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4월-칼럼] 미래를 설계할 수조차 없는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건가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탈출구는 없다


미래를 설계할 수조차 없는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건가



-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탈출구는 없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회원 선 지 현






물가폭등의 시대




“오늘 월급을 받았다. 150만원이다. 남편 월급까지 포함하면 363만원(월평균 소득.2010)이다. 주택담보대출 8천만 원(가계부채 4인 가족 평균. 2011.2)에 대한 이자와 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달에는 이자가 33만원이었는데 이번 달에는 38만 8천원(이자부담 상승률 16.3%. 2011.2)으로 올랐다. 원금을 합치니 80만원이 넘는다. 두 아이 교육비는 40만원(수입200-399만원 소득. 월평균 사교육비 39만6천4백 원)이다. 식비가 작년만 해도 45만원이면 충분했는데 각종 식품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60만원(가구당 월평균 60만2,604원)에 육박한다. 관리비를 비롯해 각종 공과금을 합치니 40만원. 겨울이라 난방비가 장난이 아니다. 휘발유 값이 리터당 2천원을 돌파해 한 달 기름 값만 30만원(서울지역, 교통비 및 차량유지비 평균)이다. 보험금 27만원(민간의료보험 가구당 평균 27만원. 2011. 1)을 내고 나니 남는 돈은 86만원. 남편과 내 용돈을 20만원씩으로 줄였다. 남는 돈 46만원. 경조사비, 외식비, 문화생활비는 계산도 안했다. 이번 달도 저축은 틀렸다. 우리 정도면 그래도 못 버는 건 아닌데....”




물가폭등의 시대다. 100주째 전세 값은 상승하고 있고 식품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금리인상으로 이자율 부담은 높아졌다.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35%를 넘는다. 특히 식품물가 지수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은 OECD국가 식품물가지수 상승률(11.6% 상승)이 1위다. MB정부는 물가 3% 약속은 뒤로 한 채 ‘물가문제는 불가항력’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주요 신흥국들은 물가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래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 저임금 노동자들, 일상적으로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는 최악의 경제상황이다.



부메랑



2010년 한국경제는 6%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2011년 역시 MB는 5% 이상의 고성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6%에 달하는 고성장은 첫째, 고환율정책과 수출 중심의 경제기조 유지(한국 수출의 70%가 남미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이 신흥국들의 경제성장과도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 둘째, 막대한 외자 유입에 따른 자산 거품 발생, 셋째,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완화, 실질임금 삭감,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이익 보장, 넷째, 경기부양책(재정적자 확대) 때문이었다.


즉, 거시경제지표 상으로는 회복됐지만, 실제 내용은 ‘위기를 지연’시키고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계속되는 금융 버블도 한 몫을 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통화국들의 돈이 신흥국으로 몰려들면서 자산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그 결과로 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이 보장되고 주가가 높이 올랐지만, 최근 물가폭등 등 경제 불안정성을 이유로 외자 이탈이 계속되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해 있다. 바로 자본가들의 정책이 2011년 물가폭등으로 부메랑이 되어 다시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위기가 위기를 낳는 자본주의



전세대란으로 들썩이자 정부는 3.22부동산활성화대책을 내놨다. 그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부채상환비율(DTI) 완화는 3월말로 종료하되, 취득세 50% 감면,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2010년말 현재. 800조)심각하니 더 이상 부동산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부채상환비율완화는 중단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대표적인 대책이다.


또한 ‘돈 많은 사람들(이자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돈을 더 많이 빌려줘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도록 유도해 임대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전세대란을 막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자본가들에게 전세 값 상승을 이용해 또 다시 투기를 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부동산 경기상승을 통한 경제성장은 대표적인 거품경제다. 이명박정부는 고물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물가를 잡겠다고 하면서도 또 다시 거품을 만들어 ‘성장’을 하겠다는 정책기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한국경제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 대다수는 경기부양책, 이른바 돈을 풀어 위기를 막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더 큰 위기를 낳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나오는 주택 매물의 40%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차압된 주택들이다. 실업률이 10%를 육박하는 것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어떤가. 재정위기로 아일랜드, 그리스가 국가부도 직전까지 이르러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최강의 긴축정책으로 해고, 임금삭감, 연금개악 등 노동자들에게 그 위기 비용을 전가해 버렸다. 그럼에도 유럽의 재정위기는 악화일로다. 아랍은 살인적인 고물가와 실업문제로 노동자민중들이 봉기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2008년 경제공황은 해결된 것이 아니라 폭탄 돌리기처럼 이 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위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위기를 낳는 상황. 이것이 자본주의 현주다. 이 모순은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의 문제다. 따라서 이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탈출구는 없다.






미래조차 저당 잡힌 사람들에게




지난 2년 동안 쌍용차 노동자 및 가족 14명이 생을 마감했다. 어떤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는 빈곤과 병마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렀다. 어디 이뿐일까. 많은 청년들이, 노동자들이 이 사회와 단절함으로써 개인의 고통을 해결해버리고 있다.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비정규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차별에 분노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정규직노동자들은 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알고 있지만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정규직 사회에서 탈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현실을 외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과연 꿈꾸는 미래라는 것이 있을까? 미래를 설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이들은 죽음을, 현실을 외면함으로써 사는 방법을 선택한 자들.. 이들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꿈은 없다.


우리는 이 죽음을 보면서 잠시 분노하지만 곧 외면한다. 그러나 지구 어느 한 곳, 아니 여러 곳에서는 한 청년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지배세력을 권력의 권좌에서 내쫓는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신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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