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7월 - 칼럼] 반값 등록금 투쟁, 무엇과 투쟁해야 하는가?

한노보연 선전위원 송홍석


# 등록금 못 내서 사람이 죽는 사회, 알바 때문에 공부 못하는 대학

"토요일 고양시 이마트 지하 기계실에서 냉매가스 유출로 질식사한 황승원씨.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입학 다음해 서둘러 군에 입대하고 올 5월 전역한 뒤 이틀만에 냉동기 수리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올해 2월에도 강원도에서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던 대학교 4학년생 자살"
"전북 모 대학 건물 2층 실습실에서 2학년 양모군이 등록금 마련을 고민을 해오다 천장에 목을 매 자살."
"대학등록금 못낸 중퇴생 서강대교에서 투신 자살"
"작년 말 학자금 대출상환을 고민하던 한 여대생 자살"
"두자녀 대학등록금 고민에 40대 주부 자살" "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힌 학생의 비율은 38.2%"
"대학 3학년 권모씨. 최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알바를 시작했다. 속칭 마루타 알바. 고혈압 신약의 부작용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일"
"아르바이트 취업 포털 알바천국이 2011년 여름방학을 맞아 전국 대학생 2472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여름방학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55.3%가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특히 힘들더라도 보수가 많은 자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나..."

대학등록금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나라,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003년 대비 2009년 8% 오르는데 그쳤으나, 등록금은 2배 가까이 튀어버린 나라, G20국가 중 임금상승률은 최저이고 저임금노동자의 비율은 최고면서 1인당 국민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은 가장 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다.

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노동현장에 있고 부모들은 고가의 등록금에 허리가 휜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학생들은 고위험, 야간 노동도 서슴치 않고 있고, 비관한 부모들은 죽음으로 자식에 용서를 구한다. 국가는 바라만 보고 있다. 대한민국 대학은 과연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그들은 왜 학교에 있지 않고, 고되고 위험한 노동현장에 있어야 하는가?


# 그들은 학교 담장을 넘어 거리로 나왔고, 부모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학교 안에서 친구, 선후배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주요대학에서는 5~6년 만에 학생총회가 처음 열리고, 등록금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투쟁도 했다. 80~90년대 학생운동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 그러나 다름이 있다.

해도 해도 너무 올랐고, 고졸자 10명 중 8명이 대학생이 되었다. 그들은 학교 담장을 넘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봄에 피고 지는 개나리 투쟁이 더 이상 아니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의 담장을 넘어 사회화되고 정치투쟁의 전면에 섰다. 일개 학교재단의 문제를 넘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묻고 있다. 자식교육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있던 부모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2012년 대선을 앞둔 보수 정치권, 역시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광우병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전 국민적인 촛불운동의 위력을 실감한 정치권들은 '포퓰리즘이다, 세금폭탄이다'하며 정치공세적, 협박성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다수의 고통 받는 민중 앞에 그들은 '쇼(show)' 라도 해야 하고 공약(空約)이나마 내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다 죽어간 이들에 가장 크게 사죄해야 할 이들이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 사학재단들이냐, 그 경중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 동등한 책임을 물어 심판하고 싶다.


# 무엇이 그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등록금 1,000만원의 시대, 글로벌의 시대 OECD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니, 세계에서 두 번째, 과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대단한 순위다. 미국달러의 구매력지수환산액(PPP) 기준 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4,717달러, 사립대등록금은 8,519달러로, 미국의 5,943달러, 21,979달러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물론 일본보다 비싸며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등록금이 면제다. 한국의 등록금,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 비싼 등록금에는 한국 대학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한국의 대학교육비는 OECD국가 중 3번째 일만큼 일국의 경제규모 대비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교육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미국(3.1%), 캐나다(2.6%) 다음으로 많다. OECD 평균 1.5%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문제는 그 많은 재원 대부분이 민간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2007년 현재 한국은 OECD국가 중 민간부담률이 7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OECD 평균의 두 배이며,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는 미국보다 높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2위의 등록금이 되는 것이다.

▝ 대학교육비 민간부담률 세계 1위의 비결은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사립대학 비중에 있다.
한국의 고등교육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7%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공립대학은 13%에 불과하다. 학생 수 기준으로 보아도 사립대학생수가 78%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립대학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 출발점은 해방 이후 미군정하에서 민간자본에 의한 자유방임적 대학설립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조는 6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고, 특히 신자유주의 정부는 90년대 중반 이후 대학설립을 용이하게 해주는 정책, 입학정원자율화 정책 등을 통해서 고등교육에 대한 민간의 양적 팽창을 적극 유도하였고, 등록금 자율화 정책 등을 통해 사립대학으로 하여금 보다 손쉬운 재정확보의 길도 열어주었다. 사립대학에게는 보다 많은 자유를,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최소화한 것이다.

▝ 사립재단의 제 맘대로 운영에 제동을 걸 공공적 통제와 민주적 운영구조가 거의 부재했다.
사학재단들은 대학의 운영 수입의 대부분을 등록금(09년 사립대 기준 71.3%)으로 메우면서 정작 자신들의 법적 의무규정인 법정전입금 법정전입금; 재단의 전입금 중 교직원의 연금, 건강보험, 산재부담금 등 재단이 교직원을 위해 부담해야 한다고 법으로 강제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전입금)
은 법대로 내지 않는 대학이 태반이다. 재단의 전체 전입금 역시 쥐꼬리 수준인 4.5%(09년 전체사립대 평균)에 불과한 수준이니 재단이 학교에 기여하는 바가 도대체 무엇인지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에 기대어 대학을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예산 부풀리기식의 등록금 예산 책정으로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09년 전국 사립대학 적립금 총액은 무려 10조에 이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등록금 대느라 등골 빠지는데, 사립재단은 이 돈을 가지고 땅도 사고 학교건물도 짓고 펀드주식투자도 한다. 올해 4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도입되었지만, 빚 좋은 개살구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형식적 참여만을 보장할 뿐, 여전히 재단이 독단적으로 등록금 결정을 하고 있고 정보공개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립대학은 등록금 인하대책으로 기부입학 활성화와 국고보조금의 확대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자신들의 책무는 망각한 채,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민간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장사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 반값 등록금 투쟁은 대학 공공성 강화와 상업화를 저지하는 투쟁과 함께 가야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육권과 생존권 차원으로부터 출발한 반값 등록금 투쟁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탈각을 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국가의 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특히 공공 고등교육에 대한 최후의 보루인 국립대마저 법인화시키려는 현 정부의 시도와 맞물려 반값 등록금 투쟁은 더욱 더 큰 사회적 의미를 담지하고 있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 투쟁은, 표면적인 등록금 반값 실현 자체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공공성 강화’라는 대학 자체를 바꿔내는 투쟁으로 상승·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는 반값 등록금을 쭈욱~ 오랜동안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풀고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공공재정의 투여가 사학의 개혁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한다 하여도, 교육의 영역에 사학재단들의 수익창출을 우선적 가치로 두는 기업적 경영행태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공공 재정의 ‘공공적 사용’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국공립대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에서 공공재정의 투여가 가져오는 결과와 기업가적 마인드를 지향하는 명문 사립대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기대치 못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에서 사학에의 획기적인 공공재정 투여는 반드시 대학의 공공성의 확보가 전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구성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 공공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공공적 요소에 공공재정이 획기적으로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지속적인 반값 등록금도 실현가능하고, 90년대 후반들어 대기업이 사학을 소유하면서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대학의 상업화도 견제해낼 수 있다.

물론 현 정부와 사학들은 공공재정의 획기적 투여나,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의지도, 계획도 전혀 없어보인다. 아니 오히려 정 반대다. 현 정부가 반값 등록금 대책의 하나로 강력히 추진중인 대학 구조조정의 모양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주요 기준인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이 의미하는 바는, 힘 있는 사립대학의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재정이 취약한 몇 개의 지방 사립대만 퇴출시키는 선에서, 그리고 기업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할 수 있는 대학으로 변화시켜내는 것이 대학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길임을 대학 스스로 각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값등록금 투쟁은 우리사회에서 재원마련 문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학의 전횡이 아닌, 대학구성원에 의한 민주적이고 공정한 운영, 대학의 공공성, 대학의 상업화/기업화 문제, 학력차별과 학벌차별(대학의 서열화)문제들도 반드시 함께 제기되고 공론화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반값 등록금은 진정 실현될 수 있고, 대안사회는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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