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6년|4월|특집] 산업안전 없는 국가의 안전 계획이 시사하는 점

- 제3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중심으로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이라는 것이 있다. 이 계획은 헌법 제34조 제6항,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2조 및 시행령 제26조에 따라, 각종 재난 및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재난 및 안전관리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최상위 계획이다.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이전 1970년대는 산업화·도시화가 시작되면서 정부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풍수, 가뭄 등 자연재난 중심의 <방재계획>을 세워왔다. 1990년대 들어서는 <국가재난 관리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화재, 폭발, 붕괴 등 재난예방 계획을 세웠다. 2004년엔 고령화·기후변화·신종감염병 등으로부터 예방하기 위해 종전의 안전대책을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으로 통합하여 2005년부터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면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반영한 제3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은 앙꼬 없는 찐빵
제3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은 국민 대다수가 하루 중 절대적인 시간을 보내는 산업현장, 그리고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비어있다. 한국은 OECD 산재 사망 1위 국가이다. 계속되는 국가와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 조선소/건설업 하청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 청소 노동자가 임시 비계가 없어 3m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거나, 스티로폼 파쇄기에 노동자가 빨려 들어가 사망하고 이주노동자가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는 등 아직도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일어난 후진국형 산재 사고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국가의 안전대책에 있어 자연재해/재난으로부터 국가 기반시설과 재산을 지키고, 안전불감증인 국민의 안전의식을 재고하겠다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의 문제를 산업화하면서 일자리 창출, 경제적 이익 창출을 기대하며 시장화하고 있다. 이는 국민안전처가 제출한 제3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 (2015~2019)에서 밝힌 현실 인식과는 정 반대의 대책이다.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 시설물의 노후화·고층화·대형화는 유해·위험요인을 증가시키고 있다. (50년 이상 노후 시설 다수 (교량 27%, 터널 30%, 옹벽 37%, 승강장 17%) 또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인과 이주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안전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가 많다. (65세 이상 인구비율 (’13년 12%→’50년 37%), 국내체류 외국인 약 160만 명(’13년)) 또한, 원자력, 가스 등 에너지 기반 시설, 화학물질 사용량 증가 등에 따른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대책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강화, 부족한 재난담당 인력의 전문성 역량 강화다. 산업현장의 안전에 관해서는 관계 부처와 협업을 통해 산업단지 내 안전 관련 시설 등을 설치하고 노동자를 위한 산재예방시설을 만듦으로서 창조적인 안전관리를 하겠다고 한다.

영국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
2016년 1월 영국 안전보건청(HSE)은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국가의 안전보건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6가지 전략 주례를 발표했다. 주목할 건 전략수립에 있어서 사업주는 물론 노동자 중앙정부기관, 지자체,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점이다.
① 작업장 안전보건에 대한 폭넓은 주인의식 장려
② 업무상 질환에 대한 우려 탐색 및 해결
③ 소규모 업체 지원
④ 위험관리 단순화 및 사업 성장 장려
⑤ 새로운 기술 및 업무 방식에 따른 문제 예상 및 해결
⑥ 영국의 접근법에 따른 혜택 공유
* 영국은 유럽국가 중 가장 낮은 업무상 사망사고율 기록하고 있다. (2014/2015년 업무상 사망사고 142건, 중대사고로 인한 재해피해 노동자 611,000명)

지금도 유럽 내 국가 중 영국은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모범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계획을 세우겠다고 안전보건청이 나서는 것이다. 유해·위험 작업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게 외주화하고, 삼성 반도체 하청 노동자 메탄올 중독 사건에서처럼 중·소규모 노동자의 안전보건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정부의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과 영국의 사례를 대조해보면 안전혁신을 위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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