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6년|8월|특집] 실 노동시간을 줄여야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5)

한국은 명실상부한 장시간 노동 국가이다. 2015년 OECD 통계에서는 OECD에 새로 가입한 코스타리카와 기존의 장시간 노동시간 국가 1위인 멕시코 덕분에 한국은 3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간 2113시간이나 일하고 있어 2014년 기준 1770시간인 OECD 평균에 비해 한참이나 길다.

3위로 떨어졌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노동시간이 줄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동을 하게 될 거라고 기대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히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명시하여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도록 하여 1주간의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나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1주간에 12시간 한도 내에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마치 일주일의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인 것처럼 보이나 휴일 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괴한 행정해석 덕택에 토, 일요일 각각 8시간을 근무할 경우 1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 달하게 되고 이 관행이 암묵적으로 묵인되어 왔다.


그런데 역시나 여기에 '단계적 시행'이라는 조건을 붙였을 뿐 아니라 1주 8시간의 범위 안에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자고 한다. 그동안 "1주일은 7일이 아닌 5일"이라는 민망한 해석에 기대어 장시간 근로를 강행 시키던 것을 이젠 법으로 명시하여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제한
역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 현행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26개로 재분류하면서 이 중 10개 업종은 특례업종으로 유지하고 16개 업종은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현행 근로기준법 중 노동시간과 관련되어 최고의 독소조항이라고 볼 수 있는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는 다음과 같다.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제53조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엽,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고시에 의하면 '사회복지사업')

이 '특례업종'에 해당되는 노동자는 약 4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 노동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이 얼마나 유명무실한가를 보여줘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다음과 같이 특례 대상과 제외 업종을 정리하였다.

특례 유지 업종
1.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2. 수상운송업
3. 항공운송업
4. 그밖에 운송 관련 서비스업
5. 영상, 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6. 방송업
7. 전기통신업
8 보건업
9. 하수, 폐수 및 분뇨처리업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특례 제외 업종
1. 보관 및 창고업
2. 자동차 부품 판매업
3. 도매 및 상품 중개업
4. 소매업
5. 금융업
6. 보험 및 연금업
7.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
8. 우편업
9. 교육서비스업
10. 연구개발업
11.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
12. 광고업
13. 숙박업
14. 음식점 및 주점업
15. 건물, 산업설비 청소 및 방제서비스업
16. 미용, 옥탕 및 유사서비스업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운송업을 특례업종으로 유지한 안을 발의했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건강 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중교통 운전자의 운전시간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의 특례업종의 제한이 몇 년 전부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여기까지 끌어왔다고 하니 더욱 한심하다. 운송업까지 특례업종에서 제외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법 발의보다는 제대로 된 국정감시

현재에도 노동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이찬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포괄임금제의 금지 및 사용자에게 근로자 업무개시 및 종료시간 기록의무 부여하도록 하였고, 더불어민주당의 신경민의원은 근로시간 외의 시간에 전화, 문자, SNS 등을 이용하여 사생활의 자유 침해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그 외 에도 상당수의 의원들이 공휴일과 공직선거일의 유급휴일화, 공휴일 확대, 대체공휴일제도의 확대 등을 발의하였다. 워낙에 의원발의가 난무하고 통과율은 저조한 씁쓸한 상황에서 이런 의원발의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노동시간은 노동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간 문제와 얽혀있는 저임금, 고용불안 문제를 같이 꿰뚫어보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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