풀씩 벗겨내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조직을 만들고 공동의 지향을 만드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전주방송의 싸움을 우리가 공동으로 연대하여 대응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강택: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란 말이 있다. 가장 집중적으로 노동자들이 계급적인 자각을 터득할 수 있는 공간이자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공간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주류미디어는 이제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류미디어운동의 개혁은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과정이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사회자: 전주 같은 경우도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만일에 아까 말한 대로 언론노조에서 개입해서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이 새로운 프레임을 가져가고 지역에서도 그런 변화를 인정하면서 함께 결합해나가고 그런 싸움 자체가 현재 제기되는 이유를 넘어서서 지역 차원에서의 미디어질서가 어떻게 공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는가에 대한 요구로 모아질 수 있다면 그건 상당히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이렇게 개혁과제가 정리되고 전달돼서 책으로 로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요구로서 저런 내용들이 제기되고 그게 예를 들어서 대선국면에서 쟁점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싸움도 늦었지만 새롭게 검토하고 지금이라도 현장에서의 요구를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겠다.
아까의 얘기를 좀 더 연장해서 해봤으면 좋겠다. 독립미디어활동가들도 우리의 운동이 확장되어야겠다는 인식이 조금씩 생기고 있고 그런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도 생기고 있다. 그 점은 어떻게 보는가?

허경: 나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대선미디어연대를 하면서 시급히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대안미디어운동 진영 주체들의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독립영화로 대표되는 영역과 거기서 나온 대안미디어운동 주체들 간의 간극과 반응의 스펙트럼 역시 굉장히 다양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볼 때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주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양쪽을 네트워크 할 사람이 정말 부족하다. 지난 번 EBS토론회(EIDF 포럼 - “독립다큐와 방송공공성” 2007.8.27)를 하면서도 느꼈던 것은 이것이 독립영화 진영의 자기조직화로 연결되어야할 텐데 이러한 논의가 여전히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운동진영도 우리에게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 달라.

경계를 넘는 미디어운동을 위하여

사회자: 최근의 한 토론회의 결론도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바로 이런 내용이었는데 즉 경계를 넘는 운동으로 가야하는데 거기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대선미디어연대의 과제와 같은 총론적 프레임을 정리해내는 작업과 또 하나는 초점을 잡아서 작더라도 실천적인 공동투쟁 사안을 잡고 진행하는 것이다. 오늘 간담회를 종합해보면 이번의 대선미디어개혁과제는 변화된 지형을 반영하는 최초의 시도라는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여기에 기반 해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이냐가 문제일텐데 한편으로는 대선 준비, 또 한편으로는 대선 이후에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동시에 어떤 실천의 초점을 잡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자.

추혜선: 별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대선 끝내고 길을 모색해봐야겠다. 길이 안보이면 길이라도 닦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겠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말씀드리면 그나마 주류미디어의 주변부에 있는 언론개혁운동이 주류미디어와 대안미디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동의 이슈들을 만들고 서로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해야 한다. 이 정도로 정리하고 이 부분들을 저희가 실제적으로 요구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전주방송 같은 경우도 언론개혁운동 진영에서 무식한 방법일지라도 모두 다 내려가서 공동 집회하고 이슈를 알려내는 방식으로 공동투쟁의 사례들을 하나씩 모아나간다면 가교가 없어도 하나의 지향으로 모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역할에 충실하겠다.

이강택: 이미 상황은 객관적 필요성은 이미 존재하는데 우리의 준비 수준이 그것에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공동으로 대처해야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각 진영에서 따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최소의 논의기구를 상설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시작은 미디어개혁과제를 발전시키면서 하나의 운동론으로 만들어내는 작업부터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또 하나는 내 제안인데 지역에서는 풀뿌리 언론지부라고 해서 언론노조의 한 지부로서 전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은 지역신문에서 일하는 분들의 요구가 전체적으로 수렴되기도 하고 확산되기도 한다. 또 그분들 덕분에 신문노조가 자기 건강성을 유지해갈 수 있기도 하다. 미디어운동진영도 조직상으로 다양한 상호침투 방법을 모색해볼 시기가 됐다. 이게 양진영의 교류를 활성화할 뿐 아니라 각 진영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상당히 유력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추혜선: 그 부분은 한국 노동조합의 폐쇄성을 깨는 역할이 될 수도 있겠다. 언론노조가 이러한 역할을 많이 해 줬으면 한다. 딱히 노동조합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슈별로 끊임없이 공동의 이슈를 생산해내면 그러는 사이에 정착이 될 것이다.

이강택: 언론노조도 지금 중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역에는 지역협의회가 있다. 산별노조란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노동자를 다 포괄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수준에서 우리가 결합할 수 있는 틀들은 이미 상당히 가능하다. 다만 우리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걸 적극적으로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추혜선: 아주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기하자면 언론노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운동에 있어서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문제를 던져보자면 부산방송에서는 이런 얘기를 한다. 즉 자신들은 지역성 구현한다고 정책 나올 때마다 방송위원회에 가서 자리 깔고 앉아있지만 사실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 핵심은 지역미디어운동이 죽으면 지역 방송이 죽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인식을 할 수 있는 인자들이 이미 주류 미디어운동 내에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해서 그런 의식들이 팽배해지고 교류하고 싸울 수 있는 기반들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 지역은 아까도 말했듯이 서로를 굉장히 적대시한다. 이런 부분들을 언론노조 지도부에서 끊임없이 공동의 의제들을 만들어주고 자체적으로 굴러갈 때까지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강택: 자유적인 패러다임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감시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패러다임이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한계는 사회적 공공성을 어떻게 안팎에서 공동으로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를 지금 지역에서 맞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공동투쟁이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와 상반된 상황이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가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들은 이미 주어져있다고 본다.

사회자: 또 한편의 문제는 이슈는 많아지고 조직의 역량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걸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는 게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이슈를 중심으로 초점을 맞춰서 부하를 덜 필요가 있다. 통합적 소통이라는 것은 각 이슈들이 있다면 그 이슈들이 얼마나 공감대를 갖고 논의될 수 있고 필요한 지원들을 조직해나가면서 어떻게 부분들의 모임이 집중적인 힘을 발휘하게 할 것이냐이다. 또 하나는 아까 언론노조에서 멤버쉽 얘기를 했지만 뭔가 사회운동과 결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상시적 소통이란 상시적 연대체가 될 수도 있으나 그건 지금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오히려 전략을 같이 짠다든지 하는 상시적 논의체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언론노조가 사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사회운동이나 미디어운동들의 논의가 함께 이야기될 수 있는 논의틀을 만들고,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현업들이 이슈나 행사에 있어서 일정하게 참관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해서 하나씩 하나씩 폭을 상층차원에서라도 넓혀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계속 모색해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허경의 얘기를 듣자.

허경: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해서 운동을 재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지만 전 언론미디어운동진영의 공대위를 꾸릴 수 있는 건수들이 보인다. 전주방송, 울산 중앙 케이블, KBS 열린채널 등이 그렇다. 또 하나 해볼 수 있는 것은 FTA나 민영화 등의 주제를 가지고 공동제작을 시도하는 것이다. 공대위의 형식들을 기획해서 시도해볼 수 있다.

사회자: 서로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지원하도록 하자. 그런 것들에서 작은 것부터 함께 만들어가고 우리가 올해 연말과 연초에 집중적으로 프레임을 정리해보고 그 기간 동안 실천적인 초점을 잡아서 공동투쟁과 활동들을 하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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