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6년|8월|특집]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해야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1)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정비를 하다 사망한 비정규직·하청 노동자가 만일 업무를 혼자 하는 것이 위험하고,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으니 작업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모두는 그 결과가 어떠할지 예측이 가능하다.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해라!

그래서 정치권에선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통신사, 선박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경우 기간제, 파견, 하도급을 제한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금지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과 유해·위험작업에 하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철도 운행 때 기관사 및 운전업무종사자 2명이 함께 승차하는 것을 의무화한 '철도안전법 개정안' 등도 함께 발의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업무들은 일의 속성상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재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이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외주/파견업체에 전가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구조에 처해있다. 그런데도 재계는 고용 형태나 외주화 여부가 안전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법안 발의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에게 '정규직', '직업고용'이라는 이중규제를 가하여 고용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법안 통과를 넘어 남겨진 과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생명안전업무 외주화 금지특별법'안과 함께 생명안전업무의 기간제, 파견 고용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입법안도 발의 됐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박근혜 정부와 여야의 다툼에 밀려 모두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이번 20대 국회 역시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법안과 전혀 달리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파견 노동자를 전면 확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고, 앞서 언급했던 재계의 압박 등으로 인해 법안이 통과되리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이 실제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지금 제출된 법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야당이 제출한 법이 통과되어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쓸 수 없다고 해도 생명안전업무를 어떻게 규정하고, 대통령으로 업무 대상을 정한다고 하는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는 업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지난 19대 국회 때 "공익을 위해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존중하는 헌법 원칙에 부합된다면서 "고용 형태에 대한 제한은 핵심 업무를 대상으로 필요 최소한에 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따라서 20대 국회에서 제출한 법안을 매개로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정규직화의 필요성과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면서, 근본적으로는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위험 업무가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지금의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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