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6월- 현장의목소리]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투쟁

작은 빌딩의 비정규직 노동자,
그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한 투쟁
-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투쟁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 김 태 완


최초의 전원 가입, 그리고 탄압을 이겨내고 남은 7명의 끈질긴 투쟁
2011년 1월 말,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당시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는 청소노동자들의 간접고용 문제, 고용불안 문제, 최저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열악한 저임금 실태를 낱낱이 폭로하면서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었다. 그 도중에 갑자기 상담이 들어왔다. 롯데손해보험빌딩이라는 곳이었다.
첫 상담 때 임금명세서를 받았다. 기가 막혔다. 4대 보험을 합쳐서 75만원이라는 어이없는 임금 내역서가 놓여 있었다. 주말에도 종종 대청소를 하지만 수당은 없고, 빌딩 지하상가 같은 경우 공휴일에도 무조건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작업복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사복을 입고 일하다가 속 모르는 원청 사람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된다는 것.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여느 청소노동자와 다를 바 없이 소박했다. 최저임금만 받아도 족하다고 했다. 고용안정이 최고 요구였다. 노조 한다고 괴롭히지나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빌딩에서 용역업을 수행하는 회사는 (주)휴콥이라는 곳이었다. 사장이 롯데그룹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깊다는 소문이 도는 회사였다. 실제로 그 회사는 상당수의 롯데계열사 건물의 시설관리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1월 25일에 노동자들은 전원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공공노조 서경지부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가 되었다. 그러나 노조 가입을 통보하자마자 용역회사 측은 집단으로 1월 31일 부로 근로계약이 해지된다는 문서통보를 날렸다. 실제 해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협박통보였다. “홍익대 사태” 를 재연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겠다며 회유하고, 롯데상품권 10만원을 대가로 노조탈퇴를 종용했다. 교섭은 일체 거부하고, 조합원 모임은 방해하고, 열성 조합원을 표적해고 했으며, 용역깡패를 배치하고, 조합원 개인의 약점을 잡기 위한 뒷조사 등 치밀하고 신속한 탄압이 자행됐다. 결과적으로, 3월 말이 되자 결국 버티지 못한 조합원의 탈퇴가 이어졌고, 4월 즈음, 24명으로 나름 힘차게 출발했던 조직은 해고자 1명을 포함 총 8명의 조합원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3월, 4월에 대학 비정규직 집단교섭 파업투쟁,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의 청소노동자들이 여론의 지지와 운동단위의 집중적 연대를 받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은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현장 조합원 7명과 해고자는 오직 그들만의 힘으로 현장에서 싸워야 했다. 사측은 징계를 남발하고, 조합원에게 업무로 차별하고, 폭행까지 사주하는 등 쉴 새 없이 압박을 가했다. 5월이 넘어서 서서히 사회적 연대가 이어지기 시작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때까지 현장에 남은 7명이 버텨낸 것은 어쩌면 기적일 지도 모른다.
이들은 70에 가까운 고령 노동자들이었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마지막까지 남았던 그들에게 돌아올 건 해고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생계를 지속해야 할 고령의 이들을 받아줄 곳이 많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든 현장에서 버텨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6월 15일 현재, 결국 단체교섭도 최종 결렬되고 쟁의발생신고까지 마쳤다. 남은 7명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파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해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쟁은 어쩌면 지금부터 또다시 시작일지도 모른다.

끈질긴 투쟁과 사회적 연대, 그것만이 유일한 승리의 길
이들의 법적 사용자는 시설관리용역업체 (주)휴콥 사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용역업체와 원청인 롯데손해보험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3월에 용역깡패가 건물 로비에 배치되어 롯데 정규직 직원들이 있는데 버젓이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원청의 묵인, 방조 덕택이다. 우리는 원청이 용역업체의 도급계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교섭 때 휴콥은 계속해서 투쟁 중단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용역계약해지의 위험성” 을 역설하고, “결국 조합원 비조합원 다 가릴 것 없이 해고된다.” 라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는 휴콥과 싸우고 있지만 사실은 롯데자본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롯데 자본은 이미 롯데미도파를 비롯한 수많은 계열사의 민주노조를 파괴하는데 성공했고, 이들에게는 청소노동자들 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이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것은 청소노동자건 사무직 노동자건 “민주노조”를 만들고 “단결” 하는 뿌리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은 초창기부터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롯데의 “경영철학” 이라는 사실이다.
여론에 노출되기도 어렵고 폐쇄적인 공간인 빌딩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뼈저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비단 롯데손해보험빌딩이 아니라도 중소영세빌딩의 청소노동자는 5명에서 10명, 많아야 20~30명 내외로 매우 숫자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힘이 없고, 학생과 달리 이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자기 목숨줄 챙기는 것만 해도 정신없는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권리에 관심 갖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대학 같은 이미지를 중시하는 사업장에 비해서 근로조건이 나쁘고, 따라서 젊은 사람이 아니라 시키는 대로 순순히 일할 거 같은 고령 노동자가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된다. 악순환이다.
이런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 청소노동자 자신들이 일어서야 한다. 그러나 이들만 일어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이제껏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승리에는 “사회적 연대”의 힘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역으로 “사회적 연대”의 힘이 없다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저 막강한 자본에게 압박이 되기는 쉽지 않다. 세상은 넓고 가난하고 일할 사람은 넘쳐나는 한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투쟁 승리로 중소영세 사업장의 비정규직에게도 희망을!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짧은 시간에 끝날 수 없을 것이다. 롯데자본, 그리고 용역회사 휴콥은 이미 자신들이 청소노동자들에게 끈질기고 지능적이며 막강한 적이라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연대가 그보다 더 끈질기고 더 지능적이며, 더 막강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민주노조를 쟁취하는 정직한 길이다. 그리고 이 투쟁을 승리해야, 대학이 아닌 다른 수많은 건물의 청소노동자들이 이제껏 숨겨왔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곧 중소영세 사업장의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의 희망이 될 것이다. 그것이 롯데손해보험빌딩분회 투쟁이 승리로 장식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일터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