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85호 10주년 가상 인터뷰] 1살 ACT! 와 10살 ACT! 의 만남

[편집자 주] 지난 2007년 미디액트 5주년을 맞아 ‘ACT! 41호, ACT! 1호와 대화하다’라는 원고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이 원고에 아이디어를 얻은 ACT!편집위원회는 1살 ACT!와 10살 ACT!의 소소한 대화를 다시 한 번 마련했습니다. ACT!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가볍고 즐겁게 읽으실 수 있길 기대합니다.

ACT! 1호(이하 1호): 반갑다. 몇 년 전에도 이런 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ACT! 85호(이하 85호): 그렇다. 2007년, 5년 전이다. 41호와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오늘은 ACT! 발행 10년을 맞아 마련한 자리다.

1호: 벌써 10년이 지나다니… 시간 참 빠르다.

85호: 1호는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1호: 당연하다, 나는 1호이기 때문이다. (웃음)

85호: ACT! 발행 10년을 맞는 기분은 어떤가?

1호: 글쎄. 잘 모르겠다. 10년이라고 하니 그냥 그간의 시간이 낯설다.

85호: 그래도 공식적인 소감 한마디 말해주면 좋지 않을까.

1호: 감사하다. 자신만만하게 출발했지만, 아직 우리의 말도 다듬지 못하던 상태였고, 많은 게 막연한 상태였다. 말을 다듬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식이나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을 이어온 것이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특히 여전히 애쓰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85호: 어떤가? 1호를 보면 세상이 금방이라도 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선언적인 기세에 비해 현실의 변화는 더딘 듯하다.

1호: 맞다. 사실 10년이 변화를 두고 보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비록 1호에서의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달라지고,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85호: 동의한다.

1호: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듣고 싶다.

85호: ACT!에 대한 것인가, 미디어운동에 대한 것인가? 미디어운동 10년에 대한 것이라면 지면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스크롤 압박 때문에 독자들이 마우스를 던질지도 모른다. (웃음)

1호: 맞는 말이다. 미디어운동 10년은 기획대담을 참고하겠다. ACT!에 대해 말해 달라.


85호: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느끼기에 ACT!는 지난 10년 동안 크게 3차례 정도 변화한 것 같다. 관련 연구자들이 많이 참여한 초기(2003~2006년), 신진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한 중기(2007~2010년) 그리고 미디액트 공모 사태 이후부터 최근(2011~2013년)까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초기는 다소 투박하긴 했지만 기대와 열정은 가장 컸던 것 같고, 중기는 신진 활동가들 덕분인지 아기자기함과 친근함이 있었다. 요즘에는 늘 새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한 번 흐름이 바뀐 초기라 그런 것 같다.

1호: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미디액트 공모 사태인 것 같다.

85호: 맞다. ACT! 발행을 책임지고 있던 미디액트는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미디어센터 운영 공모에서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심사로 제외되면서, 어쩔 수 없이 독립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재정 위기로 월 1회 발행에서 격월 발행으로 바뀌었다.

1호: 많은 언론과 ACT!를 통해 그 사태를 접했다. 많이 안타까웠다.

85호: 만약 ACT!가 초기처럼 월 1회 발행됐다면 지금 100호 정도 됐을 것이다. 매년 5번 정도 발행하지 못했고, 그게 3년째니까. 이 대담도 1호와 100호의 만남이 됐을지도 모른다.

1호: 100호 때도 나와 만날까? 격월 발행이면 앞으로 3년 후가 될 것 같은데….

85호: 3년 후 이 대화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발각되면, 아마 할 수도 있겠다. (웃음)

1호: 아무튼 안타깝다. ACT!가 더 자주 발행되면 좋겠다.

85호: 발행비만 있다면 월 1회 발행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격월 발행에도 마감에 쫓기는 걸 보면 가끔 의심스럽긴 하다.

1호: 모든 일은 마감이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85호: 그밖에 큰 변화라면 동료들이 많이 생긴 것이다.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발행하는 ‘미디어생각’이나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발행하는 ‘미디어스코프’ 등이다. 또 최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NOW’라는 잡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묘하게 소재가 겹치기도 한다. 미디액트가 운영하는 서울마을미디어뉴스레터 ‘마중’ 역시 마찬가지다.

1호: 미디어운동에 대한 담론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85호: 맞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특성과 관점이 담긴 글이 계속 생산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재정적 기반이나 짜임새 있는 구조 등을 갖고 있는 동료들을 보다 보면 과연 ACT!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한다. 보다 안정적인 발행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1호: ACT!에겐 10년의 경험과 그 누구도 다루기 힘든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편집위원과 필자가 있지 않은가.

85호: 아마 편집위원들과 필자가 없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대체 ACT!가 뭐라고 그 터무니없는 활동비와 원고료에도 글을 써주시는지 가끔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뭐 그래서 보다 안정적 발행을 위한 조건을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1호: 주제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85호: 그건 맞다. 아무래도 공적 지원 구조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내용에 대한 제약이 없는 편이다. 눈치 보지 않고 발행할 수 있고, 웹진 특성상 글 자체에 대한 제한도 없다. 하지만 발행에 급급해 새로운 담론 생산이나 의제 발굴이 미흡한 것은 아닌지 늘 초조하다.

1호: 초조한가? 몰랐다. 나는 미디어운동에 대한 충실한 기록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ACT!가 아니면 기록되지 않았을 수많은 활동들이 있었다.

85호: 기록에 대한 자부심은 있다. ACT! 특성 때문인지 당장 피드백이 오진 않지만, 몇 달 후에 ‘그 글 어떻던데’라는 얘기를 꼭 한 번 듣는다. 간혹 정독하신 분들이 나도 잘 기억 안 나는 원고를 얘기하셔서 당황할 때도 드물게 있다. 또 ‘ACT!에만 있던데.’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아마도 그 어디에서도 관심 갖지 않는 내용을 굳이 들춰서 조르고 졸라서 발행하는 잡초 같은 끈질김 때문이 아닐까 싶다.

1호: 잡초 같은 생명력. 그게 ACT! 10년의 발행 비결일까. (웃음)

85호: 초조함의 근간에는 ACT!가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이기 때문인 것 같다. 1호는 확실히 그 이름에 걸맞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1호: 왜 그렇게 생각하나.

85호: 미디어운동을 규정적으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 우리가 미디어운동이라고 여기는 어떤 움직임과 활동이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미디어운동이라고 해야 할지 면밀하게 더듬어 보고 저 타이틀의 의미를 지금의 상황에 맞게 정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론이 같더라도 검토는 필요하다.

1호: 그러면 좋긴 하겠다. 하지만 이건 지금껏 미디어운동 진영에서 계속해서 되풀이해서 해온 말인 것 같다.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무언가 다른 측면에서 보려고 하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계속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지금 ACT!는 꽤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다르게 본다는 것은 쉽게 되지 않는다. 수많은 시도와 시도한 숫자만큼의 실패 속에서 뭔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ACT!가 이런저런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는, 늘 새로운 실험장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85호: 음… 고민해보겠다. 그밖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1호: 음… 참,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옛날 ACT! 링크가 깨져서 보이지 않는 글이 있다.

85호: 오래 전 독자의 제보로 알게 됐고 그 뒤로 체크는 해뒀으나 개선이 어려운 실정이다. 단행본으로 발행한 『Off-ACT!』로는 모두 있긴 한데 그 책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1호: 아, 『Off-ACT!』 그립다.

85호: 나도 그렇다. 11호에서 그치게 돼서 안타깝다. 대신 올해부터는 PDF 발행도 하고 있으니 언젠가 묶어내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대적인 작업이 되겠지만.

1호: 앞으로 계획은 뭔가?

85호: 여건이 된다면 『Off-ACT!』 발행이나 작년에 진행한 ‘ACT! 포럼’을 진행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계획은 꾸준히 발행하는 것이다.

1호: 꾸준히 발행하는 것. 정말 중요한 일이다.

85호: 난 ACT!가 미디액트가 발행하는 웹진이 아니라, 미디어운동에 대한 크고 작은 소식과 새로운 의제가 함께 담기는 그릇이자, 바쁘고 지친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보약처럼 힘이 되는 모두의 웹진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늘 옆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히 발행하는 것이 바로 늘 옆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열려 있어야 하지 않겠나.

1호: 그릇과 보약, 모두의 웹진, 거창하다. 하지만 조금은 목표를 이룬 것 같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웃음) 편집위원들과 독자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나?

85호: 꾸준한 발행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편집위원들과 필진, 그리고 숨겨진 독자들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 힘으로 왔고 앞으로도 그 힘으로 갈 것이다. 사랑한다. (웃음) 그리고 『Off-ACT!』1호와 4호는 미디액트에도 1권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사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버리더라도 1호와 4호는 꼭 남겨두길 바란다. 다시 안 보더라도 희소성의 법칙에 따른 소장가치가 있으니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1호: (웃음) 만나서 반가웠다. 다음에 또 만나자.

85호: 다음에는 아마도 100호와 만나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5년, 10년 후?

1호: 언제든 다시 보자. 그 동안 건강하길 바란다.

85호: 나도 반가웠다. 늘 변함없이 건강하길 나도 바란다.

* 참고사이트
- 미디액트 5주년 에세이집 원고 - ACT! 41호, ACT! 1호와 대화하다

http://www.mediact.org/web/media/act.php?mode=emailzine&flag=emailzine&subno=2761&subTitle=%C0%CE%C5%CD%BA%E4&keyno=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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