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4월 - 미디어비틀어 보기] 국민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정치와 정치인- 드라마 ‘대물’에 대한 아쉬움

국민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정치와 정치인
- 드라마 ‘대물’에 대한 아쉬움




한노보연 선전위원 푸 우 씨



당대 최고의 여배우 고현정, 그녀에게 2009년 MBC 선덕여왕에 이어, 2010년 연기대상을 안겨준 작품이 있다. 바로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대물’이다.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그린 드라마 ‘대물’은 평범한 여성이 우연한 계기로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방송 당시 대통령 취임 이후 주인공 서혜림(고현정 分)의 외모가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씨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뺑소니 음주운전으로 질타의 대상이 된 권상우를 정의로운 검사역으로 출연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극의 도입부에 등장한 현실 정치에 대한 통쾌한 비판이 보는 이들을 속 시원하게 했던 작품이다. 그것이 한동안 ‘대물’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끈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내용에 대한 외부의 압력 때문인지 초반부터 작가와 PD의 불화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다가 결국 메인작가가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서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짜임새가 어설퍼진다 싶더니 결국 고현정의 연기 이외에 볼 것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속이 후련해지는 현실 정치 비판


대물이 많은 이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했듯이 현실 정치와 정치인, 권력에 대한 비판 때문이었다. ‘굴욕적/종속적 대미 외교’, ‘국민의 목숨보다 국익 우선’, ‘이윤중심의 개발과 생태파괴’, ‘정경유착과 비리 은폐’, ‘선거 때만 국민을 찾는 정치인’ 등 “세상이 다 그런 거지.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니가 정치한다고 달라질 것 같냐?”라고 체념하고 회의했던 것,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관련해 이 드라마의 주인공 서혜림은 정면으로 맞선다. 그리고 싸움을 위해 과감히 정치판에 뛰어든다.
그녀가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파병지역에 취재를 나갔다가 피랍된 남편의 죽음과 간척지 개발이 가져온 생태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지역주민들의 억울함 때문이다. ‘대물’은 04년 고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국익을 위해 파병을 철회할 수 없다’는 정부의 외면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것을 비판하고, 새만금 간척지 개발과 4대강 사업 등 이윤을 위한 생태 파괴보다 지역주민의 삶과 생존이 먼저라고 이야기 한다.
“개가 집을 나가도 찾는데, 이 나라 국민은 개만도 못합니까? 왜 못 살렸습니까? 왜 구해주지 못했습니까? ... 우린 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합니까? 내 아이에게 아버지의 이 나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나라 없는 백성도 아니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죄입니까?”라고 절규하는 서혜림의 선거유세는 명대사로 꼽힌다.
간척지 개발이 가져온 모기떼의 이상출현과 삶의 터전 파괴로 지역주민들이 집회를 개최하자 이를 불법시위로 몰아 조사를 벌이는 검찰에 맞서서는 “야.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냐? ... 사람이고 짐승이고 다 죽어나가는 판에 무조건 법 지키라고? 지키다가 죽으라고? 세상에 그딴 법이 어디 있어?”라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옹호한다. 또한 ‘대물’은 MB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통렬히 메시지를 던진다. “정치가라는 게 뭘까. 뭐 별거 있나? 잘하면 저 강에 고등어 같은 은어 떼를 몰고 오고, 못하면 은어 씨를 말려버리는 놈이지.”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정치란 개인의 이익과 사리사욕, 국익보다 국민의 생명과 삶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강조한다.



LCD가 친환경 사업이라고? 안타까움과 아쉬움


현실 정치와 권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상적인 정치와 정치인의 상을 일정하게 제시하고자 했던 기획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서혜림의 유세와 선거운동은 신선하다. 클린정치를 앞세워 당의 지원도 거부하고 결국 혈혈단신 선거운동에 나서지만 당당하고, 지킬 약속만 공약으로 내세우겠다며 헛공약으로 가득한 선거 참모의 연설문까지 내팽개 친다.


그런데 여기서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다. 뭐냐구? 그것은 바로 그녀의 선거공약! 그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간척지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LCD산업 유치를 전면에 내건다. 내내 국민의 생명과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절규하던 그녀가 친환경이라는 명분으로 전자산업단지 유치를 공약을 내걸다니!
클린산업, 청정산업으로 불리는 반도체 전자산업의 신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고등어만한 은어 떼가 돌아오게 하겠다’는 그녀의 공약과 전혀 상반되는 간척지 LCD산업 유치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가의 세심한 배려 없음과 무지를 탓하기에 앞서, 아직 반도체 전자산업의 어두운 그늘(유해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노동자들의 질병과 죽음, 생태오염과 파괴, 폐기물로 인한 오염 등)에 대해 세상이 많이 알리지 못한 우리 운동의 한계를 절감하는 것 같아 더더욱 안타깝기도 하고. ㅠㅠ



반도체 전자산업의 역사 = 생태오염과 파괴의 역사


잠시 살펴보면, 반도체 전자산업이 부흥했던 지역은 인간이 살 수 없는 파괴와 오염의 지대가 되고 말았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 전자산업은 제조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들 공장의 입지조건을 고려할 때 일차적인 것이 풍부한 물 자원으로 꼽힐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산업이 들어선 지역의 지하수와 저수지들은 고갈되거나 오염되는 경우를 피하기 어려웠으며, 유해화학물질에 의해 대지는 정화불능 상태가 되어왔다.
“실리콘 사막”이라고도 불리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의 지하수는 우리에게도 아주 잘 알려진 모토로라의 반도체 공장 때문에 심하게 오염 되었다. 뉴멕시코 주의 앨보커키 근처의 인텔 공장에서도 엄청난 물을 사용해 왔으며 계속 수요가 증가해, 콜로라도 강을 포함한 지역의 수자원에 영향을 미치고 지역의 전통적인 관개수로를 고갈시켜왔고 Sparton Technology, GTE Lenkurt사를 포함한 전자제품 공장들은 앨버커키의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가까운 일본의 도시바 그룹의 생산기지가 있었던 오사카 인근 효고 현의 다이시 초 지역은 최초로 반도체 공장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알려진 곳이다. 대만의 타오위엔 공장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 지역은 수질오염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 결국 정화작업을 벌이다가 포기하고 영구 오염 지역으로 선포됐다. 이와 함께 종사했던 노동자의 상당수가 직업성 암과 직업병으로 인한 피해를 받았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CTC<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 메이데이 출판사>를 읽어보시길)



국민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치, 그리고 정치인


드라마 도입부와 달리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아쉬움이 남지만 ‘대물’은 온갖 역경을 딛고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투병 사실을 알고 그를 지키기 위해 사퇴 후 평범한 시민이 되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생명은 소중하며, 그것을 귀히 여기는 정치를 시종일관 주장하던 드라마답게 결국 그녀는 누군가의 생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대통령직을 포기한다. 브라보!
그녀는 정치인의 생명과 다름없는 대통령 탄핵과 국익이라는 명분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대통령으로 그려진다. 기밀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의 해상에 침투해 첩보활동을 벌이다가 좌초되어 결국 잠수함에서 죽음의 운명 앞에 놓였던 수많은 해병들.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만나 고개 숙이는데 주저하지 않고, 수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국익을 뒤로할 줄 아는 한국 대통령의 모습은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천안함 사건의 미스테리를 떠올리게 하는 요런 것이 아마도 외압의 근거가 되지 않았을까?)
국민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들의 생존과 삶을 귀하게 여기는 정치와 정치인이, 삼성반도체 백혈병과 희귀질환을 비롯해 고된 노동 강도와 반복적인 교대근무와 야간노동, 스트레스로 시달리며 죽어가는 한국의 노동자의 현실에서 더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또한 우리 모두가 서혜림처럼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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