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비정규악법 전후 자본의 대응양상 (07년 5월호)

비정규악법 전후 자본의 대응양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 유현경

1. 들어가며

정부는 지난 11월 30일 날치기로 통과시킨 비정규확산법을 올해 7월부터 시행을 강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법 통과를 전제로 한 계약해지와 외주화 방식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으며, 경총은 비정규법을 활용하여 비정규직을 확대․고착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지침을 만들어 대응해 오고 있다. 그야말로 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미리부터 법안을 활용한 다양한 비정규직 활용을 위한 사전 조치들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비정규법 통과 이전인 2006년 7월에 기간제, 파트타임, 파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인사담당자 532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차별구제신청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미 33.9%는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로 응답한 대응책의 주요 내용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임금 등 근로조건 재조정 52.8%, 직무분석이나 직무분리 45.0%, 정규직(부분)전환 37.8%, 법률적 대응준비 18.9%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비정규법을 적극 활용하여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차별시정을 회피할 수 있는 적극적 방안을 지침화 하여 배포하였다. 이러한 지침 속에서 일단 법 내에서 활용을 모색하고, 이후 정부의 합리적 차별기준 마련과 파견허용업종과 파견․도급, 외주화 기준, 무기계약자 선정 기준 등 각종 기준이 마련되면 이후 이것은 현장의 구조조정의 기준으로 활용되어 구조조정은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은행의 독립직군제에 대한 사례처럼 직군 분리를 통한 차별의 고착화가 하나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안으로 제출되어 노동운동 내 혼란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완화(유연화조치)와 비정규직 보호가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유연안정성’ 논의가 우리 안에 침투하여 독립직군제나 무기계약근로전환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것이 야기하는 이후 구조조정의 문제나 비정규직의 정상고용형태 인정, 차별의 고착화 등은 부차화 되고 비현실적인 제기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연안정성 정책의 기조 하에 비정규법과 더불어 임금 및 고용형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고용․근무형태를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 창출로 고령노동자와 청년노동자, 여성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활용할 방안을 재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임금직무혁신센터 운영을 통해 임금정보 제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평가 매뉴얼의 개발 보급, 임금체계 관련 지역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을 확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작업시간 단축, 직무순환 등 고용연장형 고용․근무형태 도입 시 소득감소분의 일정액을 보전해 주는 지원제도도 마련하는 등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에 대한 일상적구조조정의 내용 또한 확보하고 있다.
차별을 차이로 만들어 이후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에서 배제시키고자 하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는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작업은 각종 기준에 의해 구체화 될 것이다. 정부 발표된 공식 보고서들에 의하면 일례로 직무평가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임금격차를 조정하여 차별이 아닌 차이의 정당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임금체계를 직무중심으로 합리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벌써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부터 직무급 또는 성과중심형 직무임금체계로의 개편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민간부문에 확산시키기 위한 준비들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법을 정착시키고 이번 참에 그간 노동계의 반대 속에서도 끊임없이 추진해오던 신인사제도 등의 자본의 합리화를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전 노동자에게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오히려 이 기회에 비정규직의 양적 확산에만 열을 올렸지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갈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관리의 재구축을 넘어선 노동유연화를 전제로 한 전노동자에 대한 인적관리의 방향의 재구축인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법안 통과 전후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본의 대응양상과 시나리오를 분석해 보고 이러한 상황 하에서 비정규운동의 전략의 필요함을 제기하고자 한다.


2. 비정규악법을 활용하는 자본의 양상

여기에서는 통과된 비정규법과 관련하여 자본측이 추진하고 있거나 예상되는 대응방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1) 기간제법


○ 계약기간의 탄력화

기간제법에서 기간제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현행 근기법상 근로계약기간 상한 규정 1년은 폐지되었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2년이라는 사용기간 범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으며, 반복횟수가 상관없게 됨에 따라 단기계약을 수차례 반복하는 형태가 가능해 진다. 또한 단기계약 기간을 기간제노동자의 능력을 평가 또는 확인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것까지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 계약내용 변경 및 계약 해지

계약서도 없이 해마다 계약을 자동 갱신하여 상시고용으로 일해 왔던 기간제노동자들에게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시 단기계약을 맺거나 새로운 계약내용 첨부하는 등의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기존 판례에 근거하여 법 시행 이전에 여러 차례에 걸친 반복갱신계약, 계속 고용의 기대감 형성, 사업장의 계약해지 관행의 불성립 등으로 정해져 있는 고용계약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화된 것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본가들은 이러한 점에 유의하고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법시행 이후 신규계약에 대해서는 2년안에 단기 계약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전 계약기간을 관행적으로 반복갱신해온 경우 고용계약 해지가 불가할 것으로 판단하여 신중을 기해야 함을 재차 반복하며 다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장에서 이러한 소지 자체를 없애기 위해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기, 계약내용(기간, 업무내용, 해지요건) 명확히 하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 계약서에 “예산 문제로 또는 구조조정 시에는 언제든지 계약기간 중도에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넣는 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계속 근로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계약을 할 때마다 근로계약의 내용(업무의 성질, 근무 장소, 임금 등)과 체결 경위를 달리하고, 정당한 퇴직절차를 밟도록 하여 계약갱신이 관례화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정비를 통해 법 시행 이후 계약을 체결하여, 2년 경과 뒤 계속고용 시 무기계약으로 간주하더라도 그 이전에 장기계약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문제의 소지 자체를 없애기 위해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계약해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 2년에 한번씩 교체 사용

기간제법 2년 사용기간 제한으로 자본가들은 현재 기간제 노동자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2년에 한번씩 노동자를 교체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지 않고 해당업무에 2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를 교체하여 주기적으로 해고가 발생할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사업장에 국한된 기업특수적 숙련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동종업종에서 기간제노동자가 일반화된 경우 주로 사용될 것이다.

○ 휴지기를 이용하여 동일노동자 기간제로 활용

자본측은 기간제노동자 2년 이상 사용 시 고용기간을 ‘연속해서’ 계속 고용된 기간으로 판단하여 동일한 노동자를 2년 고용한 이후 일정한 휴지기를 두고 반복적으로 고용계약을 맺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휴지기를 두고 동일한 노동자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지며, 이를 통해 얼마든지 기간제노동자를 영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파견허용업무는 파견노동자로 전환

현재 기간제 노동자 중 파견대상업무 확대로 인해 허용된 업무에 대해서는 파견노동자로 전환하여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자본측은 이 방식을 통해 기간제 2년 제한 규정을 피해갈 수 있으며, 간접고용화 시켜 사용자로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특정 프로젝트 팀 등의 운영을 통한 기간제노동자의 적극 사용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경우’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해당한다. 따라서 경총지침에서도 제시되듯 ‘특정 프로젝트팀 운영을 통하여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 노동자를 적극 활용할 것’이 권장되고 있다.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경우인지의 판단에 대한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이러한 해석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해당 기간제노동자의 퇴직절차(사직서 제출, 계약기간 종료 통보, 퇴직금 수령)를 명확히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 전문적 지식, 기술의 경험 등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 적극 활용

비정규악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문직 특례에 해당하는 박사학위 소지자, 전문직종과 기술사 등은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명목으로 기간제한의 보호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자본측은 이러한 직종을 기간제노동자로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학위나 자격증 여부가 사용자와의 지위에서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근로조건이나 고용형태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직종을 예외로 인정하는 방식은 해당 직종의 기간제화를 당연화하여, 오히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 기간제노동자의 외주·도급화를 통한 간접고용화

기간제노동자가 수행하던 업무를 외주·도급화 함으로써 간접고용화시켜 정규직 증가에 따른 부담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자본측의 판단으로 단순, 주변업무라고 판단되는 경우, 직무성과에 대한 통제가 비교적 쉬운 경우, 업무의 공간적 분리가 가능한 경우, 계약직 비율이 높은 부서의 경우 주로 채택될 것이다. 또한 이 경우 해당부서의 정규직의 전환배치가 필연적이며, 해당 부서의 정규직까지 포함한 외주․도급화 또는 분사의 방식까지 가능해질 것이다. 분사시 차별시정에 대한 부담 경감과 함께 장기적으로 간접고용의 저비용구조를 이용하여 일석이조의 이점을 노리고 있다.

○ 2년 초과시 차별적 처우 유지 방안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로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될 경우 임금 등 근로조건은 기존보다 낮은 대우를 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당사자 간 근로계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측은 이러한 노동자 군에 대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별도규정하여 적용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되도록 별도직군임을 명시하고 근로계약서의 새로운 양식을 통한 계약과 취업규칙 마련, 별도직군에 대한 인사제도 마련을 통해 차별적 처우에 대한 시정을 피해가려고 한다. 또한 무기계약으로 간주될 경우 현행 정규직 노조에 가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방안과 준비가 필요함이 제시되고 있다.

○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대체로 세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노동자 숫자가 많지 않고, 직무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경우 첫 번째 경우를 선택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며, 대체로 자본은 둘째와 셋째 방식을 선호할 전망이다.
첫째, 상시적 ‘업무’라고 사측이 인정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는 방향이다. 이는 고용유연성보다 직무안정성을 중요시 경우, 직무안정성을 중요시 하더라도 기간제 비율이 높지 않은 경우, 비용을 고려하는 사측의 관리전략과 연결될 전망이다.
둘째, 2년 이하의 계약기간이 지난 후 정규직 선발이라는 내부경쟁 방식을 통해 뽑힌 노동자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정규직으로의 신규채용을 하기 전 2년 계약직 기간을 수습기간처럼 당연하게 활용하고, 이후 평가를 통한 내부 경쟁 방식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러한 경로를 통한 정규직 고용은 이미 많은 사용업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후 더 확산될 것이며,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계약직 2년’이 당연히 거쳐야 하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내부경쟁을 통해 비정규직의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귀결되며 기간제노동자의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 또한 어렵게 할 수 있다.
셋째, 별도직군을 설정하여 기존 정규직과 업무 영역 및 고용관계에 일정한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정규직화 방안으로는 제기되고 있으나 자본측 스스로도 ‘기간제 현행 유지 후 부분 보완’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 정규직화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사례로, 무기계약직, 독립직군, 분리직군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형태 안정과 임금 유연성을 결합한 내용으로 소개되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실상은 고용형태의 안정 또한 불확실하며, 또 다른 차별의 고착화, 차별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측의 입장에서는 ‘정규직화(?)라는 사회적 명분과 함께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인한 차별 처우 신청자격 상실로 차별시정에 대한 부담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별도직군으로 분리되어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받는 2개의 정규직군이 있을 경우 기존의 비정규직 분리를 전제로 한 직군제 자체가 차별이라는 제기가 가능할 수 있다.

(2) 차별 시정 관련 - 고용형태상의 차별이 아닌 것으로 둔갑시키기

비정규법의 차별시정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해 차별시정 자체의 실효성이 낮을 뿐 아니라 오히려 차별을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많은 글들에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차별시정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자본측은 고용형태상의 차별을 차별이 아닌 것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 비정규직의 특성을 활용하여 차별시정 피해가기

자본측은 비정규법의 차별시정제도는 복리후생 제도의 차별 등 외관상 차별을 중심으로 차별 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수혜대상을 분리하는 것보다 비정규직의 특성(근속연수, 직무, 부서 등)을 분석하여 복리후생제도를 차등 부여하는 방안 등이 이 제도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소개되고 있다.
“기존의 성과급은 주로 정규직에게 지급되어 왔는데 차별금지조항이 적용될 소지가 있다. 이 경우, 성과급의 수급자격 기준을 명확하게 하여 정규직 중에서도 성과급 지급여부를 다르게 설정해 놓는 경우 그리고 전사적 성과급이 아닌 각 부서별 성과급의 경우에는 차별이 아닌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비정규 근로자의 계약기간은 통상 1~2년이므로 비교대상 근로자 역시 1~2년인 정규직근로자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회사규약을 통해 3년부터 성과급을 지급하는 임금체계를 설정하는 것도 동법의 적용으로 초래될 인건비상승을 일정 부분 낮추는 방법일 것이다.” (2007.5. 경총포럼, [비정규인력의 합리적 활용과 법적 대응방안])
위와 같은 방법은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성과급 지급을 전사적 성과급 부분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근속년수나 개별성과를 통한 지급, 팀 지급 등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비정규직에 대한 지급을 피해갈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방식 외에도 1년 미만 초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을 확대하면 자본측은 차별시정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결국 초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양산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비교 대상 없애기

비정규법의 차별시정은 비교대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측이 차별시정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비교대상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를 없애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은 차별금지 규정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게 하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를 없애는 것이다. 즉 분리방식으로 기업의 특정 직군에 대해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혼재를 없애는 방식이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전환직)을 분리하고, 정규직과 기간제노동자를 분리하고, 직접고용비정규직과 파견노동자를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여 차별시정제도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차별시정 신청 자격 자체를 상실한다고 정부와 자본측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처우가 달라지지 않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노동자’들을 하나의 직군으로 묶었을 때는 이중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비교대상이 없어지고, 기간제노동자들은 무기계약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차별시정을 요구하게 될 텐데, 그럴 경우 고용계약기간상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이 둘 간의 다른 차별적 내용을 제기하기 어렵게 때문이다.
두 번째 방식은 ‘유사업무’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 가능한 업무의 종사자가 없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정규직으로 하여금 동일·유사한 업무로 판단 가능한 업무들을 수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직무분석은 필연적으로 동반되며, 이를 통해 직군분리방식은 가속화 될 것이다.

○ 합리적 차별 기준 활용하여 차별을 정당화하기

자본측은 법 시행 이전 업무구분, 분리조치, 직무구분 등의 방식을 통해 차별시정을 피해가지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5~6월까지 그러한 일정을 추진하되, 노동부의 ‘합리적 차별 기준’이 마련되는 시점에서 그 기준을 활용하여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채택할 전망이다.
“불합리한 경우에만 차별금지규정이 적용되므로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들을 구비해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볼 때, 근속연수, 기능, 능력 등 근로자의 노동력의 가치평가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경우 합리적인 차별로 보고 있는데, 가치평가의 기준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계량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 필요”(2007.5. 경총포럼, [비정규인력의 합리적 활용과 법적 대응방안])

(3) 파견법

파견법 개정으로 2년 이상 사용시 고용의제가 고용의무로 완화되었고 시행령을 통한 허용대상업무의 대대적인 확대로 인해 자본측은 간접고용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 파견노동자 2년 계약 종료 후 기간제노동자로 다시 활용

파견노동자의 계약 종료 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해당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4년간 고용할 수 있는 방식이 되며, 또한 자본측의 입장에서는 간접고용노동자의 직접고용전환이라는 명분까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들어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계약직으로의 전환 이후 정규직으로의 전환의 위험 부담을 피해야 하는 조치는 취해질 것이다.
그러나 자본측의 입장에서 비정규악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존 계약직 노동자를 파견허용업무에 한해서 파견노동자로 전환한 이후 2년 경과 뒤 계약직노동자로 전환할 경우 ‘계약직 2년+파견직 2년+계약직 2년=총 6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로의 활용이 가능해 진다.

○ 고용 의무 피해가기

자본측은 고용의무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서 법률에 규정한 최장 파견기간을 엄수하고 파견노동자 운용기준 마련하여 파견사용부서의 노무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즉 합법파견을 사용할 수 있는 허용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최대한 파견을 활용하되 불법적 요소만을 피해간다는 방침인 것이다.
따라서 파견직 노동자의 경우 고용의무가 되지 않도록 세부 관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파견노동자를 일시적 혹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로 일시 대체 후 다시 파견노동자로 사용하는 것을 사례를 들고는 있으나 이는 탈법의 의도로 보아 고용의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측의 입장에서는 파견노동자 2년 사용 이후 아예 하도급으로 전환하거나 업체교체, 노동자교체, 계약직 전환 등의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파견기간 2년 관리 이후 직접고용 선발 방식

파견노동자로 2년 이상 고용 시 자본측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직접고용 의무가 부과되므로, 계속 노동자를 고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파견기간 2년이 되기 전에 별도시험 또는 평가를 통해 직접고용노동자로의 선발이 가능하게 하여 파견노동자를 관리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경우로 일례로 BC카드사의 경우 파견노동자 2년 사용기간 동안 별도의 채용절차를 이용하여 계약직으로의 선발을 했으며, 계약직 2년 사용한 후 평가를 통해 전임직으로의 전환을 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환비율은 높지 않으나 내부 채용과 평가를 통해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은 파견노동자 내부의 경쟁을 통해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이러한 관리방식을 통해 파견노동자 중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를 사전 관리하는 방식이 되고 있으며, 이는 파견-계약-정규직이라는 순차적 고용관행과 위계화를 일상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 파견법 대상 업종 범위 내에서 비정규직 최대한 활용

파견대상 허용업종이 파견법 시행령을 통해 대폭 확대되었다. 따라서 자본측은 26개 업종, 허용대상 업무를 검토하여 최대한 파견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상업무에 부수하는 관련 업무의 범위에 대해서도 파견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절대금지업무에 파견노동자 고용하는 경우 즉시 고용의무가 있으므로 해당 사항 있는지부터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기존 정규직 또는 계약직이 담당하던 업무가 파견허용업종이라는 이유로 일단 파견노동자로 교체하고 이후 이 업무 자체를 외주화하여 간접고용을 확산시킬 것이다.

○ 파견법상 고용의무는 부당해고 아니어서 부담 없다.

파견법 개악으로 인해 불법파견 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던 것이 고용의무로 바뀌어 자본측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파견법 개정으로 사용자의 부담이 증가했다고 자본가단체들의 볼멘소리가 줄 잇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용간주시 고용을 하지 않은 상태를 부당해고로 보아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고용의무의 경우에는 아직 채용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부당해고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부담이 완화되었음을 스스로도 고백하고 있다.

○ 합법 파견업체로 관리하기

자본측은 이번에 파견허용업무를 최대한 확대하여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최대한 활용하되 관리 방식의 강화를 통해 고용의무 조항과 파견노동자들의 저항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파견근로계약서 작성시 법적 기준에 맞서 작성할 것을 지시하고 있으며, 그 내용으로는 계약서상에 파견노동자의 임금을 명시하지 않기, 계약의 중도 해지 사유 명시하기, 절차 보상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기하기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업체 선정시 임금체불이 발생하여 파견노동자들의 저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무 및 신용도 등 경영상태가 양호한 파견업체를 선정할 것 등을 권장하고 있다. 비정규악법을 제도화를 통해 이 법을 최대한 활용만하면 얼마든지 명분을 가지고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제 기존 불법파견적 요소가 있었던 부분을 최대한 없애고 합법파견으로 전화할 것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3. 차별을 허구적 차이로 전환하는 다양한 시스템들 - 차별의 고착화 방안

정부와 자본은 직무에 기반한 고용형태를 가지고 상이한 처우를 정당화하는 시스템을 보급․확산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 및 처우수준을 달리한 비정규직차별이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차별의 기준이었던 것을 차이로 둔갑시키면 효과적으로 차별문제 자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발상 하에서 직무-고용-임금 연결벨트를 만들어 직무의 가치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하고 그에 따른 임금처우를 달리하는 것을 목적하고 있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를 분명히 들여야 봐야 한다. 이는 자본의 관점대로 노동의 가치를 평가(이러한 평가는 노동의 대응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하고 그에 따른 고용형태와 임금 차별을 차이로 만들어 차별을 합리화하며 이러한 기준을 ‘합리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내면화하려는 의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1) 코스별 직군관리제 - 독립직군제


○ 독립직군제의 양상과 성격 - 저임금 ․ 차별의 고착화

비정규법의 차별시정을 어느 정도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자 ‘정규직화’라는 명문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출되고 있는 것이 바로 ‘독립직군제’이다. 은행 직군제의 경우 정규직 및 비정규직을 통합 관리하던 것을 현행 정규직 직군(기존 정규직)과 별도직군을 신설하여 계약직 노동자를 해지하거나 별도 직군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직군제 방식에서는 직군에 편집시켜 2년 경과 때 무기근로계약+저임금(정규직의 50% 수준 유지)을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분리직군제’의 내용을 보면, 차별의 고착화와 저임금을 부르는 또 하나의 비정규직일 뿐 정규직화도 고용안정을 이룩한 결과도 아니다. 대부분의 업무에서도 상시업무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여 문제가 되지만, 은행창구 업무에서도 늘 인원이 필요한 상시업무이기 때문에 해고하더라도 인원을 다시 충원해야 한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계약을 계속 갱신하면서 일하는 장기계약자가 많이 있고,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을 정리해고한 뒤 업무의 필요에 의해 다시 비정규직으로 재입사시키는 경우도 많다. ‘분리직군제’에 따라 A~D로 등급을 나누고, ‘업무 부적합 경고 3년이면 해고’, ‘C, D 등급을 2년 이상 받으면 해고’ 등으로 고용불안을 미끼로 한 노동자의 자기통제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고용안정의 보장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별도 직군으로 묶어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를 두고 자본가들이 고용을 보장하되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요인인 임금 저하를 용인하는 기막힌 제도라고 격찬할 정도로 특정한 노동자들의 신분을 묶어두고 차별을 영속화하는 반노동자적인 제도이다. 임금과 노동조건, 그리고 승진의 기회에서 정규직들과는 다른 완전한 차별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은행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복리후생을 정규직과 같이 적용받게 되지만, 사실 경조사 부조금·콘도 이용·의료 지원 등 복리후생은 임금에 비하면 몇 푼 안 된다. 반면, 직군별로 정규직화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이라는 사회적 지탄을 덜 받으면서 큰 인건비 부담 없이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직군제’가 되면 차별적 저임금 체계가 고착화되므로 노조가 별도의 보충 교섭을 통해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높이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직군제 도입으로 업무를 뚜렷하게 구분하여 비정규직 법안의 차별적 처우(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불리한 대우) 금지 조항을 피해가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닌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단지 금융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전 업종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부문은 ‘분리직군제’와 비슷한 ‘무기근로계약제’ 문제로 시끄럽다. 무기근로계약이라는 용어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비정규대책에서 등장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23조에 있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통상적으로 지금까지는 이런 표현을 정규직으로 인식해왔다)를 ‘무기근로계약’로 둔갑해버린 것으로 사실상 정규직화가 아니다.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일 뿐이다. 무기근로계약은 비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정규직이 하던 업무와 분리하여 직무를 분리하는 방식을 통해 동일업무가 아니므로 합리적 차별의 기준이 될 수 있게끔 만드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고용형태상의 차별이 아닌 업무의 차이에 의한 차별로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이 공식화될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 분야에서는 성과급제를 포함한 ‘분리직군제’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전 직종에서는 차별을 피하기 위한 무기근로계약을 도입하는 등, 정규직도 아니고 기존의 비정규직도 아닌 새로운 비정규직을 만들어서 비정규직을 영속시키려는 시도들이 점점 확산되고 있어 그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특히 독립직군제 및 무기계약 전환 직종을 여성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직종으로 잡고 있어,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안정(?)을 위한 방안인척 하며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차별의 고착화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서 문제점은 더욱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 차별의 고착화를 위한 기업별 관리 체계 정비

이를 위한 준비로 취업규칙에 대한 정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고용형태상의 무기계약으로 인정되고 있는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과 ‘분리직군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무기계약직의 경우는 차별의 비교대상을 설정하기 어려우며, 실제 정부는 무기근로계약은 차별 시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차별의 고착화라는 우려는 자명해 질 듯하다. 이에 따라 자본측은 독립직군제 또는 무기계약 근로로 전환시 적용될 취업규칙에 대한 대비를 준비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벌써 무기계약근로장 대한 취업규칙과도 같은 ‘인사관리표준안’을 마련하고 각 기관별로 이에 준거하여 세부 규정을 마련할 것을 지침화하였다. 또한 민간기업들에서는 독립직군제 형태의 ‘전환직’에 대한 세부 인사관리규정을 마련하고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직무의 차이를 부각시켜 차별이 아닌 것으로 만드는 사례 기업의 절차를 예로 들어 볼 수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합리적 차별 기준 안내서에 따르면 비정규직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조건인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ㆍ휴가(연차유급휴가, 산전ㆍ산후휴가 등), 안전ㆍ보건, 재해보상 등을 차별할 수 없다. 또 경조사비와 자녀학자금, 교통비, 상여금 등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해 근로조건으로 규정된 것도 차별을 둘 수 없다. 그러나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 등에 규정돼 있지 않고 사업주가 매출목표 달성 등 상황에 따라 임시로 지급하는 격려금이나 성과급 등은 차별처우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취업규칙 상 별도규정을 통해 적용 대상을 달리하고, 성과급 또한 전사적 방식이 아닌 개별 및 팀별 방식의 지급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차이로 만들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지점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직군 분리를 전제로 한 정규직화(무기계약직화) 자체가 차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별도 직군 자체가 차별의 고착화를 위한 방안이므로 별도직군으로 편재된 계약직 노동자는 다른 직군의 정규직을 대상으로 차별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시정을 회피하기 위해 자본측이 취하고 있는 취업규칙의 복수작성 자체가 차별의 고착화 방안임을 분명히 제기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2) 임금 및 보수체계 이원화 방안


○ 직무급을 통한 보수체계 이원화

임금체계의 합리화 방안으로 정부와 자본이 제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직무급제이다. 그러나 직무급이 제기되는 결정적 배경은 연공서열적인 임금형태에 대한 자본측의 부담이다. 그러나 자본측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임금개편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얘기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대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연봉형 임금체계 개편과 성과형 직무급으로의 전환은 한편으로는 정규직을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임금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방편이자 직무의 차이에 따라 다른 임금 및 보수체계를 가지고 성과형 직무급으로 전환하여 차별을 차이로 만들기 위한 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본측은 때론 직무급을 추진하기도 하고 세분화된 직무구분에 의해 노동자들의 기능성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땐 직무를 다시 통합하기도 한다. 자본은 자신들의 기준에 의해 중요한 직무와 단순한 직무를 구분하여 임금격차를 정당화 하기 위한 방편으로 직무급이라는 임금체계를 사용할 것이다.
직무급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자본이 추구하고 있는 성과형 직무급체계는 ‘범위직무급’이라는 형태로 동일등급내의 직무에 대해서도 각 개인의 성과의 차이에 따라 임금액에 차이를 두는 형태이다. 즉 즉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경험, 근속년수, 연령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승급이나 임금격차를 설정하는 방식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직무급의 형태에서는 동일 등급 내에서도 비정규직(기간제, 파견) 유형에 따라 차등 임금액 설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 평가- 보상제도 이원화

기간제법상의 기간제 근로자 차별금지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법 하에서는 노동자의 기술, 능력 등이 아닌 고용형태 상의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처우를 불합리한 차별로 판단하는 것이므로 자본측은 노동자의 기술, 능력 등에 의한 임금제도인 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비정규법 상 금지되는 차별처우로 인정될 위험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직무에 따라, 직무 내 고용형태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성과에 따라 각각 다른 근로조건을 갖게 만들 것이며, 이는 노동자간의 동질성과 집단적 요구를 점차 깨드리는 방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자본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서열형 임금체계의 개편이 아니라 임금 및 보수체계의 이원화를 통해 직군별 개인연봉제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 노사관계를 개별적 근로계약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의도가 함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4. 사용자 의무로부터의 자유 추구 - 외주화 확대 방안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원청사용자성 인정 등과 같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권리보장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과 파견법 확대 등은 이후 자본측에게는 파견․도급․분사․외주와 같은 간접고용 방식을 선호하도록 더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 비정규직의 직접고용계약을 통한 자본측의 비용부담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외주화 방안 검토

경총포럼에서 발표된 비정규인력의 합리적 활용과 법적 대응방안을 보면 “차별시정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인력이 담당하는 업무를 도급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해당 업무를 도급계약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비정규직법 적용으로 나타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 기존의 비정규직이 하던 업무 자체의 외주화가 활성화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외주화 과정에서 기존 비정규노동자와의 근로계약 해지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저항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별로 전문적인 저항관리계획을 구비할 것까지 당부하고 있다.

○ 독립직군제와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 제외한 업무에 대해서 외주화 추진 가능성

공공부문의 경우 6월 중순경 무기계약전환대상자와 외주화타당성을 검토한 자료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외주화 타당성을 검토한다고는 하지만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외주화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비율은 1% 미만으로 생색내기식 검토에 불과하다. 또한 공공부문 기간제노동자 가운데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이후 민간위탁이나 외주화 계획이 있어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이유를 들고 있어 공공부문의 외주화는 축소되지 않고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외주화는 민간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는데, 비씨카드사의 경우 비정규노동자의 대규모 투입 업무에 대해서는 하도급 운영기준에 적합한 업무에 대해서는 위탁도급을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 하도급 업체의 관리 강화를 통한 위장도급 피해가기

기존의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은 대다수 위장도급(불법파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사내하청의 경우 위장도급의 일반적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본측은 기존의 도급업무 중 파견허용대상의 확대에 따라 적법파견이 가능한 업무에 대해서는 파견으로 전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회사 내부에 독립성이 있는 부분을 도급업무로 지정하여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경우 위장도급의 위험성을 배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 요건 갖추기 위한 방안 마련 중이다. 이러한 관리방안 하에서 적법도급과 소사장제도 운영 또한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각각의 외주사업은 인사관리상, 경영관리상 독립성을 형식적으로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부와 검찰의 ‘파견 도급 구분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하여 형식적 요건을 갖출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지침에 의하면 불법파견 위장도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우선 파견사업주로서의 실체를 판단하게 되어 있다. 그 이후 지휘 명령에 대한 판단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지 않으면 적법도급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존의 노동부 고시기존의 노동부 점검(판단) 지침은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과 '사업경영상 독립성'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하면 위장도급으로 보겠다는 것이었으나, 검찰과 의견 조율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으로 바뀌어 불법파견(위장도급)의 가능성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자본의 입장에서는 몇 가지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적법도급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특히 단순 육체 노동력의 제공만 하는 도급(이른 바 노무도급)의 경우 '사업주로서의 실체 판단과 관련하여 '기계, 설비 등 자기책임과 부담', '전문적 기술, 경험과 관련된 기획 책임과 권한'의 경우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은 혼재 근무의 경우 '업무지시, 감독권'의 주요한 징표로 보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파악하여, 되도록 장소분리, 업무분리를 통한 혼재 작업을 지양을 권고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관리자(대리인)의 체제의 확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장관리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작업 배치(작업배치서에 노동자 서명받기), 직접 업무지시, 감독 시스템 갖추기, 원청 관리자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하지 말 것, 직접 휴가, 결근계 받을 것, 직접 평가를 수행하여 경고나 기타 인력교체 지시 직접 하기, 연장근로 등의 필요가 있을 경우 도급업체의 지시를 받아 현장관리자가 연장근로 명령할 것(이 경우 근무지시서에 노동자 서명받기) 등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위장도급의 요소들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5. 노동법 개악 이후 자본에 맞선 비정규운동의 고민 지점들

비정규악법이 준비되어 통과까지 수년 여를 끌어오면서 법 통과를 전제로 정부와 자본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어 오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유연안정성을 전제로 비정규노동의 사용을 정당화하고 저출산고령화대책, 사회양극화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비정규악법과 사회적일자리 확충전략을 통해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질 낮은 일자리들을 마구 창출해내어 전반적 고용의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차별’을 ‘차이’로 전화시켜 빈곤과 비정규직문제라는 사회적 과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화시키며, 노동자들의 문제제기와 저항의 소지 자체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공격에 노동운동의 비정규운동의 방향이 진정 다시 고민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전략조직화를 수행하거나 조직된 노동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 관성화된 법제도개선투쟁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동운동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든 시기일수록 우리의 고민은 근본적이어야 한다. 현시기 정권과 자본의 전략의 목표지점을 정확히 하고, 그에 대한 맞선 투쟁을 고민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고민의 방향을 제출해 본다.

(1) 노동자 권리의 동질성 확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정규법이 통과되기 이전에도 고용형태(정규직, 무기계약직 또는 독립직군, 단기계약, 단시간노동,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은 위계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법 통과 이후 이러한 제도적 조치들을 통해 이러한 고용의 위계화와 다양화는 더욱 더 확대되고 심화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자본이 갈라놓은 핵심업무(본연업무)/비핵심업무(부가업무), 전문업무/단순업무, 상시업무/일시업무라는 또다른 구분들은 또다시 노동자들의 수많은 위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분리에 근거하여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귀결될 것이며,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시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
여기에 임금유연성이 가해지면서 노동력의 재생산비 확보라는 측면에서의 임금의 안정성의 판단기준은 사라지고 직무 내 개인 연봉제라는 방식으로 임금체계가 세분화되고 복잡화된다면 노동자들은 자본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차이를 가진 개별 노동자들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 자본이 노리는 바일 것이다. 집단화된 노동자가 아닌 개별로 존재하는 노동자 개인!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본의 이러한 구분과 기준이 노동자들에게 내면화되어 자본의 구조조정을 용인하게 하며, 한번 이러한 용인이 가능해지면 대응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투쟁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쟁을 제기하지도 못한 채 협상만을 통해 무엇인가를 내주고 받는 사이 전체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비현실적이라고 폄훼 되고, 자본의 만들어놓은 위계적 기준에 의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남성보다는 여성을, 핵심업무보다는 비핵심업무를 먼저 구조조정 하는데 공조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이후 투쟁은 명분조차 남지 못하고 단결과 연대의 가능성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갈라치고 있는 수많은 기준들을 끊어내고 전 노동자들의 권리 차원에서 투쟁을 하고 이후 투쟁이 가능하도록 과제를 남기고 단결과 연대의 씨앗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이후 비정규운동은 자본의 분할전략에 맞선 노동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투쟁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차별을 차이로 둔갑시키는 다양한 제도적 시스템들을 거부해야 한다.

수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빈곤과 비정규직문제는 사회적 의제로 등장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인정하게끔 하는 유연안정성 논리가 현실적 방안인 것처럼 둔갑하고, 그 속에서 비정규직을 자발적 비정규직과 비자발적 비정규직으로 또다시 분류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는 그대도 유지시킨 채 직업훈련을 통한 기술과 숙련향상을 통해 비정규직을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당연한 차이로 인정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는 이제 비정규직의 문제를 개인의 능력향상을 통해 선택하거나 극복해야 할 문제로 전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논리가 내면화되는 순간 노동자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다. 개인의 능력개발로 비정규직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식하는 그 순간 노동자들의 투쟁은 무력화되고, 권리의 요구 자체는 봉쇄되어 버릴 것이다.

(3) 입법적․제도적 한계를 넘어서는 노동의 권리의 확장이 필요하다.

현재의 노동권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기하고 권리를 확장시켜내기 위한 피의 역사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노동권의 축소를 넘어선 노동권 자체의 부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노동법은 지속적으로 개악되어 왔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는 개악된 법적 테두리 내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측면으로 왜소화되고 있다.
98년 정리해고제가 통과되고 나서 해고가 일상화되었고, 노사관계로드맵을 통해 정리해고의 요건은 더욱 더 완화되었으며, 필수공익사업장, 필수유지업무 등의 노동권의 규제를 통해 노동의 권리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이러한 각종 노동악법을 철폐하고 이것을 넘어서는 노동의 권리를 제기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가 국가경쟁력과 효율성의 논리에 갇혀 하위 배치되는 순간 노동의 권리 제기 자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로, 노동하는 자가 누리를 수 있는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노동권의 제기를 새롭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

(4) 조합원수에 비례한 요구가 아닌 전노동자들의 권리를 제기해야 한다.

현재 노동운동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요구를 중심으로 한 운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화 대상을 전통적인 노동계급을 넘어서서 비정규노동자, 실업자, 여성 및 일부 중간계층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조직화하고 투쟁하기 위한 실질적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사고해야 하며, 그러한 기획 속에 전략적 조직화는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민주노총의 요구 조직방식은 기존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전략적 조직화 또한 노조활동 내부를 건드리지 않으며, 비정규직 조합원의 숫자를 늘리는 일로 구상되고 있다. 사고의 전환과 활동의 전복이 필요한 시기이다.

(5) 비정규운동은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비정규운동은 신자유주의의 대항하는 주체 형성과정이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정규노조운동 또한 배치되어야 한다. 정규직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가 이기적 혹은 배타적이라고 비판받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조의 활동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비정규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엄청난 탄압과 부침의 과정을 겪는다. 때문에 안정적인 교섭과 노조활동 조차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개별 노조의 현안에 개별노조의 투쟁에만 시야를 가둔다면 비정규노조운동은 신자유주의의 주체 형성과정으로 전화되지 못할 것이며,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 또한 요원할 것이다.