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화재사건, 경찰의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반대하며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 천 연 옥
부산 해운대에 있는 37층의 고층아파트 우신골든스위트에서 지난 10월 1일 화재사건이 발생하여 59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10월 28일 해운대경찰서는 건물관리 소홀이 만든 인재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불은 대형 선풍기가 꽂힌 콘센트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시작됐고, 각종 전기제품들을 한 두개의 콘센트에 꽂아 사용했고, 근처에 인화성이 높은 시너와 페인트가 널려있었다. 불이 난 4층은 배관 전용으로 설계돼 스프링클러도 없었지만, 미화원 탈의실과 재활용품 분류 작업장으로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 대표와 아파트 관리소장 외에, 화재가 발생한 휴게실을 쓰던 청소노동자 3명을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10월 29일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에서 화재원인은 청소노동자 쉴 곳마저 보장하지 않은 사용자와 이를 방관한 정부인데 청소노동자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고, 11월 3일 진보신당 부산시당,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공공노조 부산본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노동인권연대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청소노동자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의 누리꾼들도 제대로 된 휴게실이 아닌 좁은 곳에서 쉬는 노동자들이 전기 콘센트를 복잡하게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외면한 처사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휴게실 보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칙에도 명시된 권리이지만 현실은 이를 무시한다.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76조 1항의 내용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사실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최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최근 10년 정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하였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청소노동자들은 노동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 으리으리하게 세워진 고층건물들, 그 속에는 그 건물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실제로 대단위 고급아파트 단지에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식사시간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지하실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기둥 옆에 스티로폼을 깔고 밥을 먹고 있는 광경을 볼수 있다. 한국의 건축법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이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도 준공검사를 해준다. 이것이 이번 화재의 참된 원인이다. 국가가 책임져야할 법과 제도의 미비와 오로지 청소용역노동자를 통해 이윤을 착취하려는 청소용역업체들의 탐욕 앞에서 생존을 위해 일해야 했던 청소노동자들을 사법처리 하겠다는 경찰의 태도 앞에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정책의 본질을 읽는 것은 과도한 비약일까?
용산철거민 참사에도 경찰은 같은 태도를 보였다. 살기위해 올라간 망루에서 죽어간 철거민들의 가족들을 모두 사법처리하여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사회,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법의 엄정함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온갖 나쁜 짓을 하고도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도둑놈들이 주인인 사회, 이 불평등한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이 사법처리 방침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또 하나의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