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푸우씨
설 연휴를 보내고 연구소 홈페이지에 노동보건소식을 올리려고 보니, 눈에 띄는 게 있더군요. 작년 2010년 산업재해율과 관련한 소식이었어요. 보통 이런 제목을 달고 소식을 전하더군요.
산업재해율 0.6%대 진입..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 [1.25 파이낸셜뉴스]
산업재해율 12년 만에 0.6%대로 하락 [1.25 뉴스토마토]
지난해 산업재해율 12년 만에 0.6%대로 진입 [1.25 경제투데이]
지난해 산업재해율 0.69%··· 12년 만에 진입 [1.26 KTV한국정책방송]
기사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12년만에 산업재해율이 0.6%로 하락했다는 것. 즉, 산업재해율이 2009년 0.7%에서 0.01포인트 감소한 0.69%가 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최근까지 12년동안 0.7%를 유지해온 것을 실질적으로 줄여낸 성과라는 것이지요. 그것에 덧붙인 분석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재해율 0.6%대 진입은 경기 회복국면(성장률 5.0%)에서 근로자수가 전년대비 31만3000명이 증가하는 등 노동투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달성한 것으로 1998년 경기후퇴기(-5.7% 성장)에 달성한 0.68%와 비교할 때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사고성 재해감소 100일 집중계획(’10.6월~9월)’, ‘사고성재해 집중관리 강화대책(’10.8월~12월)’ 등 지속적인 재해감소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4년까지 제3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2014년에는 최근 5년 평균 근로손실일수, 사고사망자수, 사고재해율에 비해 30%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봤을때는 결국 고용노동부의 산재예방 5개년계획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홍보성(?) 기사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0.68%를 기록했던 98년도 산업재해율도 IMF 외환위기로 많은 이들이 노동현장을 떠나고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광폭하게 진행되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에 과연 일하다가 다쳐도 제대로 산재신청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실제로 산재가 줄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기사를 찾아서 내용을 읽어보니 명확히 다른 사실이 있더군요. 요런것 말이지요.
재해자수는 경기회복에 따른 산재보험가입사업장 근로자수 증가(31만3821명 증가) 등으로 인해 전년(9만7821명)보다 799명이 증가한 9만862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재해자수 중 업무상 사고자수는 9만836명으로 전년보다 1.95% 늘은 반면, 질병자수는 7784명으로 10.74%나 줄었다.
그러나 이는 산재율을 산정하는 모수인 산재보험가입자수가 증가율이 2.26%(31만3821명)로, 재해자수 증가율(0.82%)을 훨씬 웃돈데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뿐만아니라 산업재해불승인율이 높아지며 질병자수를 줄인 것도 재해율을 낮아지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분석 기사를 들여다 보니,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노동시장에 투입된 숫자가 훨씬 늘어, 결국 모수의 증가가 재해율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는 것. 게다가 여전히 업무상 사고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업무상 질병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으로 산재 승인이 안 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행태가 빚어낸 정책성과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고용노동부의 정책성과로 0.01%의 산재율이 줄었다면, 무척이나 대견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그런 방향이 추진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조삼모사식으로 눈속임하고 정책의 성과로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