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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2월 | 일터 다시보기] 정부는 노동법상의 잘못된 반의학적 견해를 시정하라

정부는 노동법상의 잘못된 반의학적 견해를 시정하라
한노보연 후원회원 문 창 호

나는 시설관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24시간 설비 유지, 감시가 필요한 시설관리의 특성상 근무형태는 정상근무와 주야교대근무를 오간다. 교대근무는 3조 2교제로서, 근무자는 ‘주주주야비야비야비’ 순으로 근무한다. 주야의 교체가 빠르고, 야간근무가 연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설관리업에서 일반적인 24시간 맞교대나 2조2교대에 비해서는 생체리듬의 교란이 덜한 편이다. 또한 근무자들은 정상근무에 비해 업무스트레스가 덜하고 평일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얼마간의 수당 때문에 교대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다. 반면에 장기 교대근무자들은 야간근무 이후의 수면장애와 평소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 체중증가 등의 건강상의 문제와 저녁근무와 공휴일 박탈로 인한 사회활동 제약 같은 불만도 토로한다.

입사 초에는 교대근무 시의 임금 계산이 제조업에서의 잔업, 특근의 경우와 비슷하게 이뤄질 것으로 막연히 짐작하고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월급을 기대했었는데, 웬걸 정상근무시나 교대근무시나 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분한 마음에 더듬더듬 알아보니, 시설 관리업 종사자들이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있는 탓이었다. 감시적 근로자란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상대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말하는데, 수위, 경비, 청경, 물품 감시원 등이 해당된다. 또 단속적 근로자란 근로가 간헐적, 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 또는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말하는데, 보일러공, 전기원 등이 해당된다. 사용자가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을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간외 근로수당 및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또 최저임금도 더 낮게 적용된다. 대개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은 사용자와 포괄임금 계약을 맺는데, 이는 기본임금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시간외, 야간 및 휴일수당 등 제 수당을 미리 합산한 일정금액을 근로자의 승낙 하에 월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장치들이 장시간 및 야간노동이 일상적인 비전형근로자들의 임금 억압을 위한 수레바퀴들임은 당연하다. 내 같은 경우는 정상근무 시는 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되고, 교대근무 시는 감시적 근로자로 분류돼 24시간 중 몇 시간의 비전형근무를 하든, 며칠의 공휴일에 출근을 하든 상관없이 정해진 월급을 매달 똑같이 받는 것이다. 이래서 잔업, 특근 뛰는 ‘맛’이 뭔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일터』에서 시작해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도 읽었는데, 그간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아무리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한 대안은 없다”였다. 이 말을 읽고 생각이 든 게, “주66시간 일하면서도 기 백만원 받는 이유가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노동자라는 점인데, 사실은 밤 지새운다는 점으로도 건강을 해치는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제 건강을 ‘잘못된 근거’로 얼마나 헐값에 팔아넘기고 있는 중인가?”였다. 물론 제 값 쳐주면 건강도 팔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니다. 그런데 야간근무가 불가피하고 그만큼 제 건강과 수명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건강 보호 기제 마련은 고사하고, 겉보기에 피로가 적어 보인다는 이유로 최저임금까지 깎는 짓은 열 받을 일이다.

경비, 시설관리를 비롯한 시설노동자들은 첩첩의 착취를 받는다. 다들 알다시피 용역이라서 뜯기고, 노령이라고 떼이고, 보잘 것 없는 노동이라며 깎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부가 공인한 잘못된 반의학적 견지로 인해서도 싸구려 노동 취급받아왔다. 제길슨! 우리 없으면 당신네들 담을 넘는 도둑은 누가 감시하고, 밤새 돌아가는 전기와 기계 설비는 누가 돌보는가?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희생해 당신들의 밤의 안전과 편안을 책임진다. 우리의 밤이 당신들의 낮보다 가치 없을 까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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