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ㅣ3월ㅣ칼럼] 전임바? 산재 안됩니다


전임자? 산재 안 됩니다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김 혜 선


얼마 전,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는 금속노조 ITW대림지회의 전임간부가 단체교섭을 준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뇌출혈에 대해 산재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첫째,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결과와 근로시간면제자로서 고객님의 근로자적 지위를 함께 고려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둘째, 근로자적 지위를 배제하고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만으로 판단하더라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하며 요양을 불승인하였다.
업무와 뇌출혈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공단 판단기준의 문제점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공단이 한 두 해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단순히 ‘전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산재법 적용자체가 불가하다는 공단의 입장은 논리적 일관성도 없으며 법적 근거조차 없는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고 하겠다.
근로복지공단은 전임자의 업무상재해에 대해 매우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공단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산재보험법 상 임금이란 근로기준법에 의한 임금을 말하므로 비록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산재보험료 산정 임금에는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1994. 8. 24. 재보 68607-822/ 1995. 5. 26. 징수 68607-235]
노조전임자는 전임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근로의 의무를 면제받고 있으므로 노조 전임자의 급여 및 제처우가 일반근로자와 동일하게 되어 있다 하더라도 노조 전임자가 수행하는 제반업무는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노조 전임자가 근로계약상의 업무와 무관하게 노동조합업무 만을 수행하는 도중 재해를 입었다면, 이는 산재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음. [1994. 3. 28. 노조01254-301]


공단은 ‘첫째, 전임자가 받는 금품은 임금이 아니므로 공단은 전임자에게 회사가 지급하는 금품을 산재보험료 산정 기초임금에서 제외한다. 이에 전임자는 산재보험의 수급권을 가진 근로자가 아니다 둘째, 전임자의 업무는 노동조합의 업무로 산재법 상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전임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공단의 논리는 타당한 것인가?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1. 노조전임자는 산재법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닌가?
산재법 제5조는 산재법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라고 하며 이 때,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하고 있다.

전임자의 재해 역시 위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인데, 그렇다면 전임자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노동조합 전임자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고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도 면제될 뿐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 노사관계는 유지되고 근로자로서의 신분도 그대로 가지는 것이다 (대법원 2003. 9. 2. 선고2003다4815, 4822, 4839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2003다51675판결 등 참조)”라고 하여 전임자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임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다만, 그 신분을 “휴직상태에 준하는 자”로 보고 있을 뿐이다.
전임자가 산재법 상 수급권자인지 여부에 대해서 역시 “...근로계약상 본래의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근로자와 다름없이 산재보험법 상 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보는 것이 근로계약관계에서 생기는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산재보험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된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2누14502판결 참조)고 하여 노동조합 전임자의 경우에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산재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2. 전임자의 업무는 산재법 상 보상이 되는 ‘업무’가 아닌가?
산재법 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사망 등이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인지 여부이며 이 때 “업무”라 함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근로계약을 기초로 형성되는 근로자가 본래 수행하여야 하는 담당업무와 그에 부수되는 행위, 담당업무의 개시, 수행 또는 계속에 필요한 행위 등이 포함된다. 판례는 “근로자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기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보고있다.
그렇다면 노조전임자가 노동조합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과연 “업무”인지 여부가 산재인정에 중요한 기준이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노동부와 공단의 입장은 앞서 살핀바와 같은 근거로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노동조합의 업무를 전임하게 된 것이 사용자인 소외 회사의 승낙에 의한 것이며, 재해발생당시 원고가 근로자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었고, 원고의 질병이 노동조합 업무수행 중 육체적 정신적 과로로 인하여 발병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 질병으로 보아 그 법 소정의 보험급여지급대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2누14502판결 참조)고 하여 전임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사용자인 회사의 승낙(단체협약, 협정)에 의하여 정해지기 때문에 순순히 그 업무 자체를 사용자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다른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원고가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이동한 것은 노조업무에 수반한 통상적인 활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자체를 바로 회사의 ‘업무’로 볼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9. 10. 29. 선고2009두13870판결 참조), “...원래 회사의 노무관리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본래의 업무 대신에 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를 바로 회사의 업무로 보아야 할 것”(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두4805판결 참조)라고 하여 노동조합의 업무가 산재법 상 업무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즉, 법원은 ① 노조 전임자의 업무가 사용자의 승낙(또는 단체협약)에 의한 것이라는 것, ② 노조전임자도 근로자의 신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③ 노조전임자의 업무와 사용자 업무의 밀접성 등을 기준으로 하여 노조전임자의 노조업무 수행 중 입은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역시 노조전임자에 대한 법원과의 상반된 견해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하여야 함을 인식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실무상으로도 노동조합 전임자의 경우 무조건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단의 입장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전임자가 산재승인을 받아 요양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불승인결정이 날 것을 알면서도 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고, 불승인 통지를 받은 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법원보다도 더 좁은 산재인정기준을 가지고 실무처리를 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애초에 “근로자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하여 설립된 곳이라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공단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에 반하여 내부 운영지침으로 전임자에 대한 근로자성을 부인하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행태는 산재법의 입법취지 자체를 간과하는 태도로 심히 부당하다. 공단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예방,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산재법의 취지에 걸맞게 노조전임자의 산재인정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여 그 설립 목적이 무색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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