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l 3월호ㅣ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몽땅 내사랑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몽땅 내 사랑


요즘 TV에서 「몽땅 내사랑」이라는 시트콤을 한다.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저녁 시간 가족들이 함께 극중 인물들의 엉뚱함에 웃을 수 있는 시트콤이다. 극을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로 구두쇠 김원장이 나온다. 어린 딸을 잃어버리고 악착같이 돈을 벌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김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에는 알바가 1명 있다. 대학을 휴학하고 알바를 하는 여대생은 할머니와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학원 알바, 편의점 알바, 세차장 알바를 쉴 틈없이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생활비와 복학을 위한 학비를 벌기 위해 잠 잘 시간도 없이 끊임없이 알바를 해야만 한다. 김원장은 상징적으로 이름을 빼고 “알바”라고 부른다.
이 시트콤의 중요한 스토리 중 하나는 김원장의 잃어버린 어린 딸이 바로 알바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아빠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한 노력과 그 아픔을 가끔씩 소재로 하며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헤어진 부녀 사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구두쇠 김원장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 이러한 애환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그런 것인지 김원장은 “알바”를 마구 부려 먹는다.

몽땅 내 멋대로


김원장과 알바의 관계가 시트콤의 주요한 스토리와 감동을 위한 설정이라 하더라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김원장의 폭력적인 만행과 알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떠한 만행도 감내하는 알바의 순응적인 태도에 가끔 울컥하는 때가 여러차례 있었다.
과연 권력과 돈을 가진 자, 김원장은「몽땅 내 멋대로」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그러나 시트콤에서는 다르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알바의 월급을 10만원 올려줬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이 끝난 후에도 밤 늦도록 길거리에서 학원 설문조사를 시킨다. 돈을 올려줬으니 더 부려먹어야 한다는 김원장의 생각이다. 알바는 한 겨울
가로등 밑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묵묵히 설문조사를 한다. 학원의 유능한 선생이 다른 학원으로 옮기려 하자 알바에게 카드를 주면서 5만원까지 써도 되니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것을 막으라고 지시한다. 이를 눈치 챈 학원선생은 일부러 비싼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파게티를 시킨다. 알바는 바게뜨빵 만 시키고 금액이 초과될 때마다 김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김원장은 단호하다. “5만원 넘으면 월급에서 깐다”는 것이다. 괴로운 마음에 학원선생이 먹다 남긴 와인을 단번에 들이키고 비틀거리며 식당을 나온다.
학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선생의 실수로 알바는 발등에 화상을 입었다. 묻지고 따질 필요도 없이 당연히 업무상 재해이다. 이런 사실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학원선생은 동료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에 학원일은 물론 편의점 등 다른 알바에 차질이 없도록 도움을 준다. 보다 못한 할머니는 김원장에게 “며칠간 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지만 김원장은 “꾀병”이라고 소리치며 직접 어느정도 다쳤는지 확인하겠다고 날 뛴다. 이뿐만이 아니라 걸핏하면 “넌 해고야” “그만둬”를 외친다. 실제 서면통보도 없이 해고라는 말만 듣고 알바는 학원을 그만두었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유사한 장면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사용자라는 이유로 노동관계법령의 아무런 제약도 없이 내 멋대로 노동자를 부려먹어도 된다는 식이다. 이건 아니다. 노동자에게도 당연한 권리가 있다.

몽땅 바꾸자!


얼마전 현빈앓이를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던 「시크릿가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극중 주인공은 재벌3세로 정략결혼이 집안의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스턴트우먼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사회적 시선과 집안의 권력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스스로를 사회지도층으로 칭하는 김주원과 대별되는 길라임의 이력은 식당 6개월, PC방 3개월, 버거 5개월, 예술 3개월, 카센터 2개월, 스넥3개월, 스키장 3개월의 단시간 비정규노동을 경험한 스턴트우먼이라는 것이다.
「시크릿가든」의 후반부에 김주원은 “오스카의 콘서트 티켓을 전 직원에게 주어라”는 지시를 하며 “계약직까지 포함해서”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사회지도층의 윤리에 입각한 조치에 감탄해야 하는가?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 길라임이 힘겨운 싸움을 결심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없었다면 오로지 사회지도층의 윤리적 양심에 기대었다면 이와 같은 장면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노동자라는 이유로 인권을 무시당하고,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하며 사회적으로 순응을 강요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몽땅 바꾸기 위한 하나하나의 소중한 실천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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