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8월 인터뷰]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 노안활동은 인간존중이다(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

“노안활동은 인간존중이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정리 _ 선전위원 흑무


한동안 공석이었던 민주노총 노안국장으로 최명선 동지가 자리한 것이 벌써 올 3월의 일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개월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누고자 최명선 동지를 만났다.

-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으로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2007년 9월부터 쉬고 있었는데 한 동지의 자녀 결혼식에서 이전 노안보위(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지희 동지를 만났다. 그 당시 민주노총에서는 공석인 노안국장을 맡을 사람을 찾는 중이었는데 함께 하자는 김지희 동지의 제안이 있었다.

-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노동조합 일들을 10년 정도 해오다가 3년 6개월을 쉬었다. 김지희 동지는 ‘그간 당신이 해왔던 일을 계속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사는 게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공백기가 있어서 그간의 단절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노동조합에서 쭉 활동을 해왔던 터라 쉬는 동안 왠지 모를 불편함도 있었고 눈과 귀가 조합에 쏠리기도 했는데, 다시 조합에서 활동을 하게 되니 이제야 두 발 뻗고 자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
1997년부터 건설연맹 소속 단위에서 상근자로 일했는데 이후에 사업장이 없어지면서 상급 단위로 올라와 활동을 계속하게 되었다. 건설연맹에서는 맡았던 일은... 정책도 하고 선전도 하고 노동안전보건(이하 노안)도 하고, 조직 사정상 여러 일을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 올해 민주노총 노안사업의 계획은 무엇인가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사업들이다. 내가 노안국장이 되기 전에 세워진 계획들인데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하고 동의된 사업들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조직안정화 사업, 발암물질 추방사업, 취약노동자 건강권 사업,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교육 사업, 아주라 콘서트, 산재보험 제도개선 사업 등이 있다. 그 밖의 일상 사업들도 있고.

- 다른 산별조직들의 노안 활동은 어떤가
건설에만 있어왔기 때문에 다른 연맹의 활동은 사실 잘 몰랐다. 다른 산별조직들의 상황, 현실을 배우며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중이다. 노안국장이 공석이던 그간의 공백을 없애고 조직 간의 결합력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올해 사업들을 심화시켜볼 생각이다.

- 발암물질 추방사업은 금속노조에서 해왔던 것 아닌가, 발암물질 추방사업이 주요 사업이라는 것은 민주노총이 금속노조를 지원한다는 뜻인가
금속노조에서 발암물질 사업을 쭉 해오긴 했지만 발암물질은 금속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발암물질 문제가 걸쳐있는 분야가 많지 않나. 지난 6월 22일 발족한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데 상반기가 발암물질 추방사업과 국민행동 발족에 참여하는 정도였다면 하반기에는 금속에서 다른 산별과 지역의 문제로 확장시켜 보고자 하는 생각이다.

- 올해 사업 계획 중 하나인 조직안정화는 어떤 사업인가
민주노총에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있고 산별 조직 담당자가 진행하는 기획단 회의가 있다. 16개 연맹, 16개 지역본부다. 모든 단위들의 노안사업이 활발한 것은 아니어서 취약한 단위에 대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이 조직안정화 사업의 내용이다. 금속, 건설, 공공, 화섬 등의 단위를 제외하면 상황이 쉽지않기 때문에 지역과 연맹을 지원하는 사업을 민주노총에서 맡아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서비스연맹에서 진행하고 있는 의자 캠페인을 보면 취약노동자 건강권 사업이자 연맹을 지원하는, 조직안정화 사업이다.

-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3년 반 정도 일하다가 해고되었다. 싸움도 잘 안 되었고 노조도 못 만들었는데, 지역에 있는 노동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다. 같은 단체에 있던 분의 아는 분이 현대중기 노동조합 간사자리를 소개해 주어서 일하게 되었는데, 현대중기 노동조합이 건설 소속이었다. 현대중기 노조는 97년, IMF 직전에 계열사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노조에서 농성을 들어갔는데 450일 정도 이어졌다. 결국 회사는 없어지고 조합원들은 위로금 받고 흩어지면서 상급단체로 가게 되었다.
활동의 시작은... 86년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박영진 열사의 죽음을 겪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세상물정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박영진 열사의 죽음은 내게 몹시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분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학생 때는 특별히 ‘노동문제’에 중심을 두고 활동했던 것은 아니고, 86~87년이 워낙 집단적인 투쟁이 일어나던 때니까 학생으로 연대했던 것이었다. 활동을 해나가면서 나로 하여금 ‘활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박영진 열사의 삶을 곱씹으면서 현장으로 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박영진 열사의 영향이 컸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이게 뭐야’ 라고 구체적인 분노를 가지게 되면서 이전 보다 훨씬 더 노동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막연했었다. 안전보건, 이런 부분은 더 막연했고. 직책을 맡으니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이고. 단순한가? 하하.

- 6개월 해보니까 어떤가, 민주노총 노안국장이라는 자리와 노안사업이라는 것이
음... 아직 섣부르게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건설연맹에 있을 때도 노안사업은 어려운 분야였다. 들여야 하는 공도 많고, 그에 비해서 조합원의 관심사라든지, 하는 사람만 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괴로웠던 것은 노동조합 안에서도 안전보건 사업이 고유의 영역을 갖고 있다기보다 다른 것의 수단화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수단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노안사업이 조직화에 기여도 하면서 고유의 발전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민주노총 조태상 전 노안국장이 건설연맹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사고가 많은 건설현장, 직업병에 대해서는 황무지인 건설현장에서 노안사업의 주체를 만들고,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노안사업을 해야한다고 연맹 임원들을 설득했었다. 당시 그 얘기를 들으며 ‘맞는 얘기지만, 조직이 이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 체불임금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조직상황이 있는데...
노안사업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노안사업이 중요하고 조직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노안사업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구조와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현실이다. 연맹에서 7~8년을 보내고, 3년 6개월을 쉬다가 돌아왔는데, 여전히 상황은 비슷하다. ‘왜 제대로 안 하냐’고 다그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또 직접 결합해서 사업을 해봐도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이것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6개월 하면서 어렵고 힘들면서도, 이 문제를 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여전히 못 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민주노총이 노안사업을 한지도 오래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 말씀하신 ‘문제’라는 것을 노동자 건강권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은 어렵고 낯선, 지금 당장의 고용이나 임금의 문제에 밀리고, 그리하여 노안사업에 사람과 돈을 쓰기는 어려운 현실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그렇기도 하고 외국의 사례를 보면, 안전보건이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는 외국의 경우에도 몇 십년 전을 돌아보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죽고 다쳤을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노안사업이 수단화되기도 하지만 노동조합 건설, 조직화의 과제를 결국 노안사업으로 뚫었다. 물론 그곳에도 똑같이 임금, 고용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말이다.
아직 우리는 노동조합 전체의 과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노안사업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안전보건 사업에 대한 결의를 세우지 않아서’, ‘임원들이 결정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안전보건의 문제, 여성의 문제, 이주노동자의 문제 등을 보았을 때 안전보건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나는 주장할 수 없다. 다 중요한 문제다. 다만 임금이나 고용상의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예를 들어 유성기업과 같은 투쟁에 대처하기도 급급한 현실이다 보니 이와 비슷하게 안전보건의 문제도 여전히 산을 못 넘고 있는 거라고 본다.
임금, 고용, 노안의 문제들은 다 얽혀있는데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다른 문제를 풀어왔던 해외의 사례들이 있는데 안전보건이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 안전보건의 문제를 푸는 것만이 아니라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넘지 못하는 산을 넘는, 파열구를 만드는 활동으로 서는 것 말이다.
뭔가 집중점을 잡고 그것을 전체 조직의 공동사업으로 만들어서 그 사업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고, 또 조직화에 간접적으로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노안사업이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안전보건도 활성화 되고 조직 전체도 활성화되는 과정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런 현실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아직은 그 길이 무엇일지... 물론 일거에 다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이다.
예를 들어 필리핀 건설노조를 보면 지금은 많이 위축되었지만, 거기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협을 맺고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다가 여러 섬으로 노동자들이 흩어져 있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필리핀 건설노조가 안전보건 사업을 중심으로 해서 1만5천명 정도였던 조직을 4만명 정도로 확대했던 적이 있다. 그 과정에 중요했던 것은 노동조합이 3-4개정도 있었는데 수년간의 토론을 거쳐서 사업을 하나로 집중했다는 것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필리핀 건설노조가 우리보다 높은 수준의 사업을 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건설노조에 비추어 봤을 때도 굉장히 초보적인 수준의 활동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두 다 같이 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의 안전보건을 하고 있다. 법제도 개선, 현장 투쟁도 그렇고. 이런 활동들을 계속 되고 있지만 돌파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오랫동안 고군분투 해왔다면 이제 하나로 집중해서 활동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많은 조직들이 함께 집중된 안전보건의 문제를 가지고 조합원들과 현장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조직들간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라고 해도 ‘다같이 한 걸음을 걷고 있구나’라고 확신하는 가운데서 막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에,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 여러 의제가 있을 수 있는데, 발암물질, 반복적인 사망재해, 심야노동 모두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또 연맹, 지역의 현안도 다 다르고 상황, 처지도 다 다르다. 예산을 예를 들어보면, 건설노조는 노안사업의 1년 예산이 5백만원이고 금속노조는 발암사업에 2억원을 책정하고 있다. 지역본부는 1년 노안예산이 1백만원도 안 된다. 이런 각각의 조건에서, 건설에서는 추락 등의 사망재해가 자주 발생하는데 ‘웬 암?’이라고 할 수도 있고 서비스에서는 ‘우린 20대가 많은데, 암은 좀 먼 얘기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문제가 전체의 문제로, 의제로 만들어져야 해결은 가능한 것 아닌가. 조직별 수준은 달라도, 같이 한 걸음 내딛으면서 일점돌파해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무엇을 기준으로 공동의 의제를 세울 것인가, 이런 부분들을 하반기에 논의해보고자 한다.
덧붙여 ‘이름을 거는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연맹이 그 사업과 관련해서 예산도 배치하고 사람도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되 노안 사업이 노안국의 영역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연맹이나 지역, 전체 조직의 사업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제기해야 한다. 아직은 첫 발이긴 하지만 민주노총 전체가 조직이 한 걸음 움직여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우선 가깝게는 8월 노안보위 수련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좀 해볼 생각이다.

- 전체 노동자의 공동 요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발암사업인데, 아직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발암은 폭넓은 주제다. 암이 없는 곳은 없는데, 예를 들어 건설에는 암 발생이 많다, 플랜트 현장의 암도 중요한 문제다. 다만 사망사고가 많으니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에는 유방암 문제 등도 있는데, 판매 노동자의 경우 자신이 파는 물건 중에 발암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들도 있을 텐데 사는 사람의 선택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자신의 판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기위한 요구도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판매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일하다 암을 얻었을 때 산재보험으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투쟁으로 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내 일터에 대한 알 권리와 건강할 권리에서부터 사회적 문제제기까지 이루어지면서 임원부터 전체 조합원,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러려면 발암 문제가 우리에게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설득을 위한 기획을 잘 짜야한다. 그림을 입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함께 그려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한 기획에 ‘공을 들여다 한다’는 말이 인상적인데, 노동조합의 패턴 안에서 오랜 공을 들여 기획을 짜는 것이 가능한가
물론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워온 역사 속에서 많은 전진이 있었다. 그를 위해 들여온 많은 공들이 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활동이 패턴화되었다. 활동가들은 무척 바쁘고 열심히 일 하는데 상황에 대한 돌파는 안 되는 상황이 있다. 패턴화된(정형화된) 활동을 그만 해야하지 않나 싶다. 10년 동안 사망재해 떠들었지만 여전히 사망재해는 발생하고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이 노동조합의 활동 패턴을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이냐에 대해서는 고민이지만 이를 극복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이들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주 보는 동지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지들로부터 시작해서 주변과 싸워나가면서 정형화된 활동을 멈추는 힘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모인 동지들과 이 안전보건 활동의 부흥회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지금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공동행동(‘노동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 민주노총의 노안국장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스럽다. 통 모르겠는 것들도 있고. 아는 분야는 건설밖에 없었던 데다가 특히 산재보험 문제는 잘 모른다. 건설에서는 사망재해, 예방, 안전 문제를 집중해서 활동해왔고 산재보험은 현장노동자들에게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서 시도조차 하지 못한 부분이다.
어떻게 하겠나. 공부도 하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면서 배워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현장에 물어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나온 급식실 조리사 ․ 배달 노동자의 안전보건지침에 대해 입장을 내야한다고 하면 해당 조직에 연락해서 묻는 것이다. 공백기도 있었던 터라 그간의 논의를 잘 모르기도 하니, 자료 찾고 물어보고 의견 듣고 하면서 채워나가고 있다.
민주노총의 지위가 정부와 바로 맞딱 뜨려서 논의를 해야하는 데다가 민주노총에 포괄되어 있지 않은 업종 노동자들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야하니 어렵다. 그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온다. 지금 산재보험 제도 개혁 TFT가 진행 중인데, 질병판정위원회 구성도 논의하고 있고, 직업성암 소위원회, 근골격계 소위원회, 뇌심질환 소위원회, 장애등급 소위원회 등이 진행 중이다. 직업성 암만 생각해보더라도 이것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누군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지 않나.
내가 제대로 현장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긴장감에 시달린다. 끊임없이 물어보고 하면서 해결할 수 밖에 없고,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 지금과 같은 태도만 가지고 있다면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되묻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3월 8일, 노안국장으로 오면서 사무총국 인사를 하며 한 말은 ‘민주노총 이름에 먹칠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문제도 많지만 그간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한 정말 사람들의 애씀이 있었다. 지금도 나를 울컥하게 하는... 한 노동조합이 있다. 조합을 만들고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현장에서 받는 탄압이라는 것은 정말 상상이다. 집도 날리고, 이혼도 하고, 가정이 파탄나고 또 어떤 사람은 죽기도 한다. 그 동지들의 영상을 봤는데, 몇 년 전 얘기이지만, 노조가 비밀조직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사무실도 없고 한 조합원 동지의 집 뒤에 있는 아주 작은 공간에 노조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놨는데 거기에 노동조합 깃발을 걸어놨었다. 보는데 미치겠더라. 거기에 내가 먹칠하면 안 된다. 음... 지금까지는 크게 실수한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 노안활동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번에 서비스연맹과 함께 의자캠페인을 하면서 2008년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산안법의 권리를 찾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료에 ‘인간 존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죽어도 그 죽음을 사람의 죽음으로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것, 직업병도 그렇고... ‘노안활동은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기 위한 활동이야’라고 다시금 생각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씻을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요구만 봐도 청소 노동자들을 유령으로 취급하지 않고 나와 같은 노동자로 대우하고 바라보는 인식을 서로 간에 만들자는 요구가 노안활동인 것 같다. 임금이나 고용도 마찬가지 활동이기는 하지만 노안활동은 더 직접적인 것 같다. 사람이 인간적인 생활과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객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노동자들을 내 맘대로 부릴 수 있는 하인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사는 사람, 저 사람은 파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노안활동은 인간 존중이다.

-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노동부에서 하는 안전보건 행사에 갔다. 그 행사에서 한 공무원이 ‘미국에서 안전보건 분야의 직업이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말을 했었다. 정부건 병원이건,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명의식도 낮은 것 같다.
안전보건은 중요하고도 고귀한 영역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꼬여있어서 노동조합만 보더라도 다들 안하려고 하는 분야가 된 것 같다. 노안 활동가들을 보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우리 서로가 칭찬하고 힘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민주노총이 이런 서로의 힘 북돋기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정부나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와 같은 사람들이 왜곡된 구조에서 벗어나서 원래 가져야 하는 소명의식을 회복하도록 그들을 자극하면서 최대한 우리 편을 넓히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보건이 차지하는 영역이 너무나 축소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를 강화하면서 우리 편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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