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1월 지금 지역에서는1] 버스노동자의 인간선언

전북 버스파업, 한 달을 넘기다

한노보연 선전위원 청 이

전북에서 버스파업이 시작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버스 운행률이 50%미만일 정도의 파업이 한 달씩 지속된 것은 버스 노동운동사 안에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전주시에서는 관광버스를 동원해 대체버스를 운행했고, 관광버스에는 요금징수기가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함께 타고 다니며 요금을 받았다. 그런데 파업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못하겠으니 다른 인력을 사용해달라며 두 손을 들었다. 새벽 4시에 나와 밤 11시까지 버스틀 타야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언론들은 대체 버스 기사들의 피로도가 높아 안전에 위험이 있다며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 어서 복귀해야한다고 닥달하기도 한다. 그 살인적인 노동을 버스노동자에게는 감수하라고 당연한 듯 얘기하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버스노동자는 그런 육체적 피로와 위험을 감수해도 되는 노예가 아니다. 그래서 전북의 버스노동자들은 외친다. “버스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장시간 노동 시내버스 노동자는 16시간이 기본노동시간이고 하루를 일하면 하루 쉬는 형식으로 일을 한다. 기본적으로는 이런식으로 한 달에 12일(8시간 노동으로 24일)을 일해야 한다. 하지만 새벽부터 운행을 마칠 때까지의 시간은 16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수다. 운행을 마치고 차량을 정리하고 나면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가기도 한다. 거기에 회사의 배차에 따라 14일씩 일을 하는 것은 다반사고 16일 이상도 일을 한다. 한 달에 32일을 일하게 되는 셈이다. 16일 일을 하게 되면 3일 연속으로 버스를 운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 조합원은 3일 연속 일을 하면 몽롱한 정신으로 운전을 하게 된다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통계에서도 격일제 운행이 1일 2교대제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사고율을 보여주고 있다.
시외버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하루 14시간 노동이 기본이고, 여름에는 하루 19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 21일이 만근이어서 한달이면 최소한 20일 이상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 시외버스는 운행 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조합원은 나에게 하루 7만원 줄테니 대구가서 자고오라면 자고 오겠느냐며 20일 외박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거라고 하소연하셨다.
노동재해 하루 종일 운전석에 앉아 차를 운전하는 것 만으로 팔, 어깨, 허리 곳곳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다. 한 분은 “어깨가 쑤신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된다. 끊어지듯이 아프다는 말을 버스운전을 하면서 깨닫게 됐다”며 통증을 호소하셨다.
종점에서 회차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식사할 시간과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부족하다. 종점에서는 기사들을 위해 썰어놓지 않은 통김밥을 판다. 버스노동자들은 그 통김밥을 먹으면서 버스를 운행한다. 당연히 소화가 잘될리 없다. 운전을 하면서 위장약을 달고 사는 이유다. 기본적인 운행시간이 2시간이 넘는 코스들이 있고, 배차 시간에 쫓기다 보면 두 번씩 종점을 다녀가도록 화장실을 못가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방광염과 요실금을 앓는 노동자들이 많다. 급할 때를 대비해서 비닐봉지를 가지고 운행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임금은? 전주의 버스업체들은 작년 15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회사가 시에 보고한 내용대로라면 보조금 대부분을 임금에 사용했고 버스노동자들은 1인당 270만원씩은 받았어야 했다. 버스노동자들의 임금 문제가 불거지자 행정당국과 회사가 함께 나서 버스노동자의 임금은 200만원이 넘는다며 호도하고 있고 언론들은 이런 이야기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금은 한 달 160만원 언저리다. 나머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의원들이 전주시에 보조금 집행 내역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주시는 자료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다만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버스업체 사장으로부터 선거후원금을 받았다는 것이 올 1월에 밝혀졌을 뿐이다.
지금 전북에서는 버스파업을 호도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과 언론이 동원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구제역을 옮길 수 있으니 집회를 취소하라는 플랑카드가 시내 곳곳에 걸리기도 했다. 전주시는 관변단체를 동원해 파업현장에 찾아가 버스파업을 철회하라는 훼방을 놓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관제데모에 참석한 한 단체는 버스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서는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며 격려하고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이 밝혀질수록 이들에 대한 지지는 높아져가고 있다.
지금 파업에 참가한 버스노동자들은 집회라는 걸 난생 처음 해본 사람들이 대다수다. 어떤 분은 민주노총에 가입하고서야 자신들이 얼마나 속고 빼앗기며 살았는지를 알게 됐다며, 알고 나서는 분해서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고 토로하셨다. 투쟁가도 모르고 주먹질도 못하던 노동자들이었지만 이런 울분들이 쌓여있기에 파업 한 달을 넘기고도 단단하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북버스노동자들의 유례없는 투쟁을 비슷한 처지인 전국의 운수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이 분들은 잘 알고 계신다.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고 지금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것”이라는 어떤 분의 말씀처럼 자신들의 투쟁이 전국으로 번져 각 사업장에 민주노조가 만들어지고 인간다운 노동을 쟁취하는 것이 전북버스노동자들의 하나 된 심정일 것이다. 버스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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