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l 3월호ㅣ현장의 목소리] 해고통지서와 희망


해고통지서와 희망



금속노조 서울지부 대우자동차판매지회 박 기 동

신묘년 설날을 며칠 앞두고 해고통지서가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해고!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저들 자본은 들을 줄 모릅니다.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아무런 가치조차 없이 노동이 땅바닥에 내팽개쳐지는 세상. 참 더러운 세상입니다.
대우자동차판매 자본은 2010년 12월 30일 직원의 572명중 70%인 388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계획을 통보하고 2011.1.31.부로 조합원 전원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초우량기업을 무능 부패한 경영진들의 방만 경영으로 부도의 위기로 내 몰아 워크아웃에 이르게 하고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1년 1월 24일. 대우자동차판매지회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철회, 무능 경영진 퇴진, 회사분할 반대를 외치며 인천 부평 본사를 점거하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어깨가 시려오는 바닥 냉기와 건조한 공기로 조합원들은 목감기 몸살감기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정리해고의 아픔과 억울함 그리고 분노가 뒤엉켜 쉽게 잠조차 들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대부분 40중반인 가장들이 겪어야하는 고통이기에 그 무게는 더 합니다. 그렇다고 힘들다 어렵다는 말조차 꺼낼 엄두조차 못합니다.
뒤돌아보면 우리의 투쟁이 길게는 10년이 되어가고 짧게는 6년이 되었습니다. 점거농성으로 치면 2008년 10월부터 45일간의 농성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때 이후 연장선인 듯해 답답함은 더합니다. 시원한 해결책이 없음이 또한 갑갑한 일입니다.
투쟁의 동력이 폭발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함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기간의 대기발령과 자택대기발령 임금체불로 인한 생계의 고통은 그것의 한 원인입니다. 그리고 조합원이 전국 각지에 떨어져 있음도 또한 한 원인입니다. 참고 견딘다고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그렇다고 투쟁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참으로 많은 지혜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설이 되기 전에 GM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강고한 투쟁이 극적인 합의를 하고 정리를 하였습니다. 많이 연대하고 지지 엄호한 덕분일 것이고 당사자들은 목숨을 내 놓은 싸움을 한 결과이리라 봅니다. 비록 아쉬움이 남는 것일 지라도.
우리의 투쟁이 또한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냥 우리가 어렵다 힘들다 해서 손 놓고 있으면 누구하나 우리에게 연대해 주지는 않을 거라는 것 또한 압니다. 우리가 절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항상 우리는 구호로 이렇게 외칩니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10년 전에도 지금에도. 지금 우리 조합원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에 이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40대 중반의 가장들이고. 싸움의 과정에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아직 미혼인 동지들도 있습니다. 어떤 미혼인 동지는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결혼을 예정하고 좀 사귀다 잘 나간다 싶으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고. 회사를 욕해야 할지 조합을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본사 농성 투쟁이 한달이 지났습니다. 오늘도 일정은 시작이 됩니다. 7시에 기상하고 8시에 투쟁가에 출근투쟁 선전전을 하고 9시에 식사. 여의도 산업은행과 노동부 인천 북부지청에 1인 시위 선전전을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하루 투쟁을 해 갑니다. 이 질긴 투쟁이 우리 투쟁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오늘하루가 지나서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그래서 우리 승리하는 날 모두 어깨 걸고 춤추고 노래하며 막걸리 잔 나눌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불씨가 되어 노동이 희망이 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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