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ㅣ3월ㅣ새세상열기] 여성의 몸에 대한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당사자가 아닌 누가 결정하려 하는가?


두 번째 이야기, 「여성」


여성의 몸에 대한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당사자가 아닌 누가 결정하려하는가?



붉은 몫소리 성 희 영


필자의 주변에는 임신중지(낙태)를 경험한 여성이 두 명 있다. 한 사람은 사남매를 키운 나의 어머니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친구이다. 이 둘은 같은 임신중지의 경험이 있지만 다른 이유에서, 그리고 다른 통로로 임신중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1960년 ≪산아제한≫ 이라는 영화가 있었을 정도로 정부는 출산율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출산조절정책은 60년대 월경조정술이라는 이름으로 임신중지 시술비를 지원하고 피임도구를 무료로 보급하기도 했으며 70년대에는 둘 낳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불임시술을 수용한 여성에게는 주택분양 우선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 당시 나의 어머니는 다섯째를 임신해서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이 많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건소 직원이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단칸방에 아이도 많은데

▲ 표에서 보면, 한국은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영국보다 낮은 출산율을 갖고 있다. 낙태허용=저출산 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낳으면 어떻게 사냐.” 며 수술을 권유했다. 출산을 고민하고 있던 어머니는 반강제(?)로 바로 보건소 차로 가서 수술을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용꿈을 태몽으로 꾼 아이라 낳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결국은 용꿈의 주인공을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가끔씩 용꿈을 얘기하면서 다섯째를 떠올리곤 한다.
이렇게까지 정부의 출산조절정책이 적극적으로 행해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출산율은 계속 줄어들었고 2005년 1.08%까지 떨어지면서 정부는 2009년 11월「저출산고령화대책」으로 불법 낙태 단속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 후 보건복지부에서 낙태 단속 강화 의지를 나타내며 관련 사회협의체를 발족했고 법제를 정비하자고 나서는 등 낙태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로 구성된 프로라이프 의사회(2008년 산부인과 전문의 모임인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출범)는 지난 해 2월 경기도 소재병원을 낙태 혐의로 검찰 고발을 시작으로 시술 병원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등 2개 지자체 보건소가 지난해 불법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한 관내 산부인과의 사례를 포착하고 관할 경찰서에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전국에서 2건의 고발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부의 단속은 중국원정 임신중절수술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요양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몇 백만원을 지불해야 수술을 받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만들었다.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여성들의 처지는 저마다 다르다. 건강상의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강간에 의한 원치않는 임신 등등의 이유로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원인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적인 ‘낙태단속’은 여성의 몸을 국가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는 여성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 또한 여성이다. 여성의 임신․출산․임신중지에 대한 결정권은 프로라이프 의사회나 종교계, 국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와 기독교, 천주교 등의 종교계는 “태아는 생명이므로 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가볍게’ 결정하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이나 국가의 반낙태 정책 이전에 생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책임감 때문이다.
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결정권과 건강권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한 권리만을 강조하고 있는 그들의 주장속에 인격으로서의 여성은 이미 배제되어 있으며 그저 아이낳는 도구로서의 여성만 남아있을 뿐이다.
정부의 저출산 담론 속에서 임신중지 여성은 ‘불법낙태 단속’의 대상이 되고 범죄자로 낙인찍힌 채 출산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과 낙태불법화가 어떤 관련성도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국가가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주택,교육,의료 등 사회구조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여성의 낙태금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버릴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출산대책은 단속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임신․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양육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을 처벌하지 말라! 임신중지한 여성은 죄인이 아니다!
- 본인 요청에 의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라!
- 여성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인정하라!
- 안정하게 임신중지할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 피임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적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고 응급 피임약을 보편적으로 시판하라!
-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라!


- 103주년 3.8여성의 날 <임신출산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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