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전략조직화’를 둘러싼 비정규운동의 입장 차이(07년 5월호)

전략조직화’를 둘러싼 비정규운동의 입장 차이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전략조직화가 시도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07년도에도 50억 기금 모금과 산별노조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조직화 전략을 주요 과제로 제출했다. 산별노조로 전환한 대부분의 연맹에서도 핵심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전략조직화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전략조직화는 과연 열심히만 하면 되는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들이 조직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전략 조직화는 단지 조합원 숫자를 늘리는 것 이상이 되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1.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는 지금까지 노조활동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전제로 한다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낮은 조직률로 인한 대표성의 위기’이다. 10%가 안 되는 민주노총의 조직률로서는 절대로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성이라고 했을 때에는 그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동조합의 활동이 명백하게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노협은 비록 4%대의 조직률을 갖고 있었지만 전노협의 활동이 전체 노동자와 민중의 앞에 서 있는 선도투쟁의 역할을 한 것임을 의심받지 않았고, 그런 점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대표로서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낮은 조직률이 대표성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은 중요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지금 조직된 노동자 대부분은 정규직 혹은 대공장들이고,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가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있는 것이다. 이미 현실에서는 정규직의 이해관계와 비정규직의 이해관계가 분리되고, 대공장과 중소영세업체의 이해관계가 분리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조직 조직화란 주로 비정규직이나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은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정규직 중심성이나 대공장 중심성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많이 조직되면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영향력도 높아지고 민주노총의 활동도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이것은 단지 가능성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이미 대자본이 권력을 갖고 있고, 이들이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초과착취하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들을 노동권으로부터도 배제시켜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숫자가 많다고 해서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투쟁을 해도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투쟁이 위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 노동조합의 경우 조직력이나 투쟁력도 높기 때문에 민주노조운동 안에 영향력은 크게 발휘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민주노조운동의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조직된 노동자들 중에서 힘이 강한 노동자들의 의견이 우선 존중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한 노동운동의 세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어 있는 지금, 자본가들이나 정부의 일정한 협상의 룰에 근거하려는 경향성이 생기고 있는데, 그럴 때에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주고, 무언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이미 현실에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 전체의 총체적 이해를 대변하기가 어려워지고, 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때 대부분은 여전히 정규직·대공장의 이익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본이나 정부도 그렇게 강제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많이 조직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전체 노동자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노동조합이 철저하게 장기적인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에 근거하여 계급적 단결의 원칙을 세울 때에만 대표성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조직을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그러한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분할하는 데에 일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는 노동조합 활동의 전반적인 혁신과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조직화만으로 민주노조운동이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성을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2. 지금의 조직화 전략은 계급적이지 않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는 50억 기금을 모아서 조직활동가를 양성하고 이 조직활동가들이 기업 외부에서 조직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활동가들이 전략적인 계획에 입각하여 조직할 수 있는 요건은 잘 마련되지 않고, 각 연맹이나 지역본부에서 해왔던 조직 상담과 노조건설 과정에 대한 결합 역할을 아웃소싱 받는 방식의 활동이 많다. 전략 없는 전략조직화인 셈이다.

(1) 내부 투쟁 없는 외부적 조직화가 갖는 문제

노동조합 가입 상담을 받고, 노동조합을 건설하도록 하는 것은 지역본부의 오랜 과제였다. 지역본부들의 그런 역할을 통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어왔다. 하지만 전략조직화라고 할 때에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투쟁을 결심하고 상담을 하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오랜기간 연구하고 조사하고, 주체를 발굴하고, 조직을 하는 긴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담당 활동가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그것을 전체적으로 보조하는 산별노조의 힘이 필요한 일이고 그런 결단이 전제되었을 때에야 가능한 사업이다. 그런데 현재는 조직화의 방식과 내용이 모두 조직활동가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그런 의미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방식의 외부적 조직화, 상담사업 중심의 조직화는 조직 내부를 건드리지 않는 조직화라는 데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직 내부의 도전이 없는, 조직의 기풍과 사업방식에 대한 철저한 자기 비판이 없는 데다가, 오히려 조합원들이 50억 기금을 냄으로써 마치 조직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은 자기만족감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공공부문 조직화를 고려한다면 지자체 민간위탁된 노동자들이나 현재 공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외주화에 대한 저항과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투쟁과 결합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주화하면서도 현재 정규직들의 고용안정을 일정하게 보장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럴 때 민간위탁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조직한다는 의미는 기존의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조합이 조직된 자들의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외주화를 일부 수용하거나 그것을 통해 자신의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방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제기하고 공동투쟁의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설령 노동조합으로 조직한다고 하더라도 분리된 투쟁 속에서 정규직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고, 이 투쟁을 방기하거나 오히려 방해하는 기존 노동조합과 부딪치게 된다.
미조직 조직화가 의미하는 바는 이처럼 조직 내부의 사업 작풍과 투쟁의 방향에 정면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이며,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순간 자본과 더 이상 일정한 타협과 양보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이런 긴장을 노동조합 내부에 걸어놓고 내부 투쟁을 하는 과정과 결부되어야 하는 것이다.
외부적 조직방식이 문제 없이 채택되고 있고, 50억기금도 열성을 다해 조직이 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많은 조합원들이 나름대로 계급적 원칙에 입각해서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사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이 조직화가 노조활동 내부를 건드리지 않으며, 비정규직 조합원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 지금까지의 노조활동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 조직 전략이 구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 유연안정성 논리에 기반하여 비정규직 투쟁을 관리하는 조직화

금속노조와 공공서비스노조로의 전환으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의 조합원이 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계급적 산별을 주장해왔다. 계급적 산별이란 자본의 분할 통치를 뚫고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그리고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자는 의미였다.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투쟁을 제대로 해보자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산별노조에 대한 다른 견해들도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산별노조는 ‘앞에서는 열심히 투쟁하고 뒤에서는 협상을 잘하는 노조’이다. 계급적 단결투쟁의 힘보다는 협상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구이다. 조합원들을 최대한 많이 조직해서 압력수단으로 삼고, 그 힘에 의거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의하면 최대한 많은 숫자가 조직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숫자가 바로 교섭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전략조직화는 ‘조합원 수’를 늘려서 압력행사를 위한 최대치를 확보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숫자가 많아지면 이 산별노조는 그 숫자에 근거해서 자본가나 정권과 일정한 협의 테이블을 구축하고, 산업 차원의 논의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아무리 산별노조 조합원의 숫자가 많더라도 내부의 분할을 뛰어넘는 전략과 전망을 세우지 못한다면 산별교섭의 과정에서, 노조 내부 및 정부와 자본의 압력으로 인해서 오히려 그런 분할 전략을 수용하면서 비정규직의 투쟁을 관리하고 자본의 관리전략을 보조해줄 수도 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에 대해 ‘정리’의 관점으로 접근했던 금속노조의 태도가 바로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산별노조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이중단협을 허용하면서 노동조건을 조금 더 높여주는 수준으로 요구를 해결하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산업정책적으로 유연한 노동력에 대해 관리하는 방식이 등장할 수도 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산별협약을 체결하면서 ‘간접고용의 사용주는 병원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듯이 말이다.
‘유연안정성 논리’, 즉 비정규직은 어쩔 수 없는 고용형태이므로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논리들이 횡행하고 있다. 그런 논리에 기초해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에 저항하는 투쟁들을 적절하게 관리하면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내부투쟁 없이도 조직화가 가능하며 ‘수’를 많이 늘림을 통해서 어느 정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도 끌어올려주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전략조직화 문제는 단지 실효성이 없다거나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거나 50억 기금이 덜 모였다거나 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전략조직화를 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이나 연맹이 내부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계급적 단결을 가능하게 하고, 그에 근거하여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성을 세우고자 하기도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부분들에서는 노사정 협의의 일정한 틀을 만들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에 대한 인정, 그에 근거하여 내부 투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숫자를 조직함으로써 압력행사를 효과적으로 하여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고자 하는 전략이 전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략조직화는 열심히 제대로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토론하고 내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3. 조직화는 주체를 세우고 연대하고 투쟁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가? 노동조합은 ‘조직화’ 자체가 자신의 존재 이유이다. 자본은 끝없이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이해관계를 대립시킨다. 노동자들은 그런 분할과 대립을 뚫고 단결을 쟁취하면서 발전해왔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노동자들이 힘이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결의 폭과 범위를 넓히고 자본에 대한 힘 있는 대항전선을 설치하기 위해서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는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 활동방식과 체계가 미조직조직화를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가 미조직 조직화를 위한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사람과 재정이 조직화를 중심으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활동가들은 현장의 문제를 대행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혹은 실무자가 아니라 그 스스로가 조직활동가여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지금 모든 노동조합의 활동을 임단협에 집중되어 있다. 임단협 시기가 되면 모든 활동은 중단된다. 임단협 과정에서 자본이 고분고분하지 않기에 노동자들의 힘을 최대한 모아야 이것도 돌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임단협 속에서 파업을 기획하지만 조직화를 위한 파업을 기획하지는 않는다.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한 것을 갖고 파업을 하지도 않는다. 만약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해지가 결국 노동자들을 분할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방해하는 요소라면 그것이 임단협 보다 계급적 단결에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에 대한 고려가 1순위가 되어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되지 않는다. 임단협 때에는 조합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면서도 더 중요한 과제에는 임단협에 쏟는 정성의 1/10도 그 안에 쏟아부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산별노조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조합의 교육활동, 노동조합의 일상활동, 그리고 활동가들의 역할이 모두 조직활동으로 배치될 때에야 비로소 그것을 산별노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만 얽매여 있고, 그 투쟁을 따라다니기에 바쁜 산별노조로는 절대로 조직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미조직 조직화가 몇몇 담당자의 문제로만 치부되고, 노조운동 내부의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조직화는 절대로 운동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로 전환되지 않는다.

(2) 주체를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이유는 단지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노동자들 스스로 투쟁의 주체가 되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투쟁하고,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노동자 전체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부여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투쟁의 주체를 세우고, 그 동지들이 지금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진정한 투쟁의 동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힘들여 조직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민주노총이 전략 조직화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SEIU의 경우 조직활동가들에 대한 교육은 열심히 하지만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교육하지 않는다. 조직된 노동자들은 일정한 액수의 조합비를 내고, 노조로부터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정한 수의 노동자가 조직되면서 이 산별노조가 정부로부터 권리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이 쉽게 권리를 내주지 않고 계속적으로 분할 정책에 입각한 노동자들의 초과착취를 요구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오히려 산별노조 상층에 권리를 부여해주되, 현장의 투쟁은 강하게 탄압을 하면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양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우 노동자들이 조직됨과 동시에 투쟁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도록 만들 때에야 산별의 힘도 강화될 수 있다.
지역건설노조의 경우 초기에는 조직활동가들을 양성하면서 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산재나 안전문제 등을 걸고 투쟁을 해서 현장전임을 보장받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왔다. 이것만으로는 자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런 조직활동가들이 노동조건 개선 협상을 대리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을 조직하여 파업투쟁을 만들어내고자 했을 대 그 때에는 정말로 자본에게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안탄압을 통해 이 활동가들에게 공갈·협박·갈취 등의 누명을 씌우고 구속·수배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역건설활동가들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현장에서 파업투쟁을 조직했고 2006년 대구건설노조의 파업투쟁에서 볼 수 있었듯이 위력적인 현장파업 투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007년에도 계속 현장을 조직하는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비록 현장투쟁이 모두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조직된 노동자들이야말로 큰 힘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대리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힘으로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진짜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조직화는 바로 이런 조직화이다.


4. 왜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가?

전략 조직화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이것이 ‘우리가 왜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노동운동을 시작할 때에는 단지 노동조건과 임금인상에 대한 갈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것은 인간다운 삶을 향한 열망이었다. 자본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공동체로서의 삶을 누리면서 동지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큰 기쁨이었다.
그런데 자본의 계속되는 통제전략은 우리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했고,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노동조건을 조금 높이면서 공동체적 지향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노동자들은 분할전략에 굴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이라는 떡고물을 향하여 달려들었고, 그것이 지금 노동운동의 위기와 불안정성을 낳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산별노조를 건설했고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마나 이렇게라도 힘을 키우지 않으면 자본과 정권에 의해 모두가 압사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의 문제도 우리에게 두 갈래 길로 나타나 있다. 현재의 노동조합이 정규직·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생겨난 선택항이다. 하나는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를 인정하면서 현재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며, 하나는 비정규직과 공동 투쟁으로 가는 길이다. 자본과 정권은 우리에게 전자의 길을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후자는 힘들고 어렵고 많은 패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전략조직화의 목적이 ‘수’를 늘려서 압력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를 세우고, 투쟁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운동 내부를 다시 긴장하여 투쟁으로 불러일으키는 것이기에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전략조직화도 의미를 갖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조직화를 열심히 하기 위해 50억 기금을 열심히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과 어떤 의미의 전략 조직화를 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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