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특별전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까지' |
환경재단과 한겨레신문 공동주최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지구상상전’ 옆에는 로이터특별전이 있습니다. 지구상상전은 ‘지구’를 주제로 10명의 사진작가들의 시선을 보여주고, 로이터 특별전은 역사상 최악의 핵폭발 사건이 터진 체르노빌에서 핵 재앙 불안이 뒤덮은 후쿠시마까지 담은 보도사진을 전시합니다. 로이터 특별전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까지’를 다룬 이번 리뷰는 로이터 사진들과 ‘후쿠시마에서 한국 구석구석으로’ 퍼져가는 핵 위험을 다루겠습니다.
체르노빌에서
▲ 체르노빌에서 근처 도시에서 발견된 유아용 슬리퍼와 방독면 |
슬리퍼와 방독면이 발견된 프리피야티는 체르노빌 바로 옆 도시입니다. 이제는 유령도시가 된 그곳에 살았던 슬리퍼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지. 그 아이는 몇 살이었을지. 피난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살아있다면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지. 과학자들은 반성하고 있을지.
그러나 체르노빌 참사가 터지고 25년 후 지금. 체르노빌이 보여준 원자력 재앙은 어느새 잊혀지고 과학자들은 ‘안전한 기술’을 탑재한 원자력발전소를 약속합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태는 ‘안전한 원전’에 대한 신화를 깨뜨렸습니다. 체르노빌 참사에 대한 기억과 후쿠시마 사태전개를 지켜보며 세계는 ‘안전한 원전’ 신화를 포기했습니다. 유럽의 원전강국인 독일은 모든 원전폐쇄를 추진합니다. (경쟁국 프랑스는 포기 안 한다고 함) ‘우리 원전은 기술이 달라서 안전하다’는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또 다른 유아용 방독면을 만들어야 할 날이 오진 않을지 돌아봐야 합니다. 농사용 비닐조각 때문에 멈춘 고리 원전처럼, 어떤 이유로 원전사고가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 (왼쪽부터) 로이터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 체르노빌 원전4호기를 끄는 과학자, 유령도시가 된 체르노빌, 복구중인 체르노빌, 체르노빌 참사를 추모하는 사람들 |
후쿠시마까지
▲ 인도에서 열린 원전반대 집회. 걸려있는 사진 속 아이는 체르노빌 참사 이후에 태어났다 |
로이터사진전에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시민들의 원전 반대행동을 담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중국과 함께 원전건설 레이스 선두를 달리는 인도에서 열린 원전반대집회입니다. 심지어 핵탄두까지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건설 중인 원전까지 합쳐서 25기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18기 추가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경쟁국인 중국은 건설 중인 원전까지 총 40기 보유, 50기를 계획 중)
촛불을 들고 모인 사람들 앞에 사진 속 아이는 체르노빌 참사 이후에 태어났지만, 참사의 흔적을 그대로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참사 이후 사산과 기형아 발생률이 급등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원자력사고로 나는 물론 내 다음 세대까지 고통 받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1986년 체르노빌의 흔적을 품고 태어난 아이를 기억합니다.
사진전에 후쿠시마 사태 이후를 담은 사진들이 더 있었지만, 정작 후쿠시마 이후 시작된 일본의 집회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로이터 특별전은 후쿠시마 사태를 외면하고 원전건설을 밀어붙이는 한국의 상황에서,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토론이 부재한 현실에서 핵 재앙을 성찰할 수 있는 적절한 전시였습니다.
후쿠시마에서 한국 구석구석으로
▲ (왼쪽부터) 후쿠시마 원전4호기 폭발사진, 고리 원전, 부안 핵 폐기장 반대 촛불집회, MBC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보도 |
위에 사진 네 장은 원자력을 둘러싼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입니다. 먼저 가장 왼쪽 후쿠시마 원전 4호기 폭발사진. 한국 언론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며 마치 세상이 무너질 듯한 보도를 내놓으면서도 대통령의 편서풍 발언을 인용하며 ‘한국은 안전하다’고 보도하는 희한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입니다. 얼마 전 농사용 비닐조각 때문에 고리 원전 2호기가 멈추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KBS만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마저도 전문가의 말만 인용해 "안전하다"고 평했습니다. 원전 주변에 모여 사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부안 핵 폐기장 반대 촛불집회의 모습입니다. ‘에너지 자립’과 ‘높은 효율성’을 이유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핵 폐기장을 환경보존을 이유로 반대한 주민들을 지역 언론마저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언론들은 핵의 위험성과 다른 대체에너지 개발가능성, 환경파괴를 외면한 채 그저 ‘지역 이기주의’를 훈계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2009년, 한국은 "안전하고 고효율인" 원전을 아랍에미리트에 수주했습니다. 네 번째 사진은 원전수주 특집 뉴스데스크 화면입니다. ‘원전강국’ 특집다큐까지 급조해서 방송하면서 언론은 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지 주민들의 의견은 어떤지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 로이터 특별전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까지' |
한국의 환경위기시각은 9시 35분. 종말을 알리는 12시까지 2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각종 정책을 ‘녹색성장’으로 포장하지만 환경위기시각을 앞으로 돌리려고 하기보다 뒤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괴상한 ‘녹색성장’을 분석과 비판 기능이 마비된 언론이 돕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왜 언론이 원자력을 대하는 모습이 변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고리 원전이 멈추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았는지, 지역이기주의로 내몰았던 부안의 지금 모습을 취재할 계획은 없었는지, 원전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기보다 ‘몇 조에 달하는 수익’이라는 경제효과에 파묻혀 특집다큐까지 했던 순간을 반성하는지 로이터사진전을 관람하면서 생각났습니다. □
* 참고
그린피스 전문가 "한국, 원전 가까이 주민 몰려 살아 충격", 경향신문, 2011년 6월 23일
[세상읽기] 원자력 광기, 한겨레신문, 2011년 6월 22일
방사능비에도 꿈쩍 않는 언론 ‘안전타령’, 미디어오늘, 2011년 4월 14일
고리원전 2호기 전기 끊겨 가동 중단, KBS, 2011년 6월 21일
* 사진출처
본문에서 ‘후쿠시마까지’ 부분까지 사용된 사진 출처는 모두 로이터사진전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 폭발사진 – 노컷뉴스
고리 원전 – 부산경남방송 KNN
부안 핵폐기장 반대 촛불집회 – 노동자의 힘
MBC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보도 – 미디어오늘
[필자소개] 준혁
기분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 출몰했다 사라지는 보일랑 말랑한 뺀질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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