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취재를 나가거나 외부단체를 만나 광주시민방송을 소개하면서 필자는 두 가지 다른 태도를 보이곤 한다. 방송국이 꾸려진지 2년이 넘었다며 나름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아직 시범사업이라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광주시민방송이 지역에서 아직 입지를 굳히지 못한 상황에서 실제 전파를 송출하는 점을 강조하며 방송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후자의 경우는 뒤이어 쏟아지는 청취권역이나 홍보부족의 난점들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으로 안정화되지 않은 이유를 현실적인 문제들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정식사업자가 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난점들이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 전망은 사실 무력감에 휩싸이게 하지만 아직은 지역미디어로 자리잡아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텨내기를 하고 있다.
광주시민방송은 유일하게 지자체와 학교기관이 손을 잡아 구성된 모델로 연주소 또한 대학교와 담 하나를 두고 맞닿아있는 구청 내에 위치하여 개국 당시 최적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일부 평가와 함께 탄탄하고 안정된 구조로 운영될 것이라 전망되었다.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 관공서를 끼고 대학가에 위치한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지 못하다.
먼저 타이틀도 거창한 광주시민방송에 대한 인지도를 살펴보면 무척 낮은 편이다. 그동안 변변한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재원마련 측면 뿐 아니라 출력의 한계를 우선 지적할 수 있다. 구청의 담당부서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관내 90%의 주민들에게 방송국을 홍보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장점임에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내 주민들이 주파수를 인지하였을 경우 불과 1Km를 커버할 수 있는 출력으로 가청권을 벗어난 주민들의 항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것이 구청 담당자의 고민이다. 어쩔 수 없이 제작에 참여하는 자원활동가의 구두홍보에 의존하며, 연주소와 가까운 덕분에 제작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으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라디오 본연의 목적인 커뮤니티 형성기능이나 지역밀착형 미디어의 기능을 다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게 된다.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본다면 지금껏 미디어 제작을 통한 지역민의 미디어체험 및 활용이라는 차원에서는 공감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인풋은 있으나 아웃풋을 통한 소통과 교류가 없는 점을 지적해 본다. 전파를 타고 나간 지역의 이야기가 정작 지역민이 귀를 통해 입을 통해 전해지지 않고, 허공에 묻혀버린다면 공동체라디오의 본연의 목적은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
공동체라디오의 시작부터 모든 요소들 즉 재정, 장비, 인력, 교육 등을 모두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것을 먼저 확충하고 어느 것이 더 우선순위에 놓여야할지는 정책입안의 단계에서 부터 꼼꼼히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사업의 구상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지혜를 기대할 뿐이다.
앞서 광주시민방송의 2년을 제자리걸음이라 칭하는 이유는 그동안 성공도 실패도 없었기 때문이다. 2년의 평가를 단순히 성공이냐 실패냐 구분지어 표현하기 어렵지만, 지역미디어 기능을 충분히 실현하기엔 그 시도조차 어려운 현실을 꼬집어보고 싶다. 지역매체로 자리 잡아 가는 단계에서 앞으로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실패를 발판을 삼아 지역의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