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10월|현장의 목소리] “민주노총에 단 한명이라도 남아있으면 나는 끝까지 투쟁하겠다!”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 이 근 원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말이 아니다. ‘하영테크’라는 회사 팀장의 말이다. 그곳에서 해고당한 간병노동자들의 농성천막이 청주시청 앞에 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계약만료를 이유로 순차적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다섯 명으로 5~60대 여성노동자들로 간병노동자들이 체불임금을 요구하고,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것이 해고의 이유다. 노조를 탈퇴했다는 것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면 다시 고용하겠다며 계약일이 지나도 별도의 계약서 없이 계속 근무하던 노동자들 중에 조합원만 골라 해고한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청주시가 157억원을 들여 만든 병원이다. 지난 2009년 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의료복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만든 ‘좋은’병원이다. 문제는 이 병원을 정산의료재단 효성병원에 위탁을 주면서 발생했다. 거저 병원을 받은 효성병원은 운영을 하영테크라는 ‘생산라인도급업’으로 등록된 회사에 재위탁했다. 간병업무에 대해 전혀 모르는 회사는 노동자 쥐어짜기에 몰두했다. 심지어는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과다공제하고, 낮게 신고하기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다
하루에 7명내지 8명의 중증 노인들을 간병하는 노동자들에게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잠자는 시간으로 해 두었다. 간병노동자들을 끔찍하게 생각해서 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오로지 그 시간 동안의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부모나 친지를 간호해 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라고 했는데 왜 안 잤냐?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를 왜 걱정하냐? 생명보험 들어놓았는데 왜 당신들이 그걸 걱정하냐?” 하영테크의 말이다. 결국 체불임금으로 인정받았지만 심의과정을 통해 하영테크가 어떤 회사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분명히 환자 곁에서 일을 하는 데 병원에서는 쉬는 시간, 자는 시간이라고 빼놓지 뭐야. 그래서 우리가 6시간이 정말 사무치는 데 어제 한범덕 시장이 생색내며 전기를 넣어준 게 밤 12시 되어 딱 끊기지 뭐야. 또 6시간이야. 그래서 뚜껑이 팍 열릴라고 하는 데 전기를 다시 넣어 주어서 뚜껑을 다시 닫았지. 우리는 6시간이랑 인연이 있나봐. 딱 6시간이야, 6시간!” 농성을 하면서 전기가 끊기자 하신 말씀이다.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을 통해서도 노조가입을 이유로 한 수많은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투쟁이 계속되는 이유
“어머님들 꼭 현장으로 돌아갑시다.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충북의 수많은 딸들과 아들들”, “어머님 동지들(?!)!! 자주자주 못 와봐서 죄송해요. 선전 때나 기자회견 때 어머님들 말씀 듣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힘이 불끈 나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힘내시고 꼭 원직복직 쟁취해요. 저희도 계속 함께 할께요. 모자라는 힘이지만요. 힘내세요.”, “어머니들의 열정으로 저희 자녀들이 꿈을 꿉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는 물고기를 잡아 온다. 또 누구는 찌개를 끊여 온다. 농성장 안은 각종 반찬이 푸짐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대단위들이 농성장을 방문한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정당들이 모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사태해결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간병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시가 위탁운영를 맡긴 효성병원이 직접 고용으로 운영하라는 것이다. 충북지역의 많은 간병노동자들이 병원에 직접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청주시가 돈을 들여 만든 병원에서만 간접고용을 통해 운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7일에는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을 상대로 불법파견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영테크는 파견업을 허가 받지 않은 회사다. 특히 환자의 가래를 뽑아내는 석션이라는 일은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파견업체에 맡겨서는 안 되는 중요하고, 상시적인 일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데 의사와 간호사는 직접 고용하고, 오로지 간병노동자들만을 외부업체에 넘기는 것은 청주시가 설립한 노인전문병원의 격에도 맞지 않습니다. 부도덕한 일입니다.” 고발장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투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청주시만 결심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지만 한범덕 청주시장은 ‘청주국제 공예 비엔날레’를 핑계로 꿈쩍도 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견결한 투사로 변신 중인 나이 드신 여성노동자 투사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먹고, 자면서도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내가 이제 내년이면 65살이야. 뭘 더 바라겠어. 내가 그만두더라도 다음 사람들은 맘 편하게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 거야. 그게 내가 노조를 탈퇴안하는 이유야.” 아직 1년이 안되어 해고를 면하고 있는 가장 나이 많으신 노동자의 말이다. 여름을 넘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지치지 않고, 투쟁이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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