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7월 - 안전보건연구동향] 노동자의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노보연 기획위원 조성식

이번호에 소개할 연구는 미국에서 발간된 <건강에 해로운 일: 원인, 결과 그리고 치유(Unhealthy work, cause, consequences, cures)>라는 직무스트레스에 관한 책으로, 작년 8월에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의 역자들이 번역하였고 <일, 야누스적 얼굴>제목으로 출간된 연구이다.

이 연구는 미국의 대학에서 일하는 저자들이 공동 연구한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사회 변화를 겪은 미국의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며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계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업무의 특성의 변화에 대해, 2부에서는 직무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노동자들의 건강을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3부에서는 노동자 참여형 작업환경 개선활동 사례 등 직무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과 노력들이 기술되고 있다.

각 부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세계화로 인한 노동의 변화, 불평등이 커지는 시대의 사회계급과 건강,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업무특성의 변화에 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으로 인해서 노동력 유연화가 일어났고 이로 인한 비정규 노동의 확산과 실업의 위험성 증가가 만연하게 되었으며 소득불평등의 증가되었다.

낮은 사회계급의 사람들은 더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기 쉬우며, 직무스트레스와 같은 좋지 않은 사회·심리적 요인에 노출됨으로써 건강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사회 계급간의 불평등의 심화는 계급간의 건강 불평등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며 노동력 유연화로 인하여 노동자의 업무환경이 나빠지면서 노동자의 직무 요구는 늘어난 반면에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하여 더 큰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2부에서는 직무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이 같은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문제의 발생이 경제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직무스트레스는 혈압을 높이고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 역시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직무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여러 모형들 모두에서, 증가된 직무스트레스는 우울증과 심리적 소진과 같은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인종에 따른 여러 불평등이 있기 때문에 인종불평등으로 인한 인종간의 건강불평등 문제도 이후 중요하게 연구되어야 할 문제다. 기업에서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현재 추정되지 않지만, 이직․결근․병가․업무수행능력 저하와 같은 생산력 저하와 질병발생으로 인한 치료비 등의 직접비용 지출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기업 회계장부에서는 평가되고 있지 않지만,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인종 불평등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기술되고 있다.

3부에서는 업무환경 문제로 발생한 직무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국가적 수준에서부터 사업주, 노동조합, 노동자 개인에 대한 중재 등 다양한 단계에서 노동자들의 업무조건을 개선하고 직무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업무조건을 개선하고 직무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는 세계노동기구에서 만든, 노동자의 건강 보호수준을 국가별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있는 ‘국가노동안전지수’라는 측정도구가 소개되고 있다. 본문에서 자세히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의 경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주목해볼 지점이다. 다시 말해 즉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이 ILO의 국가노동안전지수 평가를 통해서 재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미국의 사례를 다루었지만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한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 건강이 단순히 노동자 개인의 음주,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이나 개인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통치방식, 경제구조, 사회적 불평등 수준, 노동조건과 밀접히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었다는 점과 사회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지속적인 노력만이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해보아야할 연구로 보인다.

이번에 소개한 연구의 단점을 덧붙이자면,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과 사용된 용어들이 노동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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