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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6호] 주파수, 활짝 열고, 함께 쓰자, 누구나!

* 이 글은 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끝난 뒤 앞으로 계속될 주파수 정책의 거대한 변화와 종합편성채널 개국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미디어운동 상황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전파운동’을 소개한다.

효율성+공정한 분배=통신3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10년 6월에 “주파수 효율성과 공정한 분배”를 이유로 주파수 심사할당제를 경매제로 바꾸고, 8월 29일에 4G 통신용 주파수 경매(800MHz, 1.8GHz, 2.1GHz)를 처음으로 마쳤다. 하지만 “공정한 주파수 분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사업자들은 거대 이동통신3사뿐이었다.

  원활한 경매 진행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3사 경영자들의 간담회. 왼쪽부터 이석채 케이티(KT) 회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상철 엘지유플러스(LG U+) 부회장, 하성민 에스케이티(SKT) 사장


17일 경매 첫날 방통위는 “시장 공정성”을 이유로 2.1GHz 대역을 아직 보유하지 못한 엘지 유플러스(LG U+)만 입찰기회를 부여했다. 에스케이티(SKT)와 케이티(KT)는 그 다음 황금주파수인 1.8GHz를 서로 독점하기 위해 매일 500억 씩, 많게는 1,000억을 올려서 배팅하고, 결국 SKT가 9,950억 원에 가져갔다. 800MHz는 29일 1.8GHz 경매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입찰하지 않다가 1.8GHz 입찰을 포기한 KT가 최저가인 2,261억 원에 가져갔다.(*주1)
더 빠른 4G 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신회사들이 과열 경쟁하는 모습은 당연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가 국회의 반대에도 경매제를 밀어붙였던 이유인 ‘공정한 분배’가 이뤄졌는지 의문이고, 외압-빅딜설이 제기되면서 야당이 국정감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재’인 주파수를 ‘위임’받아서 좌지우지하는 이동통신사들이 비용을 이용자들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KT는 이미 4G 서비스에서 ‘무제한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했다.)

이래저래 난국에 봉착한 미디어운동

통신용 주파수 경매소식을 주로 영상매체에 대한 논의가 중심인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에 다룰 정도로 통신주파수와 미디어운동 사이에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경매를 지켜보고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방통위가 12월에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4G 통신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매를 검토하고 있고, 중장기 주파수 운용계획(일명 ‘모바일 광개토 프로젝트’(*주2))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번 통신용 주파수 경매는 심지어 방송용 주파수마저 통신 산업 지원에 쏟아 붓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시작이다.
이와 별도로 곧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도 개국하면서, 지금 미디어운동은 퍼블릭 액세스와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서 삭감하고 있는 방통위, 퍼블릭 액세스에 기반이 되어온 지역방송에 특히 큰 타격을 입힐 종편의 개국, 이동 통신 산업 지원을 위해서만 할당되는 주파수 정책이라는 심각한 난국에 봉착했다. 난국에서 벗어나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보를 위해 우리는 이제 미디어산업과 정책의 변화추세를 차근차근 살피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1월 1일, 종편TV는 공포를 싣고

2012년 1월 1일 4개의 종합편성채널(TV조선, jTBC, 채널A, 한국매일방송)이 개국한다. 미디어법 직권상정 권한 논란, 미디어렙법 제정문제, 여론 다양성 파괴 등 종편이 터뜨린 있는 모든 문제를 다 무시하고 결국.

개국을 앞두고 곧 종합편성채널사업자들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채널 협상을 벌이는데, 이 시기에 맞춰 방통위가 케이블방송 다양성을 위해 마련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방통위의 엄청난 지원을 등에 업은 상황에서, 케이블방송이지만 사실상 지상파방송에 버금가거나 또는 뛰어넘을 파급력을 가진 종편은 지역방송들에게는 재앙이다. 그리고 지역방송과 함께해온 퍼블릭 액세스 기반의 붕괴도 의미한다. (종편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방영할 계획은 전혀 없을 테니.)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수익성이 낮은 방송사에 대한 광고지원법(미디어렙법)이 국회에서 계속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운동 안에서 퍼블릭 액세스 기반 확보를 위한 뚜렷한 대응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큰 손들’ 싸움에 등터지는 권리

그리고 1년 후 2013년 1월 1일에는 전국에서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디지털 방송이 실시되는 날이기도 하다. 방통위는 디지털방송을 위해 주파수를 재배치해왔고, 이 와중에 일명 ‘잔여주파수’(700MHz 대역에 108MHz 폭)가 생겼다. 이 주파수 대역을 두고 통신업계는 “통신용 주파수로 전환”을, 방송업계는 “3D방송 대비를 위한 방송용 주파수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서로 “주파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이용”을 언급하지만, 결국 막대한 이익창출이 목표인 ‘큰 손’들의 주파수 독점 싸움에 커뮤니케이션 권리(특히 보편적 시청권과 제작참여권)는 등터지고 있다.

방통위는 ‘잔여주파수’를 통신용 주파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데,(*주3) 방송용 주파수가 많이 남았다는 방통위의 예상과 반대되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지금도 시청자 대부분이 ‘무료로 보장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대신 유료매체(케이블TV나 IPTV)를 이용하고 있는데, 방송용 주파수가 부족해서 지상파 방송이 직접 송신할 수 없다면 시청자들은 더욱 유료매체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유료매체를 통한 지상파 채널 시청은 유료매체 시청료를 부담할 수 있는 시청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무료 지상파 채널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보편적 시청권’에 배치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권리자들이 직접 미디어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아예 외면당하고 있다. 방통위는 커뮤니케이션 권리실현에 적합한 공간인 공동체라디오를 매우 쌀쌀맞은 태도로 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2009년에 공동체라디오에 할당할 가용주파수 조사실시를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도 공식발표한 자료가 하나도 없으며 이제는 언급조차 안하고 있다. 공동체 라디오 신규 사업 신청자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아직도 2004년에 시범사업으로 주파수를 할당받은 7곳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유가 생긴 현재 잔여주파수에 대한 공동체라디오의 접근에 대한 논의나 약속한 가용주파수 조사계획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공동체미디어를 통한 시민들의 주파수 접근을 확대하는 추세인데도! (*주4)

할 수 있다, 활짝 열어보자!

이미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한 해외에서도 이렇게 큰 손들이 서로 주파수를 독점하려고 악을 쓰고 정부는 큰 손들의 “공정한 경쟁”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공공재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주파수를 공공재로 복원하고, 공유하자는 ‘열린 전파’(Open Spectrum) 운동이 시작됐다.
‘열린 전파’운동은 지금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주파수 정책 대신, 정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편적 인터넷에 접근해서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누구나 자신들의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방송을 할 기회를 확보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열린 전파’가 성공하려면 지금처럼 한 주파수 대역은 하나의 사업자만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독점구조 대신 ‘용도 미지정’(Flexible Access Common Spectrum) 주파수가 필요하다. ‘비면허 주파수’라고도 부르는 용도 미지정 주파수 대역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에게 친근한(그러나 ‘올레(Olleh)와 티와이파이(T wifi) 같은 무료 인터넷’이란 이미지로 왜곡된) 와이파이(Wi-fi)가 대표적으로 용도 미지정 주파수를 이용한 기술(인지 라디오, Cognitive Radio)인데, 주파수를 사용한 뒤에 다시 잔여주파수로 되돌려놓아서 배타적 독점을 막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용도 미지정 주파수 대역에서 각종 유씨씨(UCC)나 피투피(P2P)로 정보를 공유되고, (비면허) 라디오방송이나 1인 미디어, 거리텔레비전방송(telestreet)을 진행하고 있다. 유명한 활동가로는 미국에 로렌스(Lawrence Lessig)와 데이비드(David P. Reed)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활발한 거리텔레비전방송은 일명 ‘해적 방송국’을 이태리 도심 이곳저곳에 심어서 누구나 방송할 기회를 확보하자는 운동이다. 2002년 볼로냐에서 이태리 총리이자 언론 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시작했고, 지금도 전국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특히 미국)정부도 용도 미지정 주파수 설정에 적극적인데, 하지만 커져가는 통신 산업과 신규 벤처사업가들을 위한 상업적 목적이 ‘열린 전파’의 용도 미지정 주파수와는 다르다.

한국 방통위도 일명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용도 미지정 주파수 설정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다른 나라 정부들처럼 역시 이동통신 트래픽초과 문제 해결, 신규사업자 육성이라는 통신 산업을 위한 목적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통신 산업에 알맞은 용도 미지정 주파수’ 제공은 또다시 주파수 공공재 원칙을 훼손한다. 통신사업자들이 때로 주파수 공공성을 인용하며 자신들의 사업 확장을 옹호하는데, 과연 ‘용도 미지정’ Wi-fi 접근이 쿡(QOOK) 가입자만 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내 목소리가 전파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뺏기는 상황은 전혀 Olleh!하지 않다.

함께, 누구나!

주파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공재를 관리하는 국가가 거대 사업자들에게 공공재를 임대하면서 주파수가 사유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했다.
그리고 주파수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방통위의 외면은 물론, 주파수와 전파운동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미디어운동 안에서도 관심이 미진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방통위와 통신, 방송-신문 산업에 큰 손들의 무지막지한 행동을 견제하고, 무시당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권리의 보장과 확대를 위해, 미디어 접근에 가장 기본바탕이 되는 주파수에 대한 공유와 열린 전파운동 같은 새로운 행동이 필요하다. □

* 주1
- 2.1GHz 대역이 전 세계에서 4G(LTE)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앞으로 4G사업을 시작하는 통신사들은 2.1GHz 확보가 필수적인데, SKT와 KT는 이미 보유하고 있었지만 LGT는 이번 경매에서 최저가인 4455억 원에 확보했다. 800MHz 대역이 ‘음성서비스’ 통신용으로 적합하다고 평가받아왔지만,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는 1.8GHz가 더 빠르기 때문에 KT와 SKT는 1.8GHz 확보에 열을 올렸다.

* 주2
- 올해 연말에 방통위는 중장기 주파수 운용계획인 ‘모바일 광개토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광개토 정신으로 주파수 영토를 확장”하자는 목표로 2020년까지 668MHz에 달하는 통신용 주파수 대역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TV 디지털 전환 후 비어있는 방송용 주파수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주3
- 700MHz는 띄엄띄엄 기지국을 세워도 잘 퍼지는 특성이 있는 주파수이다. 방통위는 이 잔여주파수 대역을 방송용으로 유지할지, 통신용으로 전환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2013년에 사용을 앞두고 있어서 2012년에는 용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 세계 주파수 조정을 담당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전 세계가 700MHz를 통신용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일부 발표된 방통위의 ‘모바일 광개토 프로젝트’를 보면 700MHz 대역 108MHz 폭을 통신용으로 추가 발굴한다는 언급이 있다. 700MHz 역시 경매제로 재분배될 예정이다.

* 주4
- 2009년 아르헨티나는 주파수 1/3을 비정부기구에 할당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조합, 미디어운동단체, 인권단체들이 모인 ‘민주방송연합’의 투쟁성과였다. 2010년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공동체미디어는 비록 아담하지만 공동체에 크나큰 공헌을 한다.”고 인정하며 공동체라디오에 지원을 확대했다. 하지만 한국 방통위는 2009년 1월 1일 공동체라디오 사업자 7곳에 ‘자율경영’ 원칙을 내세워 광고수입으로 운영하라며 지원보조금을 전부 끊었다.

* 참고자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주파수 지도 그리기: 최근 미국의 주파수 경매 사례와 주파수 개혁운동을 중심으로, 김지현, ACT! 50호
미디액트 새로운 실천2
커뮤니케이션 권리 핸드북, 미디액트
방송통신위원회 고시 제2008-136호
주파수 공유정책 현황 및 시사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뻔뻔한 미디어농장 8차 포럼 자료집
뻔뻔한 미디어농장 9차 포럼 자료집
방송통신위원회 오남석 전파기획관 인터뷰 기사
해외 각국의 주파수 배분 동향과 시사점, LG경제정책연구원
[알아봅시다]광개토프로젝트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1080102011831693007
열린 전파운동에 대한 영문FAQ
http://www.greaterdemocracy.org/OpenSpectrumFAQ.html
Lawrence Lessig 소개(English) http://en.wikipedia.org/wiki/Lawrence_Lessig
David Reed 소개(English) http://www.reed.com/dpr/locus/OpenSpectrum/
길거리에 TV방송국을 세우다 - 이탈리아 공동체TV운동, 김희정, ACT! 19호


[필자소개] 준혁(ACT! 편집위원회)
준혁입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인간의 고통을 즐기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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